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쉬는 도시, 역사·문화유산으로 길을 찾다](4)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할슈타트

[살아 숨쉬는 도시, 역사·문화유산으로 길을 찾다](4)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할슈타트
시간의 흔적이 도시의 자랑인 구시가지
  • 입력 : 2015. 09.02(수)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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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 된 미라벨 정원. 멀리 호안잘츠부르크 성이 보인다. 사진=이현숙 기자

모차르트의 고향…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시
문화유적 보존 공감대 위해 광범위 규제·협의 이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인근 암염광산 때문에 '소금(Salz)의 성(burg)'이라는 독특한 의미를 갖고 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모차르트와 뮤지컬 영화 '사운브오브 뮤직'이다. 영화의 촬영장소를 돌아보는 시티버스(사진)가 운행되고 곳곳에 모차르트의 조형물이 자리잡고 있다.

잘츠부르크를 크게 3개 지역으로 구분하면 신시가지와 구시가지, 그리고 시 교외에 있는 잘츠카머구트로 나눈다. 세 지역은 서로 다른 분위기와 매력을 지니고 있다.

바로크양식의 미라벨 정원은 도심에 자리하고 있다. 구시가지 거리인 게트라이데 거리에는 시간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한 곳이다. 그리고 빈과 잘츠부르크 사이에 위치한 잘츠카머구트는 알프스의 산자락과 70여 개의 호수를 품은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휴양지이다.

잘츠부르크 구시가지 '게트라이데 거리'에는 모차르트의 생가 외에도 오래된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있다. 상가에서는 오래된 벽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잘츠부르크에는 1703년에 생긴 커피숍이 여전히 성업중이고, 오래된 사암을 고스란히 간직한 구시가지도 옛모습 그대로 있다. 상가주인들도 오래된 사암의 흔적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 도시의 문화유적 보존 방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잘츠부르크 킹 제 호프(행정부)'에서 빅토르 브로야키(Viktor Brojatsch· 잘츠부르크 주 소속 구시가지 담당)씨와 에바 호디(Eva Hody·잘츠부르크 연방유적청 담당자)씨.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의 문화재는 헌법에 명시된 문화재유적보호법의 강력한 보호를 받고 있다. 이 법은 1745년 마리아 테리지아 여제가 도시의 건축물을 보전하는 법을 만들라고 명령한 이후 1923년 오스트리아 헌법에 문화재유적보호법으로 명시됐다.

에바 호디씨

에바 호디씨는 "문화재의 종류에 따라 보존대책·관리방안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보존 대상'이 생겼을때 우선 학문적인 연구를 시작한다. 그 이후 법적 근거가 되는 유적보호법을 통해 어떻게 보수하고 유지할 지를 결정하게 된다. 법 아래 시행령이나 시행규정이 세분화돼 있다. 사실 너무 많은 문화재가 있기 때문에 크게 성당, 오래된 성, 건축물 등을 카테고리로 구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스트리아 전체 3만 6500개 보호유적이 있으며 그 중 2만 6000개가 건축물이다. 잘츠부르크 주에 있는 보호 유적은 2500개다. 문화유적관리는 여러 계층의 협력 작업이 필수적이다. 중앙정부, 소유주, 정책 입안자, 수행하는 업체, 작업자, 건축당국, 각종 위원회가 협력해서 일을 풀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감정위원회는 5명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빅토르 브로야키씨

빅토르 브로야키씨는 "모든 건축물을 변경할 때는 감정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구시가지 보전법은 1967년 제정후 50년 동안 유지되는 동안 점차 강화되고 문화재보호구역도 확대됐다. 이에 따른 민원도 있지만 위원회가 중개하고 설득시킨다. 내부를 바꾸고 싶어하는 소유주를 대상으로 노하우를 갖고 토론한다. 바꾸고 싶어하는 이유를 듣고서 유지함으로써 얻는 전체 시 모습에 대해 설명한다. 고집 센 소유주와는 몇 년이 걸려 설득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잘츠부르크를 떠나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아름답고 낭만적인 도시로 불리는 할슈타트로 이동했다. 이곳은 '잘츠카머구트의 진주'로 꼽히는 곳이다. 만년설이 덮인 높은 고봉들과 아름다운 호수가 어우러진 모습은 할슈타트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할슈타트는 마을 뒤편으로 펼쳐진 알프스산, 맑고 깨끗한 호수와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건물 때문에 동화 속 마을을 연상시킨다. 얼핏 봐도 오래된 듯한 광장의 분수와 좁은 골목을 메운 목조 건물은 고풍스럽기도 하고 운치도 있다.

마을길을 지키기 위해 터널을 뚫어야 했던 마을.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전경을 자랑하는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마을 모습.

할슈타트는 유네스코 세계자연경관지구(1997년 지정), 세계 최초의 소금광산(기원전 2,000년께)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할슈타트의 'hal'은 고대 켈트어로 소금을 뜻하는데 예로부터 이곳에 소금광산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구가 채 1000명도 되지 않는 작은 마을 할슈타트는 오스트리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로 꼭 한번쯤은 찾아가봐야 할 곳이다.

마을길을 지키기 위해 터널을 뚫어야 했던 마을. 그 마을길을 지나 호수에 이르는 풍경은 세상 어느 곳보다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잘츠부르크와 할슈타트에서 배운 것은 역사문화자원을 관광자원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기록'하는 것이다. 그 기록을 제대로 공개하고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을 '정체성'이라고 그들은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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