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부규환 애경유화(주) 대표이사·애경그룹 화학부문장 부회장

[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부규환 애경유화(주) 대표이사·애경그룹 화학부문장 부회장
초대박 상품 ‘스파크’로 애경그룹 첫 1000억 매출 신화 주도
  • 입력 : 2015. 12.02(수) 00:00
  • 서울=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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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규환 대표이사는 사원으로 출발해 그룹 중역진으로 올라선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개발한 세탁세제 '스파크'는 당시 국내 시장을 휩쓸며 그룹 매출신장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그는 급격한 대외 환경변화에 대비, 친환경에너지 사업부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부미현기자

1986년 세탁세제시장 돌풍 ‘스파크’ 개발
경제계서 인정한 전문경영인으로 ‘우뚝’
그룹 성장 위해 친환경분야 사업에 도전
"매 순간마다 최선의 결과 내기 위해 노력
제주개발정책 도민들에게 이익이 돼야"

1986년 국내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세탁세제 '스파크'. 현재 애경그룹의 전신인 애경유지공업(주)이 생산한 '스파크'는 요즘 말로 소위 '초대박'을 치며 애경그룹의 첫 1000억원대 매출 신화를 만들었다. 이 제품은 다름아닌 현 애경그룹 화학부문장 부회장직과 애경유화(주)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 제주출신 부규환(61) 대표의 손끝에서 나온 작품이다. 당시 스파크의 매출액만 총 530억원에 달했고, 이 공로로 부 대표이사는 애경그룹의 중역진으로 올라섰다. 그 어느 곳보다도 치열한 경제계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확고히 구축하며 애경그룹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부 대표이사를 지난달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애경유화 본사 대표이사실에서 만났다.

부 대표이사는 국내 생활용품 업계를 대표하는 애경그룹에서 35년째 재직 중이다. 2005년 동탑산업훈장, 2014년 6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등 재계에서 인정받는 전문경영인이다.

애경그룹에서 사원으로 출발해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도내에는 그 면면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워낙 내성적인데다 남들 앞에 나설 때 아직까지도 긴장하는 타고난 성격에 인터뷰를 피해왔다고 부 대표는 말했다.

"제품 발매 시 청중들을 모아놓고 단상에 서서 설명할 때면 금세 얼굴이 빨개지곤 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처럼 보여도 부단히 극복하려고 노력했지요. 힘들 때마다 극복하고 매순간 최선을 다해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제 고향 마을에서 1촌1사를 제안해와 10년째 마을 일에 조금씩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우리 마을 분들 일 년에 한 두 번 만날 때 반갑게 대해주셔서 저로서는 행복할 따름입니다. "

애경그룹은 사주 일가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기업이다. 그런 가운데 사내에서 전문경영인으로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부 대표이사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지대하다. 입사 한 지 16년 만에 이사직에 오르고 연이어 상무, 전무, 애경유화(주) 대표이사 사장에 낙점됐고 2006년에 애경그룹 화학부문장 부회장직까지 올랐으니 당연한 일이다. 조용하고 나서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서 만큼은 오너 못지않게 전력투구해 결과물을 내는 투철한 직업의식이 만들어내 성과다. 그는 입사 초기부터 회사 발전을 저해하는 여러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때문에 입사 초기부터 굵직한 성과물을 낼 수 있었고 그 때마다 애경그룹도 한 단계씩 성장해왔다.

"신입사원 때 당돌하게도 도매상의 제품 판매 방식에 문제점을 제기해 소비자들에게 애경의 제품이 제대로 팔리도록 질서를 바로잡은 적이 있습니다. 영등포 관할 대리점에 물건을 넘기면 영등포 소매점에서 뿌려져야 지역 소비자들이 물건을 접할 수 있는데 당시엔 도매점들이 돈을 주면 청량리든 어느 지역이든 물건을 넘겼던 관행이 있었지요. 회사에서도 개의치 않았지만 당시엔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물건을 많이 팔려면 그런 관행이 개선돼야 했습니다. 관행을 바꾸려니 사내 반발이 극심했는데 회사에서 저의 손을 들어줘 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회사의 도약을 위해 추진한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와 만든 세탁세제 '스파크'에 얽힌 일화도 사내에서 전설로 남아있다. 유니레버는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해 애경과 손을 잡았고 그 첫 제품으로 세탁세제를 내놓았다. 그리고 그 신제품의 이름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 대표이사가 제안한 이름이 채택되면서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졌다.

