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 아라리오 뮤지엄 큐레이터 이나연씨

[제주愛 빠지다] 아라리오 뮤지엄 큐레이터 이나연씨
"예술가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곳"
  • 입력 : 2015. 10.23(금)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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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가 고향인 이나연씨는 타향살이를 접고 14년만에 제주에 정착했다. 그는 자신을 "제2의 제주 이주민"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시네마를 찾았을 때부터 그녀의 시계추가 빨라졌다. 이나연(34·큐레이터)씨는 예정보다 적어도 3~4년은 빨리 제주에 정착한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그 무렵 미국 뉴욕에서 생활을 하며 매달 정기적으로 '퍼블릭아트' 등 국내 미술 전문지에 작품을 평론하고 미술관 등을 소개하는 글을 써왔다. 그러다 잠깐 제주에 왔는데 한 잡지사에서 이씨가 제주에 있는 것을 알고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시네마를 소개해달라고 의뢰했다.

당시 옛 모습 그대로 보전하면서 훌륭한 미술관으로 변신한 뮤지엄과 전시작품들은 그녀의 삶을 흔들어놨다. 이씨는 "뉴욕의 내로라하는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처럼 아리리오 뮤지엄에 전시된 작품들의 수준이 매우 높았다"면서 "그때부터 이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때 마침 아라리오 뮤지엄에서 큐레이터를 뽑고 있었고 이씨는 주저 없이 원서를 넣었다. 그리고 날아든 합격 통지서. 고향을 떠난지 14년만에 또다시 제주살이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14년 타향살이 접고 정착
서울·뉴욕엔 없는 여유로움


이씨의 고향은 서귀포시다. 타향살이는 이씨가 서울에 있는 미대에 진학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다 6년전 미술 평론을 공부하러 뉴욕에 가고부터는 고향에 오는 게 더 어려워졌다. 이씨는 뉴욕에서 영주권을 얻었고, 평생을 함께 할 남편까지 만났다. 하지만 가슴 한켠엔 늘 고향 제주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씨는 "'언젠가는 제주에 돌아와 살아야지'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며 "지난해 아라리오 뮤지엄을 찾지 않았더라면 제주에 정착하는 시기는 더 늦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주말이면 가끔 남편과 함께 산을 오른다. 서울·뉴욕 생활에서 찾을 수 없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제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이씨는 남편과 같은 '예술가'들에게 제주는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라고 했다. 서울이 고향인 이씨의 남편은 현재 현대갤러리 전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씨는 다시 고향에 터전을 잡은 자신을 가리켜 '제2의 제주 이주민'이라고 했다. 제주에서 책도 내고 꿈꾸던 공간에서 일하는 그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다만 전시회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적게 열리는 등 제주에 아직까지 문화 인프라가 덜 구축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제주에서의 다양한 예술적 실험은 그를 충분히 흥분시키고 있었다. 함께 미술을 공부했지만 그동안 타지역에 거주했던 친구들도 최근에는 제주에 터전을 잡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씨가 말했다. "사람들이 모이면 뭔가 일을 벌일 수 있잖아요." 그는 뉴욕에서의 행복한 꿈을 제주에서 계속 꾸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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