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장

[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장
"제주 고유 생물자원들 그 자체도 제주의 미래가 될 것"
  • 입력 : 2016. 01.28(목) 00:00
  •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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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용 박사는 서울대학교 야생동물 유전자원은행 자문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문화재전문위원, 국립공원관리공단 중앙 자문위원 등으로 많은 기관에서도 활동 중이다. 부미현기자

'수달' 하나로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문가가 된 제주출신이 있다. 아시아 유일의 수달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수달연구센터의 한성용 센터장(52)이다.

그는 황무지나 다름없던 국내 수달 연구 분야를 개척했다. 처음으로 야생 수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고 전국의 수달 분포 및 생태를 연구한 수달 관련 1호 논문을 냈다. 이 같은 수달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그는 1997년 세계자연보존연맹(IUCN) 수달 전문가그룹 한국 대표(국내 유일)로 위촉돼 활동하고 있다. IUCN은 1948년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자연환경 관련 국제기구로서 제주도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실사한 곳이기도 하다.

한 박사는 서울대학교 야생동물 유전자원은행 자문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문화재전문위원, 국립공원관리공단 중앙 자문위원 등으로 많은 기관에서도 활동 중이다. 수달의 보존과 연구를 위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 센터장을 지난 6일 여의도에서 만났다.

"2013년 강원도 화천군 파로호 인근에 설립된 한국수달연구센터의 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1997년 논문 '한국 수달의 생태에 관한 연구'가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수달 연구와 복원에 대해 정부가 의욕적으로 나서면서 만들어진 곳입니다. 수달의 매력에 빠져 연구하다보니 국제기구의 멤버가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IUCN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게 된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황무지 국내 수달 연구분야 개척
1997년 국내 첫 연구논문 발표
정부 환경관련 사업 자문 역할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국제 보호종으로 지정된 수달은 완전한 수생 동물도 아니고 완전한 육상동물도 아닌 '반수생' 포유동물로 보호의 가치 뿐만 아니라 포유류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문적 가치도 크다. 그러나 과거에는 밀렵으로 산업화 시대에는 서식지의 소실로 보호종이 되기에 이르렀다.

"수달의 털은 매우 조밀하고 부드러워 검은담비 털과 함께 귀한 사냥감이 되었지요. 나라를 불문하고 국가 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하천의 개발방식도 수달의 멸종 위기에 한 몫 했습니다. 하천변 물가의 바위돌 또는 나무 뿌리 틈새가 수달의 주요 보금자리가 되는데 콘크리트 제방이 하천에 들어서거나 댐이 생기면 수달 보금자리들이 사라져 수달이 살기 어려워지는 것이지요. "

국내에서도 이 같은 이유로 수달이 많이 사라져갔지만 수달에 대한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가 처음으로 수달에 대해 낸 논문은 국내 수달 연구가 그간 전무했음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1989년 경남대학교 생물학 전공 대학원생 시절 자신의 연구동물로 무엇을 정할지 고민할 때였습니다. 어느 날 일본의 모 교수가 일본에서는 이미 멸종해버린 수달의 흔적을 한국에서 찾기 위해 우리 대학을 방문했고 함께 동행 했었습니다. 저도 호기심이 생겨 수달에 대한 논문을 찾아봤는데 놀랍게도 국내에는 아예 연구기록이 없었습니다. 야생 상태의 수달의 모습도 전혀 포착된 적이 없었구요. 이후 야생 수달을 꼭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생각에 수달 연구에 점점 빠져들게 됐습니다."

그는 2년 동안 전국을 돌며 수달 배설물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수달 포착에 주력했다. 당시 동물 포착을 위한 무인카메라는 너무 비싸고 덩치가 커 자신이 갖고 있던 카메라에 방범용 감지기를 손수 부착해 직접 소형 무인동작카메라를 만들었다.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수달은 결국 1995년 거제도 연초댐 인근에서 처음으로 카메라에 담겼다. 그 사진을 담은 수달 생태 연구 논문이 발표되자 수달에 대한 연구가 전무했었다는 점에 대한 각성이 일었고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수달의 보존과 복원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때부터 한 센터장은 정부 부처, 환경 단체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하게 됐다.

강원도 화천군은 아예 110억원의 국가 예산을 받아 아시아 최초 수달연구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당시 경남대학교에서 강의전담교수로 재직중이던 한 박사를 센터장으로 초빙해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방천리 파로호 수변지역 4만 여 평에 야생수달보호시설과 수달관찰공원 등을 갖춘 수달마을을 조성했다.

