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0) 어승생제2수원지 입구~무수천~천아숲길~쇠질못~큰노루오름~어음천~궤물오름주차장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0) 어승생제2수원지 입구~무수천~천아숲길~쇠질못~큰노루오름~어음천~궤물오름주차장
가을 초입의 숲 그 곳엔 가는 여름에 대한 아쉬움이…
  • 입력 : 2015. 09.04(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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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천~큰노루오름~궤물오름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15㎞에 이른다. 사진은 큰노루오름 정상, 눈앞에 한라산이 한눈에 다가온다. 강희만기자

"아무도 걷지 않은 길 걷는다는 것" 숲길의 매력
큰노루오름 정상에서 본 제주섬의 풍광 ‘환상적’


절기상으론 가을인데 분위기는 여전히 여름이다. 게다가 전날 비가와서 그런가, 한 여름 못지 않게 사방이 진녹색이다. 8월 22일 진행된 제10차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는 어승생제2수원지 입구를 출발해 무수천~천아숲길~쇠질못~노루오름~어음천~궤물오름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약 15km 코스에서 진행됐다.

8월말 한라산 둘레길은 사뭇 지친듯하지만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진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숲을 지키는 나무들은 여전히 녹색빛을 발한다. 그 우거짐은 여름의 전성기인 7월 못지 않다. 이제껏 그 누구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음직한 숲속 한켠엔 삶을 다해 쓰러져 있는 나무들이 썩어가면서 음산한 느낌마저 든다. 그래도 숲속은 너무도 맑아 쾌청하다. 덩쿨과 한라산 끝자락까지 침범해버린 조릿대가 때때로 발목을 잡아 당기지만 한라산 둘레길을 걸어가는 내내 몸 자체는 가볍기만 하다.

무수천 지류를 건너면서 이번 에코투어는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시작부터 오름을 오른다. 투어 길잡이로 나선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의 말에 의하면 오름이기는 한데 오름 명부(?)에 올라있지 않은 오름이란다. 그런데 그 가파름이 여느 오름 이상이다. 숨이 턱턱막힐 듯한 찰나 능선으로 접어들었다. 한라산의 무성함을 느낄 수 있는 둘레길이 펼쳐진다. 흔히 말하는 원시림이 바로 이런것일까. 온 사방이 어둠을 품고 있다. 때때로 가랑비가 내리는 숲속은 음산함과 쾌청 그 사이를 오락가락 한다. 일행 중 몇명이 소리를 내지른다. "와~정말 운치있다."

맑은 물을 담고 있는 쇠질못.

이번 코스의 매력은 하천 옆길을 따라가는 터라 곳곳에서 오아시스를 만난다는 것이다. 오전 8시 코스에 발을 들여놓고 오르고 내림을 반복하면서 몸이 지칠때쯤 보물을 만났다. 보석처럼 빛나는 맑은물을 담고 있는 이름모를 연못이 일행을 반긴다. 많은 일행들이 "이쁘다"며 사진을 찍어대고 일부는 얼굴을 적신다. 길잡이들이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비슷한 모양을 한 숲길이 이어져 지루해질 쯤 또한번 진미를 경험했다. 큰노루오름이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오름정상에서 바라보는 제주섬의 전경은 환상적이다. 10분 남짓 헉헉 거렸지만 보람이 있다. 한라산 꼭대기가 손에 잡힐 듯 왼쪽에 버티고 있고 그 주변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게 그야말로 장관이다.

어음천이 시작되는 발원지.

산방산이 앙증맞게 눈앞에 서있고 그 앞쪽으론 형제섬이 인사를 한다. 제주섬 서쪽엔 오름이 그다지 많지 않다든데…. 큰노루오름 정상에 서니 주변으로 높고 낮은 수많은 오름들이 옹기종기 서 있다. 제주섬 해안굴곡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제주섬 동쪽 끝자리의 우아한 자태도 눈에 박힌다. 제주에 산다는데에 그저 감사함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숲길을 걷다 눈에 띈 더덕꽃.

눈을 부시게하는 장관을 뒤로하고 이제부턴 인내를 시험하는 코스로 접어든다. 무릎까지, 때론 허리까지 올라온 조릿대를 헤치며 마냥 앞으로 전진한다. 재미는 없는 길이다. 하지만 지금껏 걸어본 이가 거의없는 길을 걷고 있다는 것에 왠지 뿌듯함이 다가온다. 한참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악~"하는 비명이 들린다. 이유인즉 일행들 앞으로 새끼노루가 지나갔단다. 비명소리에 오히려 노루가 더 놀라지 않았을까. 노루는 자기집 앞마당을 거닐었을뿐인데….

이어지는 행렬이 잠시 숨을 고른다. 어음천이 시작되는 지점에 도달했다. 제주 서쪽 수많은 하천의 발원지다. 그 발원지를 벗삼아 적지 않은 시간 발길을 재촉하다 또 한번 기대치 않았던 별천지가 눈을 즐겁게 한다. 고사리밭이다. 탄성이 절로나온다. "와~넓다." 이 소장은 이 고사리밭이 워낙 높은데 위치해 있어 고사리철은 다른곳보다 한달정도 늦는단다.

7시간에 걸친 대장정을 끝내며 이 소장은 이번 10차 코스를 이렇게 정리했다.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걸었다는 것, 쉽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니다"라고.

숲길을 걷는다는 것, 그 자체로 즐거움이지만 때때로 눈에 들어오는 이름모를 꽃들하며 수줍게 숨어있는 난 등 다양한 생명들은 가슴을 뛰게한다. 쉬는시간 짬을 내 찾아다니며 손에 건진 곰취 등 산나물은 재미를 더한다. 몸은 고되지만 날아갈듯한 기분, 숲을 찾을 수 밖에 없는 매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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