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그럼에도 투표에 희망 있다

[백록담]그럼에도 투표에 희망 있다
  • 입력 : 2016. 04.11(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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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감귤과 밭작물의 가격하락으로 농가들의 가슴은 타들어가며 계속된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등지는 청년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1차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제주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제 모든 역량을 다 바치겠습니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불평등 해소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불평등을 줄이고 더불어 나눠야 경제도 성장하고 민주주의도 발전합니다. …청년수당, 농산물 가격보장, 노령연금과 같은 제도로 여러분의 지갑을 채워드리겠습니다. 서민의 지갑이 채워져야 경제가 살아나고 우리의 삶이 바뀝니다."

집으로 날아든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지역구 출마자들의 선거공보물 내용이다. 몇 쪽 안되는 자료를 찬찬히 넘기다보니 비슷비슷해보이는 공약 속에서도 정책적 지향점에 차이가 느껴졌다. 맨 앞장의 후보자 정보공개 자료에도 눈길이 멈췄다. 최근 5년간 체납실적과 전과기록, 그에 대한 소명서를 가깝게 볼 기회였다.

4·13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8~9일 사전투표 결과 제주도내 선거인수 50만1332명 가운데 5만3658명이 투표를 마쳤다. 전국 평균 사전투표율이 12.2%로 지난 지방선거보다 높아졌지만 제주 상황은 달랐다. 10.7%로 전국 평균을 밑돌 뿐만 아니라 2014년 치러진 제6회 지방선거 제주지역 사전투표율(11.1%)보다 수치가 떨어졌다.

도내 선거구 여론조사마다 오차범위 안에서 1~2위가 접전을 벌이고 꽃피는 봄날에 때아닌 '살얼음판' 승부가 회자되고 있지만 사전투표장으론 열기가 이어지지 못한 것 같다. 제19대 국회의원선거 제주지역 투표율이 54.7%였는데 이번엔 그보다 높아지길 기대해본다.

오늘날 정치는 많은 사람들에게 부정적 단어를 떠올리는 대상이 됐다. 국회의원만 해도 당선만 되면 4년간 절대적 특권을 누리는 집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유권자 앞에 내놓았던 숱한 공약을 당선 후 실행하지 않아도 그들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어느 인터넷서점 독자들이 미래의 국회의원을 위한 추천도서 1위에 좋은 삶을 다같이 고민하는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올린 것도 정치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보여주는 방증이겠다.

당선자 득표율이 과반에 못미치거나 낙선자와의 차이가 5%p 미만이라 해도 다득표자가 모든 권한을 갖는 선거제도의 불완전성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양한 목소리를 지닌 시민들의 일상적 정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주권을 쓸 가장 손쉬운 방법인 선거에 희망이 있다. 투표율이 낮으면 그만큼 민의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각에서 의무투표제 도입, 선거연령 인하, 투표시간 연장 같은 투표율 제고방안이 거론되는 것은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려는 목적이 있다.

선거공보물을 집안 어디쯤 밀어뒀다면 오늘은 한 번 펴보자. 미처 몰랐던 후보의 이력과 공약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제주 유권자들이 제시한 총선 핵심이슈를 참고해 그가 제주 개발 정책에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가, 도덕성과 청렴성이 있는가 등을 살펴보자. 누굴 뽑을지 결정했는가. 신분증만 있으면 동네 투표소로 가서 후보자를 선택하고 비례대표 정당을 찍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 4월 13일, 이 땅의 미래를 위해 한 표를 던지자. <진선희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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