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천년 고도(古都) 경주. 1970~80년대 신혼여행의 메카로 제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곳이다.
쇄락은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시작됐다. 경주를 찾은 관광객은 1998년 906만여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급속도로 줄기 시작했다. 2002년에는 686만여명으로 감소했다. 관광수입 또한 1998년 2500여억원에서 2002년 200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경주관광 쇄락의 원인을 행정의 정책 부재에서 찾는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관광마인드와 정책 부재가 경주관광의 침체를 불렀다고 평가한다. "관광산업의 기본 밑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 관광종합개발계획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데 무슨 정책을 추진하겠는가"라는 한탄이 나왔을 정도다.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이 2006년 경주를 찾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적잖은 문제점이 확인됐다. ▷관광정보 안내와 해설 부족(20.7%) ▷특성화된 관광기념품 부족(16.1%) ▷먹거리 부재(13.3%) 등이 대표적이다. 관광객의 욕구를 선도하지 못하고,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행정의 무능과 안일함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경주가 제2의 중흥을 준비중이다. 시민·행정의 하나된 노력으로 '왕경(王京)' 복원사업을 이끌어 냈다. 정부는 2025년까지 1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 월성 등 8개 신라 왕경을 발굴·복원하게 된다. 지난달 막을 내린 '실크로드 경주 2015' 행사를 통해 120만명을 훌쩍 넘기는 성과도 거뒀다. 역사문화유산을 토대로 다양한 형태의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적극 알려 온 덕분이다.
짐 로저스(Jim Rogers)는 DMZ에 주목한다. 2009년 국내 한 언론이 주최한 세계지식포럼에 참석차 방한한 짐 로저스는 "나 같으면 한국 비무장지대(DMZ) 근처에 농지를 사 두겠다. 수익률이 괜찮을 것이다"라며 관심을 표했다. 심지어 2014년 12월 열린 '2015 대한민국 재테크박람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그는 일반인 12명과 함께 한 자리에서 파주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윤 모(57)씨에게 'DMZ 인근의 농장을 팔라'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농업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제주본부가 '가구 소형화의 진전 및 제주관광의 시사점'이란 제목의 경제브리프를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소형가구도 급증하면서 관광환경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내용이다. 소규모 여행객의 기호에 부응하기 위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함께 내놨다. 더불어 재정적 여력과 이동성이 높은 소형가구가 제주와 경쟁관계에 있는 해외관광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들을 제주로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대응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주관광이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숙원이던 입도 관광객 1000만명 시대도 열었다. 속내를 살피면 마냥 안심할 수 만은 없는 상황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및 메르스 사태, 중국의 여유법 등이 제주관광에 미친 부정적 여파를 생생히 체험했기 때문이다. 가구의 소형화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냉철한 판단과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나락으로 추락할 것인지, 아니면 세계적인 관광휴양도시로 나아갈 것인지는 바로 오늘의 준비에 달려있다. <현영종 편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