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 우울한 세밑… 기대와 희망은 더욱 간절하다

[한라칼럼] 우울한 세밑… 기대와 희망은 더욱 간절하다
  • 입력 : 2015. 12.29(화) 00:00
  • 이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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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이 올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꼽은 '혼용무도'(昏庸無道)의 해가 이틀 뒤면 저문다.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無道)하다'고 느끼는 것은 비단 교수들만이 아닐 것이다. 일년내내 사회적 혼란과 갈등, 분열과 대립이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메르스 사태의 충격이나 국정교과서 강행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박근혜 정권의 미숙함과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등이 초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청와대발 권력 암투 등이 더해지면서 국민이 정부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시야를 좁혀 제주도라고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바람 잘 날 없는 원희룡 도정이었다. 작년부터 시작된 예산전쟁이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정치실종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이 떠안았다. 하반기는 더욱 혼란스럽다. 그 중심에 제주 제2공항 문제가 있다. 제주공항 인프라 확장이 결국 제2공항 건설로 결정되면서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강력 반발하는 형국이다. 불순한 투기세력들을 제외하고 대대로 고향땅을 지켜온 주민들로선 혼란스런 것은 당연하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제2공항 입지로 선정된 성산읍 주민들을 더욱 뿔나게 하는 것은 소통부재다. 갈등을 풀고 해소해야 할 제주도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산전쟁 당시 보여준 정치실종에 이어 도정의 실종사태를 보는 듯하다.

민주주의 체제는 갈등과 대립의 연속이다. 정치판도 그렇고 지역 계층 세대 이익집단간 갈등과 충돌이 늘 빚어진다. 문제는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고 조정해 나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들어야 하고, 인내하면서 풀어가야 하는 것이 대통령이든 도지사든 지도자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다.

그에 따라 갈등과 대립이 결집된 에너지가 될 수 있거나 혹은 그 반대로 혼란이 극에 달할 수 있다. 제2공항을 둘러싼 양상이 꼭 그렇다. 도민들이 공항 인프라 확장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원희룡 도정의 갈등 조정·관리 행태에는 고개를 가로젓는 이유다. 도정 최고 책임자로서 지역 주민들과의 대화와 소통에 인색해서는 결코 안된다.

다원화된 민주주의 체제에서 갈등관리 능력은 지도자의 중요한 자질 가운데 하나임은 상식에 속한다. 이를 무시하고 아집과 독단, 불통으로 흐를 경우 사단이 나게 돼 있다. 이는 올 한해 신물나도록 보고 느꼈던 터이다. 한해의 끝자락에서도 우리 사회가 여전히 갈등과 분열, 대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니 서민들로선 2015년을 시작하면서 가졌던 소박한 희망과 기대가 어디쯤에 와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연애 결혼 출산에 더해 내집 마련과 인간관계, 더 나아가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7포세대에게 그래도 희망을 가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논쟁은 하루를 근근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겐 사치다. 지금으로선 2016년이라고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잘 되리라는 기대와 희망마저 포기해서는 안된다. 현실이 답답하고 암울하다면 이에 대해 분노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조금씩이라도 변하는 것이다. 내년은 마침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의 해다. 좀 더 분노하고 이를 통해 다시 기대와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올해 같은 혼용무도의 해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이윤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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