"다국적 기업은 자기네 브랜드가 있어서 그 이름을 국내에 심어버리면 우리 측은 꼼짝 할 수 없게 됩니다. 처음엔 그쪽에서 제안한 이름을 그대로 쓰자는 분위기였는데 뭔가 찝찝했죠.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는데 그래도 하나 지어서 집어넣어야겠다 싶어 고민하다가 '스파크'라는 이름을 내자 그쪽에서는 실소하더군요. 영어가 익숙한 그들 입장에서는 촌스럽기 그지없는 이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비자 테스트에서 스파크가 1위를 했고, 결국 히트를 쳤습니다. 유니레버 입장에서는 한국시장에서 고전하게 된 결정적 사건이 됐습니다. 우리 회사에서도 브랜드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구요."

중역을 달고 자리를 옮긴 애경유화에서도 그의 도전은 계속됐다. 애경유화는 소비재가 아닌 제품의 원료를 만드는 곳이다. 여기서도 원료를 팔고 사는 종합상사에 판매를 일임하는 관행이 있었고, 부 대표이사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우리 물건을 사는 사람을 직접 알아야 한다는 원칙으로 최종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분위기로 바꿨고 애경유화는 '가소제'하나 만으로 6억불 수출을 기록했다. 애경유화의 제품들은 현재 100여 개 국에 수출되고 있다. "2011년부터 중국 시장 편중을 개선하기 위해 전 세계로 직접 수출에 나서고 있습니다. 최종 소비하는 회사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컨테이너 하나 분량이라도 팔고 있지요. 전 세계적으로 그렇게 하는 회사는 저희 밖에 없을 듯합니다."

또한 애경유화를 세계에서 인정받는 제품의 질로 승부함으로써 중국 시장에서는 유일하게 덤핑관세를 적용받지 않는 기업으로 만들었다. 부 대표는 시장을 개척할 때 '우리 제품은 우수하기 때문에 비싸다'고 서슴지 않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남의 것이 아닌 자기 일처럼 하면 그만큼 자기에게도 이득이 돌아온다는 게 그가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첫 번째 가치다.

"예전에 기업의 사장 자리는 기업 창업자 가족이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통념이 있었습니다. 저도 사장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지요. 그랬던 저에게 회사에서 부회장직을 주더군요. 직원들에게는 우스갯소리로 '나 이러다가 회장 될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합니다(웃음). 직원들한테 도전하라는 뜻으로 말하는 것이지요. 최선을 다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면 안 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남다른 직업 정신과 더불어 제주출신으로서, 또한 제주도에서도 상도리라는 조그만 시골 출신으로서 사는 내내 겪어온 새로운 세상이 주는 충격도 남다른 뚝심을 갖게 했다. 중학교 내내 1등을 놓치지 않던 그가 고등학교에 진학하자마자 우열반 중 '열'반에 배치돼 낙심하다 떨치고 일어난 일, 알아준다는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면서도 고등학교 때 느꼈던 첫번째 충격보다 더한 문화 충격을 받았던 대학 시절, 우리보다 못사는 후진국 해외 출장을 통해 우물 안의 개구리로 살았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 경험 등이 그것이다.

부 대표이사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급격한 대외 환경 변화에 따라 미래 먹을거리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친환경에너지 사업인데 대표적인 것이 바이오디젤 분야다. 아직은 고전 중이지만 애경그룹의 미래 먹을거리를 찾는 작업의 일환으로 주력하고 있다.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은 결국 후배들이 이 회사에 들어와서 여전히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놓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게 즐거움 아닐까요."

최근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고향 제주를 보면 흐뭇하다는 부 대표이사. 그러나 모든 개발이 제주 현지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힘주어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부 대표는 제주인의 긍지를 드러내며 인터뷰를 마쳤다.

"우리 해외 거래처 관계자들을 보면 제주도를 모두 좋아합니다. 그들과 함께 제주를 가게 되면 꼭 삼성혈에 데리고 가지요. 제주도가 예전에 탐라국이었다고 설명을 해주고 대한민국의 선조는 하늘에서 내려왔지만 우리 선조는 땅에서 솟아 올랐다고 얘기하면 큰 관심을 보입니다. 이런 스토리텔링이 있는 제주 관광이 좀 더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부규환 대표이사는 누구?]사원에서 대표이사 오른 입지전적 인물

부규환 대표이사는 제주특별자치도 구좌읍 상도리 출신으로 세화중, 제주제일고, 고려대학교(축산학)를 졸업했다. 1980년에 애경유지공업(주)에 입사해 1993년 애경산업(주) 마케팅 부문 부장, 1996년 애경유화(주)이사(해외영업, 구매부문), 1997년 애경유화(주) 상무이사, 2001년 애경유화(주) 전무이사(국내외영업, 구매부문)를 거쳐 2005년부터 애경유화(주)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임 중이며 2006년부터 애경그룹 화학부문장 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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