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원희룡 지사의 한라산 탐방

[백록담] 원희룡 지사의 한라산 탐방
  • 입력 : 2015. 11.09(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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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기 이전에 논란과 우여곡절이 많았다. 자연유산지구의 대상지 선정을 놓고 여러차례 수정 변경됐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가능성에 대한 학술·경관적 가치 판단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가 달랐기 때문이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을 자연유산지구 신청지에 포함시키느냐 하는 문제였다. 학계 일각에서는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에 대한 충분한 학술조사와 가치 평가에 앞서 세계자연유산지구로서는 미흡하다며 평가절하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한라산과 제주도를 동일시하는 제주도민의 정서상 한라산을 제외하고는 자연유산으로서의 의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었다. 광활한 면적으로만 보더라도 한라산은 제주도민의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상징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생물다양성 등 생태계의 보고로서 한라산에 대한 가치 정립 없이 한라산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은 적잖은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 한라산연구소 등은 신청서 보완작업에 나서 한라산천연보호구역의 학술적 가치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방대한 분량의 부록자료를 만들어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할 수 있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 세곳을 묶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결정함으로써 국제적으로도 한라산에 대한 세계유산적 가치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며칠 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희룡 제주지사가 영실코스를 이용해 한라산을 함께 오른게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김 대표의 대학 동문행사의 일환이었지만 다분히 정치적 행보로 읽혔다. 김 대표는 산행에서 "아직 한라산의 정기를 받지 못했다. 이곳의 정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보다 나에게는 오히려 원 지사의 한라산 탐방이 더욱 관심이었다. 적어도 내 기억으론 원 지사가 취임 이후 한라산을 공식 탐방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주의 상징이자 자존이라고 하는 한라산은 지금 어떤가. 정상인 백록담을 오가는 유일한 탐방로인 성판악 탐방로는 인산인해다. "오를 때는 앞사람 엉덩이, 내려갈 때는 앞사람 뒤통수만 봤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탐방로 출발점인 안내소 주변 5·16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한다. 한라산 생태계도 위협에 직면해 있다. 세계 유일의 순림을 자랑하는 구상나무가 시름시름 쇠퇴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등 국내 8개 기관은 최근 한라산 구상나무 보전을 위한 상호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만큼 심각하다. 이 뿐이 아니다. 한라산 생태계는 조릿대와 억새로 뒤덮히면서 종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도 언제 번질지 모른다.

원 지사는 최근 대북교류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주요 의제로 '한라에서 백두까지', 한라산-백두산 생태·환경보전 공동협력사업이 포함돼 있다. 제주발 대북교류사업의 거점이 바로 한라산인 것이다. 경남 창녕이 자랑하는 람사르 습지 우포늪 사람들은 동트기전 새벽 어둠속에서 귀로 들어야 우포가 제맛이라고 한다. 새들의 낙원인 우포의 생명력을 귀로 느껴야 한다는 이치다. 원 지사가 정치적 행보나 겉치레가 아닌 온몸으로 한라산 구석구석을 느낄 것을 권하고 싶다. <강시영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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