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人터뷰]한라산 100회 등반 74세 유완근씨

[한라人터뷰]한라산 100회 등반 74세 유완근씨
"계속 오르다 보니 한라산에 정 들었죠"
  • 입력 : 2016. 03.04(금)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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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이 일흔 넷의 유완근씨는 지난해 11월말 한라산 정상 등정 100회 기록을 세웠다. 그는 한라산에서 얻은 것들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산행 때마다 쓰레기를 수거해온다. 강희만기자

산행 때마다 쓰레기 수거 등 자연보전 활동 눈길
"산에서 얻은 많은 것 보답하고 싶은 마음 저절로"


'한라산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2일 한라산국립공원 성판악탐방안내소에서 만난 유완근 씨가 짊어진 배낭에는 이런 글이 적힌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그는 수년째 이 현수막을 달고 한라산을 올랐다. 오르다 보니 어느새 백 번째 발자국을 남겼다. 그는 지난해 11월말 한라산 정상 등정 100회 기록을 세웠다. 그의 나이, 올해로 일흔 넷이다.

그의 유별난 '산 사랑'은 이미 입소문이 나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유명하시죠. 70세가 넘은 나이에 한라산 정상을 100번이나 오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더구나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한라산을 오를 때마다 탐방로에 쓰레기까지 줍고 내려오시고요." 한라산국립공원사무소 송양우 성판악관리팀장이 말했다. 유 씨는 "한라산과 정이 들어버렸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가 한라산을 오르기 시작한 건 오래지 않았다. 2012년 6월, 공직생활을 마치고 아내의 제안으로 제주에 정착한 해였다. "처음에는 가면 얼마나 가겠냐고 생각했다"고 그가 말했다. 1975년부터 산과 인연을 맺고 전국에 있는 산을 누볐던 그에겐 한라산만 오르내리는 건, 감흥이 덜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알면 알수록 새롭게 다가왔다. 한라산 안에서 만나는 식물과 곳곳에 서려있는 전설을 마주하는 일은 산을 오르는 또 다른 이유가 됐다. 그는 "어느 순간 한라산에 빠졌다"고 했다. 그렇게 3년여 동안 차곡차곡 모은 한라산등정인증서가 104장에 달한다. 아무리 좋아서라지만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이다.

"산을 오르는 도중에도 중간에 앉아서 쉬는 일이 없습니다.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가다 보면 숨이 찰 일이 없어 쉬어가지 않아도 되지요. 굼벵이가 느려도 느린 게 아니라는 어느 분의 얘기가 맞는 거죠."

그의 산 사랑은 자주 오르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라산을 오를 때마다 탐방로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내려오는 게 일상이 됐다. 탐방객들이 아무 데나 버린 쓰레기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시작한 일이 어언 3년째다. 그가 한라산에 오를 때마다 쓴 산행일지에는 그날 올라간 코스와 시간, 날씨뿐만 아니라 쓰레기 수거, 화장실 청소 등의 기록도 남아있다.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저절로 화가 나더군요. 누가 오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쓰레기를 버리고 갈까 하고요. 길에 버린 쓰레기는 줍기라도 하지만 조릿대 사이나 나무데크 밑에 안 보이게 버리고 가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쓴소리를 한 적도 있지요."

유완근씨의 100번째 한라산등정인증서

그는 "한라산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라고 말했다. 산에서 얻는 많은 것에 보답하는 그만의 방식인 셈이다. 유 씨는 "등산로 입구에 들어서면 항상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인다"며 "이 안에선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를 듣는 것 말고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산을 오를 거냐는 물음에 그는 "끝까지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정이 들다보니 한라산이 더 궁금해 진다는 얘기였다. "한라산의 다른 모습도 궁금합니다. 자주 오다 보니 한라산에 근무하는 직원분들과도 정이 들었어요. 올해도 100회를 더 등반하려고 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걷다 보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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