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 보통의 존재

[하루를 시작하며] 보통의 존재
  • 입력 : 2015. 07.22(수) 00:00
  •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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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벽과 마주하게 된다. 차별적인 시선·경제적 불안·역량 부족·시간 등 다양한 이유의 벽들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지금 모두 '성별(性別)'이라는 높고 거대한 벽과 직면해있다.

최근 '여성 비하'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여성 비하와 여성 혐오는 지금까지 익명의 공간인 온라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일부 온라인 사이트의 악성 댓글쯤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강했으며 문화적 영향력도 낮아 크게 주목받지도 못했다. 그러나 빈도는 더 잦아지고 목소리는 커졌다. 성차별의 사회적 구조는 역사가 있은 후로 오래된 것이지만, 이처럼 적대적으로 여성을 공격하고 혐오하는 분위기는 유례가 없다. 어느 사회에나 있을 수 있는 불만과 잘못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혐오로 포장되고 있다.

이러한 여성 혐오 표현들이 최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팟캐스트 방송을 거쳐 유명 케이블 및 지상파 TV 프로그램으로 확대 재생산되며, 여성에 대한 적대적이고 퇴행적인 인식을 조장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성 비하와 관련되어 꾸준히 문제 제기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지근한 온도로 반응하는 이들의 안일한 시각 역시 보이지 않는 우리 사회의 폭력이다. 여성에 대해 차별적인 국가일수록 여성에 대한 경멸과 동시에 찬양이 존재한다는 연구가 있다. 자신에게 유리한 행동에는 칭찬을, 자신에게 불리한 행동에는 비판을 한다는 결과를 보인다. 즉, 남성에게 순종적이고 희생적인 여성에게는 칭찬을 함과 동시에 자기 주도적이고 자신을 가꾸는 여성에게는 비판을 한다는 것이다.

여성 혐오자들이 여성을 비하해도 되는 정당한 근거로 제시하는 것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사회적 역차별'이다. 모든 것이 여성의 위주로 되어가고 임금 또한 비슷해졌지만, 여성들은 쉬운 일만 하려고 하고 남성들에게 어려운 일들을 요구하며 특권을 누리려고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과거보다 여성의 지위가 개선됐을지는 몰라도, 여성은 지금도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남녀 임금 및 취업률 격차가 가장 큰 나라이다. 또한 아직도 여성들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트릴 수 없는 '유리천장'에 부딪혀 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여성 비하의 정도는 매우 심각하다. 여성 혐오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여성 혐오 발언을 내뱉으며 마치 전염병처럼 여성 혐오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 혐오로 인해 여성들 또한 극심한 남성 혐오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떤 근거나 주장이나 사상도 이러한 분열에 동조한다면 출발부터 잘못되었음을 인지해야 한다. 진정 비하와 혐오의 정당성이 성별의 차이일까? 어느 집단, 어느 나라에서도 각각의 사람은 존재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여자는~", "남자는~" 이라는 말들로 상황을 일반화시키는 행동은 지양돼야 할 것이다.

우리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조건적으로 하나의 '성별'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람'의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 성별을 떠나서 결국은 모든 문제가 자신의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자신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이해와 배려 그리고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성별로 분열되는 것이 아닌, 서로가 다르지 않은 모두가 같은 보통의 존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강유나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교학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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