"지리적으로 대한민국의 최북단에 있는 화천군은 오지로 여겨져 외지인들의 발길이 뜸했습니다. 그런데 얼음위에서 낚시를 하는 산천어 축제가 큰 인기를 끌자 자연생태도 지역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 수달연구센터 유치에 적극 나섰습니다. 2013년에 센터 문을 열었는데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고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그는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의 생태자원에도 주목해 남북공동 DMZ 국립공원을 만들어 내자는 구체적 실행계획안을 처음으로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생물보고인 것은 물론, 남북관계 개선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 구상의 단초는 역시 수달이었다. 남북한을 가로막는 철책 탓에 포유류의 남북간 왕래는 거의 70년간 막힌 상황인데 수달에게 무선발신기를 달아 추적한 결과 강 아래쪽 좁은 쇠창살 사이를 오고가며 수달들은 이미 통일을 이룬 상태였다.

한 박사가 오래전부터 추진해오고 있는 수달 연구 중에는 흥미로운 것이 또하나 있다. 현재 서울 한강 유역에는 수달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상태인데 그곳 서울 한강에 수달을 복원하는 계획을 최근 정부기관과 심도있게 협의해 오고 있다.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에는 제주도 수달 조사에도 나섰다. 고문헌에서 1800년도에 제주에 수달이 살았다는 역사 기록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제 제주도에는 수달이 전혀 서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난 1년간 도내 하천에 대한 전수조사를 했고 그 결과는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그가 수달 연구자가 된 데는 유독 운명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그에게는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고3 시절 귓 속 고막이 찢어지고 뇌진탕으로 입원 치료를 해야하는 큰 부상을 당한 후, 병원치료를 하느라 희망하던 대학 입학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재수를 하고 지방대학에 들어가면서 방황도 있었지만, 어린시절 영화를 통해 생물의 진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돼 선택한 생물학과는 그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그가 고3때 겪은 일로 방황하는 모습을 안타까워 하던 가족들은 그가 연구실 생활에 푹 빠져있는 모습에 안도했고 석박사 학위를 따는 것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처음부터 어떤 특별한 목적만을 얻고자 조급했다면 힘든 생각도 들었겠지만 항상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생물 종들을 연구하고 다루는 일은 저에게 너무 흥미로운 일들이었습니다. 또한 그동안 지구상의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생물 종이라는 대상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 점도 연구자의 길을 가도록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볼 때 세상에 널리 드러나는 일은 아니더라도 의미있는 일은 아주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진로 때문에 고민 중인 젊은이라면 흔히 대중적으로 유망한 분야를 선택해서 그 길을 가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무엇을 선택하든 그것을 깊이 있게 인생을 걸고 해 나가는 것이 성공과 만족에 더욱더 가까운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터뷰 말미 그는 제주도가 갖고 있는 고유의 동물자원에 대해 도민과 행정기관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 "제주도가 아름답다는 점은 비단 경관 때문만은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제주의 경관이 우선적으로 다루어져 왔지만 앞으로는 거기에 더해 제주도 고유 생물자원들 그 자체도 제주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제주도는 육지와의 오랜 지리적 단절에 따라 그 생물자원의 독특함과 고유함들이 남아있습니다. 숲과 곶자왈뿐만 아니라 그 속에 살아가던 오소리, 족제비, 사슴류 그리고 제주 바다의 해양포유류들도 특화 되어 다뤄져야 합니다. 외래종을 철저히 관리하고 제주도만의 고유한 특성들을 지키고 밝혀낸다면 나중에 어마어마한 제주도의 자원이 될 것입니다. 제주도에서 포유류 동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시작하거나 복원사업을 한다면 제주도를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부미현기자



한성용 박사는 누구?


한성용 박사는 제주도 제주시 출신(본적 동김녕리)으로 제주 남초등학교와 제주제일중학교, 제주제일고등학교, 경남대학교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산대학 겸임교수, 경남대 강의전담교수로 재직했으며 세계자연보존연맹(IUCN) 수달전문가그룹 한국 대표(1997년~현재),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문화재전문위원(2005~현재), 서울대학교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자문위원(2003~현재), 환경부 한반도 생물지 발간사업 사업단장(2011~2013), 사단법인 한국야생동물연구소 대표이사(1999년~현재), 사단법인 한국수달보호협회 회장(2005년~현재), 사단법인 코리아DMZ협의회 공동대표(2011~현재) 등으로 활동 중이다. UNEP 한국위원회 지구환경포럼 전문위원, 제10차 IUCN 국제수달총회 조직위원장,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건립위원을 지냈다. 한강유역환경청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 원주환경청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 국립공원관리공단 중앙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부미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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