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고 싶은 지역 만들기] (하) 일본의 도시재생 사례

[찾고 싶은 지역 만들기] (하) 일본의 도시재생 사례
“주민참여 유도 방식으로 지속성 담보 가능”
  • 입력 : 2016. 03.03(목)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도시재생에 주민참여형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신개념을 도입한 야마자키 료 교수가 도시재생을 추진중인 지역 주민들과 워크숍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 사진=스튜디오 L 제공

원도심으로 도시 기능 집중시키는 '콤팩트 시티' 추진
야마자키 교수, 주민과 소통하는 커뮤니티 디자인 도입


전국민의 제주앓이로 한 달에 1200명의 인구가 유입되는 제주.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한때 '제주의 명동'으로 불리던 제주시 원도심은 20여년 이상 심각한 공동화현상을 겪고 있다. 그리고 그 원도심 91만㎡에서 올해부터 2020년까지 200억원이 투입되는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된다. 우리보다 앞선 인구 감소로 '조용한 위기'에 직면한 일본의 주민참여형 지방도시 만들기 사례는 제주에도 시사점이 있다.



▶마을·사람·일 만들기와 콤팩트 시티=일본 내각부에는 인구감소 문제 대책을 위한 지방창생추진실(마을·사람·일 창생본부사무국)이 설치돼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인구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은 도쿄(東京)로의 인구 집중으로 지방도시 공동화가 심각하다. 일본 인구는 2008년 1억2808만명으로 정점을 찍은후 2015년 1억2660만명으로 줄었고, 2060년에는 8674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60년에도 인구 1억명 유지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50년 후에는 일본 전 국토의 20%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일본이 몇 년 전부터 추진 중인 콤팩트 시티(Compact City)는 도시 재생을 통한 지속가능한 도시 구축에 목적이 있다. 압축도시인 콤팩트 시티는 외곽지로의 도시 확산을 억제하고 주거와 직장, 상업시설 등 일상적인 도시 기능을 가급적 기존의 원도심 안으로 집중화시켜 인구밀도를 높이려는 도시계획이다.

일본 도쿄에 소재한 내각부 지방창생추진실 아키코 이토 차장과 무기시마 켄지 차장이 지속가능한 도시구축을 위해 추진중인 콤팩트 시티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문미숙기자

콤팩트 시티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는 도야마(富山)현의 도야마시는 공공시설을 중심시가지 지구 안에 집중화하고 중심시가지 지구를 둘러싼 공공교통선로 연결지역들을 거주추진지구로 설정해 인구 밀집도를 높여나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내 각지에서 중심시가지구를 연결하는 노면전차 등 공공교통을 이용하는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요금할인 혜택을 준다. 도야마시는 거주추진지구내 인구비율을 2005년 28%에서 2014년 32%로 늘렸다. 2025년까지는 42%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의 마을·사람·일 만들기 역시 대도시로의 인구 유출을 막고 지역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이다.

일본 내각부 지방창생추진실의 아키코 이토(伊藤明子) 차장은 "마을·사람·일 만들기나 콤팩트 시티는 아직 초기 단계"라면서도 "급속한 인구감소에 따른 위기감을 국민들이 공유하고 일본의 젊은이들을 위해 미래를 걱정하게 됐다는 점은 나름의 효과"라고 밝혔다.

▶후쿠야마시의 주민참여형 도시 만들기

"일본이나 한국이나 도시 재생을 행정이나 전문가가 주도하지만 그 효과가 길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속가능한 도시 재생은 지역주민들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소통하면서 의견을 최대한 듣고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마을에 관심을 갖고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일본내 마을 만들기 전문가로 통하는 커뮤니티 디자이너 야마자키 료(山崎亮) 도호쿠 예술공과대학 교수를 일본 도쿄에서 만났다. 그는 2005년 스튜디오 L을 설립해 여러 지역의 주민참여형 커뮤니티 디자인을 설계하고 있다.

2012년 일본 히로시마(廣島)현 후쿠야마(福山)시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도시재생도 지역주민을 직접 도시재생 과정에 참여시켜 진행됐다. 인구 48만의 후쿠야마시는 외곽으로 도심이 확장하면서 원도심의 백화점 3곳이 문을 닫을만큼 공동화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런 도시 재생을 위해 그가 먼저 한 일은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주민 10명을 만나는 데서 시작해 차츰 30명, 100명으로 접촉을 확대하면서 지역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시작했다"는 야마자키 교수. 그는 의욕있는 젊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연수도 진행해 커뮤니티 디자이너로 키우고 6~7명 단위로 진행하는 주민워크숍의 진행자로 투입해 행정과 주민간 친밀도를 높이고 소통을 이끌어냈다.

야마자키 료 교수

"과거 새 건물을 짓는 하드웨어 위주의 도시개발은 효과가 오래가지 못했다. 하지만 지역공간의 주인인 주민을 설득하고 지역공동체 살리기의 참여자로 유도하는 방식의 도시재생 방식을 통해 시민의식이 변하자 행동하기 시작했고, 공무원 의식이 변하면서 커뮤니티 디자이너가 됐다"고 야마자키 교수는 말한다.

후쿠야마에서도 주민간 긴밀한 소통으로 사진, 제빵, 음악 등 다양한 동호회 모임이 활성화됐고, 문을 닫았던 백화점 한 곳의 1층은 지역주민이 소통하고 공연하는 공간으로 무료 제공되면서 차츰 사람들을 불러모으기 시작했다.

야마자키 교수는 "마을 만들기 사업이 효과를 보려면 최소한 3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1년차에는 주민을 인터뷰하고 지역 특성을 파악해 사업방향을 세우고, 2년차는 실행, 3년차 활동의 핵심은 활동가가 철수한 후에도 주민들이 마을 만들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주민조직을 강화하는 단계다.

야마자키 교수는 관광객들로 넘치는 제주에도 의미있는 말을 건넸다. "지금 경치좋은 곳에 호텔이나 관광시설을 지으면 당장은 손님이 많이 찾겠지만 10년, 20년 후에도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파괴된 제주를 계속 관광객들이 찾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97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