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례동 휴양형주거단지 관련 특별법의 개정, 곽지해수욕장의 해수풀장 사업, 도시계획조례의 자연녹지지역 관련 내용개정은 제주사회가 직면해 있는 지역문제와 행정력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들 개발사업과 정책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을 당시 좀 더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면 문제를 최소화하여 해결할 수 있는 사항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이들 개발사업과 정책은 충분하고 적절한 논의, 해결방안 없이 추진되면서 제주사회에 너무나 큰 피해와 상처만을 남기고 말았다.
예례동 휴양형주거단지 관련 특별법의 개정은 대법원의 위법판결에도 불구하고 간단히 법 개정만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었을까 의문이 남는다. 법 개정에 적극적이었던 야당 모 의원의 설명처럼 국부(國富)유출이 우려되어 법 개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 국부가 유출될 정도의 개발사업을 추진했던 해당기관과 책임자에 대한 문책 조치는 왜 하지 않는지 시민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도시계획조례의 개정사항도 2012년 11월 도시계획조례 전면개정 공청회 당시 도시계획상 자연녹지지역의 목적과 기능을 고려한 적정 개발방식에 대한 논의보다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논의에 치중하며 오히려 개발행위를 완화했고 불과 3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난개발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누구에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인가? 게다가 장기적으로 난개발지역에 대해 도민의 세금으로 주거환경 정비사업을 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 도의회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일부 주장대로 건설경기는 호황이지만 지역경제는 그렇지도 못한 실정이다. 개발이익이 특정 영역에만 치중된 것이어서 도시와 건축이 추구해야 할 본질적인 가치, 즉 공공성의 가치를 크게 훼손한 것이다. 곽지해수욕장의 해수풀장 개발사업도 아름다운 해안풍경을 가진 곽지해수욕장의 장소적 가치평가를 하지 못하고 인위적인 구조물을 조성하려는 조성방식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제주미래비전 연구에서 핵심가치로 제시한 '청정과 공존'에 대한 철학부재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제주신항건설도 큰 맥락에서 본다면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근본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인가?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가장 명확한 점은 개발사업과 정책을 추진하기 앞서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 개발사업과 정책입안 초기단계에서부터 치밀하게 검토하는 단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즉 기획단계의 업무기능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본래 기획이란 일을 꾀하여 계획한다는 의미로 초기단계의 개략적인 방향과 지침 등을 체계화하는 단계 혹은 작업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행정의 기획은 의도하는 목적이나 내용을 파악, 논의, 협의하여 결정하고 보다 높은 질의 정책결과를 생산하기 위해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협의하며, 법률적·기술적·경제적인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 분석하여 최적의 계획을 세우는 작업을 의미한다. 또한 공간사용의 효율성, 운영과정에서 발생되는 제반비용 등 사회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 등을 고려할 때 지침단계에서 치밀하게 검토되어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의 기획력은 개발사업과 정책의 내용 전체를 통찰하고 조직하고, 연계하는 강력한 힘이자 기초단계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것이다. 아울러 기획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치밀한 사전 조사·분석에 근거하여 개발사업과 정책적 대응의 기획안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의 통념적 가치관과 삶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고 있는 이 시대에 행정도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이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