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br>(36)건조한 계절의 코 불청객 : 비출혈(코피)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br>(36)건조한 계절의 코 불청객 : 비출혈(코피)
코피가 자주 나고, 양이 많다면 어떻게 해야지…
  • 입력 : 2015. 09.18(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건조한 계절에 접어들면서 콧속 점막도 건조해져 출혈이 생기는 비출혈(코피)이 자주 나타날 수 있다. 다양한 출혈원인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찾아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은 영화 '전설의 주먹'의 한 장면.

출혈량 많은 후비강 출혈은 입원치료까지
출혈 부위·원인 확인 후 지혈 치료 받아야
가을·겨울철엔 비점막 건조되는 것 예방을

비출혈(코피)은 누구나 한 번 쯤은 경험했을 법한 코에서 발생하는 흔한 응급 증상 중의 하나이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갑작스런 상황에서 생길 수 있으며, 특히 6~10세의 아이 중 55%, 11~15세의 청소년에서는 65% 정도가 한 번 이상 비출혈을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갑작스럽게 코피가 나면 대부분 기본 응급처치로 해결이 가능한 출혈이지만 환자와 치료를 하는 의사 모두가 두려움을 느낄 정도의 대량 출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제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강주완 교수의 도움으로 비출혈(코피)에 대해 알아본다.

코피는 코 안 점막에 외상을 가하거나 코를 비비고 후비는 습관으로 인한 비점막 손상으로 비출혈이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비중격 만곡증이나 비강 스프레이 제제의 반복적인 사용, 흡연, 비강 이물, 그리고 건조하고 추운 겨울 날씨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출혈이 자주 반복되거나 대량 출혈이 있는 경우에는 단순한 비출혈이 아닌 유전적 이상에 의한 코 안의 혈관 이상이나 두부 외상 후 발생한 동맥류, 비인두 혈관섬유종 같은 혈관성 종양과 흑색종, 편평세포암종과 같은 악성 종양, 고혈압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혈우병, 혈소판 감소증과 같은 혈액응고장애 등의 혈액질환이 있거나 아스피린이나 헤파린과 같은 항혈소판제를 장기 복용하는 경우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피 발생시 응급 처치법. 내시경조작술 시행 전(왼쪽)과 후.

경미한 출혈의 경우 특별한 원인을 찾기도 어렵고, 대부분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는 때가 많다. 하지만 양이 많지 않더라도 반복되는 비출혈의 경우 많은 불편함을 줄 수 있고, 특히 소아에서 자주 나타나기 때문에 보호자들은 많은 걱정을 하게 된다. 코점막은 많은 혈액공급을 받고 있으며, 외부의 자극에 의해 쉽게 손상을 받을 수 있다. 또 비점막은 대기에 항상 노출돼 있어 물리적인 자극 외에도 건조한 공기나 화학적인 자극 물질에도 영향을 받기 쉽다. 더불어 경미한 출혈의 원인이 되는 비중격(코안의 가운데 벽)은 많은 혈관 공급과 함께 비강의 다른 부위에 비해 얇은 점막을 갖고 있어 외부 자극이나 건조한 대기에 의한 영향을 크게 받게 되며 조그마한 상처에도 출혈을 일으킨다. 대부분의 비출혈이 비중격의 전방부(Kiesselbach area, 키셀바하 부위)에서 일어나며 전체 비출혈의 약 90% 정도를 차지한다. 소아나 젊은 층에서 비출혈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비강 출혈은 주로 비중격에서 일어나는 반면 후비강 출혈은 비강 외측벽의 혈관 손상에 의해서 일어난다. 상대적으로 전비강 출혈에 비해 코피가 발생하는 연령층이 높으며 복용하는 약 중에 혈액응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아스피린, 와파린, 헤파린 등)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도 많아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출혈량도 전비강 출혈에 비해 많고 응급실이나 외래에서 지혈 치료가 안되는 경우에는 전신마취하에 수술실에서 전기소작술이나 동맥 결찰술과 같은 지혈 치료를 하고 수 일 간의 입원 경과 관찰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전신적인 원인이나 비강 내 발생한 종양 등의 특별한 원인으로 인한 비출혈의 경우에 있어서는 적극적인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 비출혈이 지속돼 혈액검사에서 혈우병이나 폰빌레브란트(von Willebrand)와 같은 혈액응고장애 질환이 진단되는 경우도 있고 사춘기 남아에서 반복되는 대량의 일측성 비출혈이 생기면 비인강 혈관섬유종과 같은 비강내 양성 종양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치료는 비출혈의 경우 적절한 응급 처치만으로도 충분히 해결이 되는데 우선적으로 지혈의 기본은 출혈 부위를 압박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바로 앉은 자세에서 입으로 호흡을 하며 혈액이 목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고개를 앞으로 숙인 자세에서 깨끗한 솜이나 부드러운 거즈로 코 입구를 막고 코의 양 옆 부분(코뼈 아래쪽의 부드러운 연골 부위)을 엄지와 검지로 약 10분 정도 눌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만약 출혈이 지속된다면 앞의 방법을 반복하는 것이 좋다.

가정에서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비출혈이 멈추지 않는다면 이비인후과를 찾아 출혈 부위 및 원인을 확인하고 지혈 치료를 받아야 한다. 출혈 부위나 원인에 따라 비강내에 거즈 등을 넣어 압박을 가하는 일반적인 치료를 시행하고 혈관 충혈로 재출혈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내시경적 전기소작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공기가 건조해지는 가을이나 겨울철에 발생하는 비출혈은 얇아진 비중격 점막에 붙어있던 딱지가 떨어지면서 코피가 자주 날 수 있기 때문에 비강 입구 부위에 항생제 연고를 바르거나 비강 식염수 분무제로 자주 분무를 해주어 비점막이 건조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아울러 얇아진 비중격 점막이 정상적인 점막으로 회복되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면 비출혈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어린 아이들은 딱지로 인해 코가 막힌다고 손가락으로 코를 자주 후비거나 심하게 풀면 점막 손상을 일으켜 반복적인 비출혈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를 주도록 교육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강주완 교수는 "반복적인 비출혈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는 경우 빈혈, 저혈압 및 기도흡인으로 인한 폐렴 발생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며, 비강내 종양이나 혈액응고장애와 같은 전신 질환에 의한 비출혈에 대해선 정확한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우선적으로 비내시경 검사 등을 통해 출혈 부위에 대한 비강내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고 혈액검사를 통해 원인 질환을 규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12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