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7주년]제주관광 질적 성장 위한 제언

[창간27주년]제주관광 질적 성장 위한 제언
준비 없는 성장 그만… 제주섬 보호·과실 분배 절실
  • 입력 : 2016. 04.22(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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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제주에 내린 폭설로 중단된 항공기 운항이 재개되자 한꺼번에 밀려든 관광객들로 붐비는 제주공항.사진=한라일보 DB

관광객 매년 100만 이상 증가→이주민 급증 연쇄반응
초저가 여행·역외유출·환경훼손·교통대란 등 부작용
불법 여행사 완전 퇴출·입장 총량제 등 제도화 시급

제주관광이 초저가 여행상품과 역외유출, 환경훼손과 교통대란 등의 깊은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광 성장에 따른 과실이 골고루 분배되지 않고, 온갖 병폐만 불러일으킨 탓이다.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제주도민들은 관광객 억제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양적 성장에 매달려온 제주관광의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제주도는 2016년을 질적 성장 원년으로 선포했다. 제주관광의 문제와 질적 성장을 위한 선결과제를 짚어본다.

지난 1월 제주에 내린 폭설로 항공기 운항이 중단된 후 공항에서 배출된 쓰레기. 사진=한라일보 DB

# 관광객·이주민·차량 증가 연쇄반응

제주 방문 관광객 수는 2009년 652만명에서 지난해 1366만명으로 6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6년간 매년 100만명(2012년 95만명) 이상 들어온 것이다. 올해도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19일 현재 관광객 누적 수는 415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만여명 증가했다. 지난 1월 폭설에 이어 2월과 4월 돌풍으로 올해 들어 세 차례나 항공기 대거 결항 사태가 발생한 사실을 고려하면 전보다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5년이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를 무너뜨렸다면 2016년은 비수기가 성수기를 넘어서는 현상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최근 두드러진 이주민 증가 현상은 관광객 급증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관광객이 연간 100만명 이상 증가하기 시작한 해가 2010년이고, 이주민은 이듬해인 2011년부터 폭증했다. 인구 증가에 따라 자동차도 늘었다. 제주도 집계 결과 2011년 25만7154대였던 자동차는 2015년 말 현재 31만4602대로 증가했다. 인구가 5만8071명 증가하는 동안 차량이 5만7448대나 불어난 것이다. 관광객과 인구, 차량 급증 현상이 순차적으로 이어져 연쇄반응을 방불케 한다.

# 피해는 고스란히 제주도민 몫

관광객이 증가하자 준비 없는 제주도는 하늘길과 땅길 모두 막히고 있다. 항공기는 평일에도 만석을 기록해 제주도민들은 뭍나들이를 포기하기 일쑤다. 제주공항 진입로와 도심에서는 극심한 교통정체 현상이 반복되고, 공항의 일반주차장은 평일에도 주차공간을 찾기 어렵다. 급기야 승용차가 대형버스 주차장을 점령하기 시작하자 공항공사는 직원들을 투입해 이를 통제하고 있다.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일반 승용차들이 장애인 구역에 주차했다가 하루에 수십건이 적발된 일도 있었다.

환경 문제도 심각하다. 쓰레기대란은 이미 현실화됐으며, 오수처리 능력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지 오래다. 지하수를 공급해야 하는 특성상 물 공급 능력에도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주민 증가와 함께 가속화된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전국 최고를 기록할 정도여서 내집 마련의 꿈도 멀어지고 있다. 제주의 지금 성장은 분명 과잉 성장이다.

고승철 제주도관광협회 관광지업 제1분과 위원장(일출랜드 대표이사)은 "관광객 1300만명이 오는데 제주관광산업은 다 죽고 있다"며 "일부 호텔과 면세점 빼곤 혜택이 없어 상대적 박탈감도 크다"고 지적했다. 외지 자본이 들어와 대규모 개발이 수반되는 관광사업 특성상 역외 유출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관광수입의 역외 유출 문제는 전문가와 업계 등 많은 이들이 줄곧 지적해왔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덤핑상품을 이용하는 중국인 단체관광은 '용두암(무료 공영관광지)-쇼핑(대기업 면세점 또는 중국 자본 소유의 기념품점)'만 맴돌며 제주는 물론 한국관광 서비스의 질과 수익을 떨어뜨리고 있다.

관광객들 차량으로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안도로. 사진=한라일보 DB

# 합법이 불법 보호수단 전락

올해 초 한국관광산업정상화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라는 단체가 감사원에 불공정 여행업 형태를 단속해달라며 심사청구 및 제도개선 민원을 제기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불법 여행업 형태를 단속하고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어서 감사원까지 찾았던 터다. 운동본부는 한국관광시장의 병폐를 바로잡기 위해 뜻을 모은 관광통역안내사들이 만든 모임이다. 합법가이드들은 중국어에 능한 불법가이드에 밀려 단속 시 자격증만 보여주는 보조가이드, 이른바 '싯팅(sitting)가이드'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사실 지금 제주관광이 처한 문제는 이들이 지적하는 문제와 일치한다. 정부나 제주도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들은 개선책까지 제시했다. 개선책은 여행사의 덤핑모객 근절, 관광통역안내사가 일을 얻기 위해 여행사에 지급하는 보증금·예치금·인두세·벌금 등 근절, 관광통역안내사 및 전세버스 기사 생존권 보장, 무자격자 단속 등 모두 12개 항목으로 이뤄졌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실태를 고발하고, 그 해결 방안은 물론 해결해야 하는 논거까지 제시하고 있다.

# 제주 전체를 국립공원으로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많은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일본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제주도와 한국이 겪은 인두세, 덤핑상품, 역외유출 등의 문제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고, 제도로 방지하거나 근절할 수 있음을 반증한다. 운동본부의 지적처럼 불법가이드와 불법가이드를 고용하는 여행사만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해도 관광종사원 처우 개선과 역외 유출 등의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정부부처에 아무리 민원을 제기하거나 요구해도 불법가이드를 강력 단속하려는 의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그래서 가이드들 사이에서는 불법가이드를 고용하는 중국 자본의 대형 여행사가 청와대에 줄을 대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환경 훼손 등의 문제는 제주에서만이라도 시행 가능한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다시 제기되고 있는 ▷한라산 탐방예약제 ▷입도세 시행 ▷공영관광지 요금 대폭 상향으로 관광객 사설관광지 유인 등의 대책이 그렇다. 고승철 대표이사는 "제주도의 자연은 차별적이고 가장 경쟁력 있는 관광자원이므로 더 이상 훼손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지하수, 경관 등 제주도 전체를 국립공원으로 보고 입장총량제나 사전예약제 등의 장치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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