[탐나는 제주뮤지션]<1>사우스 카니발

[탐나는 제주뮤지션]<1>사우스 카니발
흥겨운 스카 리듬에 제주 '섬'을 입히다
  • 입력 : 2015. 06.17(수) 14:59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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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도 인디 뮤지션이 있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인디뮤지션들 속에서 묵묵하게 자신만의 음악을 펼치고 있는 제주의 젊은 뮤지션들. 자꾸 이들에게 눈길이 가는 건 인디뮤지션의 주 무대인 '홍대'가 아닌 자신들이 나고 자란 '제주'를 기반을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제주출신 특유의 감수성을 풀어내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라일보 인터넷판 'ihalla.com'은 모르고 지나쳐버리기엔 아까운 이들을 만나 음악이야기를 들어본다.

2013년은 <사우스 카니발(South Carnival)>에게 잊지 못할 해였다. 2009년 제주도에서 결성, 제주도를 기반으로 활동하던 <사우스 카니발>은 신인 뮤지션을 발굴하는 프로젝트인 EBS 스페이스 공감의 '2013 6월의 헬로루키'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K-루키즈(K-Rookies)'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첫 '제주도 밴드'였다. 흥겨운 리듬의 자메이카 음악 '스카(Ska)'에 제주의 정서를 담아낸 <사우스 카니발>의 음악은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몬딱 도르라(모두 달려라)' '노꼬메오름' '고라봐야(말해봐야)' 등 제주어들을 노래 제목와 가사에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아홉 명의 멤버 모두가 제주 토박이라는 점도 독특한 색깔로 다가왔다.

음악성을 인정받으며 주목받은 <사우스 카니발>의 인지도는 자연스레 올라갔다. 이젠 '제주 대표 밴드'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정도다. <사우스 카니발>의 인지도가 높아진 만큼 누군가는 지역을 떠날 거라 했다. 하지만 <사우스 카니발>은 여전히 제주에 남아 았다. 제주를 기반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흥겹고 개성 넘치는 그들만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사우스 카니발>은 자신들의 음악의 원천은 고향인 제주라고 했다.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사우스 카니발 스튜디오>에서 리더 강경환(36)씨를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봤다. 늦은 밤까지 연습실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흥겨운 리듬의 자메이카 음악 '스카(Ska)'에 제주의 정서를 담아낸 <사우스 카니발>.



■밴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사우스 카니발>은 제주의 정서를 음악으로 그려서 제주를 알리는 데 목표를 두고 있는 제주 토종 스카밴드입니다.

■팀명 <사우스 카니발>의 뜻이 궁금해요.

<사우스 카니발>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남쪽의 축제'라는 뜻인데요. 제주에서 가장 신나는 음악을 해보자는 의미에서 <사우스 카니발>이라고 짓게 됐습니다. 그리고 '도쿄 스카 파라다이스 오케스트라', '킹스턴 루디스카'처럼 보통 스카밴드들의 이름을 보면 '스카'라는 이름이 들어갑니다. 저희도 스카밴드인데 안 들어가면 그러니깐, 사우...'스카'...니발. 깨알같이 집어넣기는 했습니다. 하하.

■멤버 모두 제주토박이라던데.

네, 멤버 모두 제주도 출신이에요. 9명의 멤버가 활동했었는데 지난해 갑작스런 사고로 멤버인 트롬본니스트 고(故) 김건후를 하늘나라로 먼저 보내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옆에 없지만 늘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제가 리더이자 보컬과 트럼펫을 맡고 있고, 드럼의 석지완, 알토 색소폰의 신유균, 테너 색소폰의 이용문, 기타의 강태형, 키보드의 이은경, 베이스의 고수진, 퍼커션과 코러스의 고경현, 이렇게 8명의 멤버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흥겨운 리듬의 자메이카 음악 '스카(Ska)'에 제주의 정서를 담아낸 <사우스 카니발>.



■추구하고 있는 음악 장르는 어떤 것인지 알려주세요.

제주 섬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을 추구해요. 아무래도 제주에서 나고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주적인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제주의 감수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찾다보니 1960년 전후에 자메이카에서 유래한 관악기 위주의 음악스타일인 '스카'를 제주에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주도와 자메이카는 다르지만 역사적 아픔과 생활환경 등을 보면 닮은 듯한 느낌이 있는 곳이에요. '스카'의 느슨함과 서민적인 면이 제주와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좀 더 하다 보니 옆 나라의 음악도 접하게 됐어요. 볼레르, 브라질리안, 아크로쿠반, 삼바, 차차 등 중남미권의 음악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앨범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2012년 8월, 첫 EP앨범을 발매했어요. 그리고 2013년 8월에는 대표곡인 '몬딱도르라'를 비롯해 '와리지말앙', '느영나영', '고라봐야' 등을 담은 정규 1집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2014년 7월에는 해녀헌정앨범 '좀녀이야기'를 만들었어요. 이 앨범에는 제주 문화의 상징인 해녀를 다룬 2곡, '좀녀'와 '어멍' 등를 담았습니다.

