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혼용무도와 화이부실, 그리고 회사후소

[백록담] 혼용무도와 화이부실, 그리고 회사후소
  • 입력 : 2015. 12.28(월)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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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용무도(昏庸無道). 교수신문이 교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한 2015년 올해의 사자성어다.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이르는 '혼용'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 속 '무도'를 합친 표현이다. 선정된 혼용무도 외에도 후보에 올랐던 사자성어는 사시이비, 갈택이어, 위여누란이다. 모두 2015년 한국사회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성어들이다.

2015년 제주도정은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을까?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평가할 수 있지만 필자는 화이부실(華而不實)과 회사후소(繪事後素)란 말이 떠올랐다. '화이부실'은 사람이나 사물이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알맹이가 없음을 비유한 말이다. '회사후소'는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있은 이후에 한다는 말로 근본을 바로 세워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올해 대규모 개발사업 등으로 건설경기는 호조세를 보였고 관광객과 이주민이 크게 증가했다. 겉으로만 보면 제주가 발전하고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곳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교통·주차문제, 농가부채 전국 1위, 도내 고용불안, 부동산가격 폭등, 감귤가격 폭락 등은 도민들의 삶의 무게를 가중시켰다.

자동차 증가에 따른 교통·주차문제는 서울 등 대도시와 유사해지고 있고 외지인들이 제주땅을 사들이면서 3.3㎡당 2000만원을 호가하는 등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제2공항이 들어서는 성산지역의 토지 41%가 이미 외지인 소유이다.

도민 상용근로자 비율은 전국 15위로 하위권이고 일용근로자 비율도 최고이다. 도민들이 일할 수 있는 기업체가 없어 자영업자만 증가하고 있다. 대기업이 없어 임금근로자 가운데 60%가 월평균 임금 200만원 미만을 받아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감귤 가격은 폭락해 농심은 흉흉해졌다. 제주도가 지난 8월 3일 감귤구조혁신 5개년 계획을 발표했지만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감귤값 폭락에 대해서는 전혀 손을 못쓰고 있다.

박정하 제주도 정무부지사와 이기재 서울본부장 등 원 지사 측근들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공직에서 사직하면서 원 지사가 공적 직위를 사적 정치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경환 부총리 등 내각 일부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했다가 "국가공직이 경력관리용이냐"는 지적을 받은 박근혜 정부의 모습과 매우 닮았다.

제주도정이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주민들에게 대체 농지와 택지, 주택을 공급하는 보상 방안을 마련해 추진키로 했으나 주민반발이 시들지 않고 있어 최악의 경우 강정해군기지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정이 '회사후소'처럼 눈에 보이는 형식에 현혹되지 않고 내면의 근본을 바로 세워 가는데 끊임없이 노력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평가를 하고 싶다. 그동안 난개발이 이뤄져온 중산간 지역개발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설정했다. 도의회의 묻지마식 예산증액을 근절해 예산편성의 원칙과 기본을 바로 세웠다. 사라져 가는 제주어를 보존하려는 노력도 앞으로 제주발전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세밑에서 돌이켜보니 올해 제주는 정말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내년 이맘때 제주도정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도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한해를 만들어 주길 기대해 본다. <고대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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