흥겨운 리듬의 자메이카 음악 '스카(Ska)'에 제주의 정서를 담아낸 <사우스 카니발>.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제목과 가사가 대부분 제주어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제주어로 노래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사실 '제주어 지킴이', '제주어 밴드'라고 많이 얘기들 해주시는 데 저희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뚜럼브라더스' 형님들이 더 오래 동안 제주어를 알리기 위해 앨범발매를 계속 해오고 있어요. 단지 우리는 고향인 제주가 너무 좋고, 우리가 느끼는 바다가 너무 좋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제주어가 좋기 때문에 그걸 솔직하게 표현한 것 뿐 이에요. 제주를 소재로 한 음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름도 나오고, 바다도 나오고, 도시를 갈망하는 로컬 섬에 있는 청년들의 감수성도 나오고, 제주어도 나오는 것이지, '원대한 꿈을 갖고 제주를 알리겠다'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본인 곡들 중에 가장 애정을 갖고 부르는 노래를 꼽는다면.

정규 1집 8번 트랙 '고라봐야'라는 곡이요. '고라봐야'는 저에게 늘어놓으셨던 어머니의 잔소리를 제주어 가사로 담아봤고요. 살아오면서 느낀 게 '사람은 변하지 않는구나'라는 안타까운 마음에 곡을 쓰게 됐어요. 처음으로 '아프로 쿠반'이란 아프리카 쿠바 음악 장르를 시도한 곡인데요. 장르도 생소하고, 가장 많이 연습을 하기도 해서 더욱 애착이 가는 노래예요.

흥겨운 리듬의 자메이카 음악 '스카(Ska)'에 제주의 정서를 담아낸 <사우스 카니발>.



■멤버 수가 굉장히 많은 데요. 한 곳에 모이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멤버 모두 각자 음악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제가 평소 알고 있던 음악 하는 친구들을 하나 둘 모으다 보니 이렇게 밴드가 만들어졌어요. 처음에는 평소 해보지도 않았던, 생소한 스카 음악을 하자는 말에 모두가 의아해했어요. 하지만 같이 몇 번 음악을 듣고 연주해보니 제주에 잘 어울리는 음악 장르라는 생각이 들게 됐고 다들 서서히 스카 음악에 빠져들게 됐어요. 가장 제주섬 다운 음악을 들려주는 것을 지향하는, 뜻이 맞는 친구들이 남아 활동하고 있어요.

■멤버들이 음악 외에도 각자 하는 일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멤버 모두 음악을 경제적인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음악을 평생 하고 싶어 모인 친구들이예요. 하지만 생계를 위해 최소한의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요. 그런데 공연 일정이 많아서 일 구할 때는 공연 있을 때마다 빼줘야 하다는 조건을 걸다보니 한 곳에 오래 머물기가 힘들어요. 대부분 악기 레슨을 하고 있고요. 마트 배달, 패스트푸드점, 커피숍 등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고요. 이런 모습에 저희를 불쌍하게 보는 분들도 많은 데, 저희는 너무 좋거든요. 아마 음악을 직업이라고 생각했다면 힘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저희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보니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연습은 주로 밤 10시 정도에 모여서 새벽까지 하고 있어요.

흥겨운 리듬의 자메이카 음악 '스카(Ska)'에 제주의 정서를 담아낸 <사우스 카니발>.



■로컬 뮤지션으로 살아가는데 힘드신 점이 있다면.

로컬 뮤지션이다 보니 서울에서 밴드를 데려와야 잘하는 걸로 생각하는 시선이 속상했어요. 그래서 전략을 바꿨어요. 처음 서귀포에서 활동을 시작하다 바로 소속사를 잡고 서울로 갔어요. '헬로루키'와 'K-루키즈(K-Rookies)'에서 인정을 받자 그런 시선이 바뀌더라구요. 이후에는 서울로 가지 않고 제주를 기반으로 계속 활동했어요. 지역에서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추후 활동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그동안 타 지역에서 공연을 많이 했어요. 올해는 제주의 카페나 게스트하우스 등에 마련된 소규모 공연장을 찾아다니면서 제주의 에너지를 받으며 공연을 벌일 예정입니다. 가장 가까운 일정으로는 다음 달에 제주의 락 페스티벌 '스테핑 스톤'에 참여하구요. 오는 8월에 열리는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메인스테이지 공연도 앞두고 있습니다.

(글/취재=박소정 기자, 영상촬영/편집 김희동천 기자·강동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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