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3)민오름~큰지그리오름~목장길~바농오름~교래곶자왈~목장길~민오름숲길~비자림로 삼거리

[2016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3)민오름~큰지그리오름~목장길~바농오름~교래곶자왈~목장길~민오름숲길~비자림로 삼거리
계절의 길목, 신비로운 빛깔 뿜어내는 숲길을 거닐다
  • 입력 : 2016. 06.15(수) 00:00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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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여름의 길목에서 마주한 숲길은 신비로운 빛깔로 탐방객들을 반겼다. 사진은 안개비 날씨 속에 민오름 숲길을 걷는 탐방객들. 강희만기자

오름·곶자왈·목장길 한 번에 둘러 보는 탐방길
비날씨 속 안개와 싱그러운 신록 어우러져 운치
때죽나무·줄딸기·인동초 등 꽃·열매 곳곳 산재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6월의 숲. 나무는 나무대로, 풀은 풀대로, 꽃은 꽃대로, 봄과 여름의 길목에서 저마다 매력을 뿜어낸다.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6월의 숲은 신비감으로 넘쳐났다.

지난 4일 올해 세번째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가 진행됐다. 이번 에코투어는 제주시 봉개동 민오름에서 출발해 큰지그리오름~목장길~바농오름~교래곶자왈~목장길~민오름숲길~비자림로 삼거리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이른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지만 집결지인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앞에 참가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참가자들을 가득 실은 버스가 민오름 입구에 멈춰섰다. 버스에서 내린 참가자들은 비옷을 갖춰 입고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몸을 풀어주며 빗속 탐방에 나설 준비를 했다.

길잡이로 나선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오름과 곶자왈, 목장길, 숲길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복합적인 매력을 지닌 것이 이번 코스의 특징"이라고 귀띔했다.

민오름에서 큰지그리오름으로 가는 길.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긴 건 신록이 우거진 오름의 숲이었다. 비가 와서 인지 녹음이 한층 더 짙어진 기분이다. 울창한 나무숲 사이로 걷는 촉촉한 흙길은 때죽나무 꽃이 길바닥에 촘촘이 떨어져 하얀색으로 물들었다. 하얀 꽃잎은 싱그러운 신록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했다. 떨어진 꽃잎을 밟고 가려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슬쩍 피해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렇게 절정을 이룬 때죽나무 꽃은 오르내리는 길 내내 우리와 함께했다.

수풀이 우거진 길이 이어졌다. 양 옆으로 빗방울이 맺힌 풀과 작은 나무들을 헤치며 참가자들이 한발 한발 내딛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마치 탐험이라도 하듯 설레임을 안고 색다른 풍경들과 마주한다. 그렇다. 에코투어의 매력은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 제주의 숨은 속살을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1시간쯤 걸었을까. 큰지그리오름 정상에 올라섰다. 해발 598m 높이의 큰지그리오름에 오르면 한라산과 수많은 오름의 풍광을 한 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그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데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오름 정상에 머물지도 못한 채 아쉬움 속에 바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큰지그리오름에서 내려오니 목장길이 이어졌다. 드넓은 초원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풀을 뜯던 누런 소들이 우리를 쳐다보다 어디론가 우르르 달려간다. 목장길을 따라 조금만 들어서면 금세 제주돌문화공원 후문 쪽에 위치한 바농오름 입구에 다다른다.

오름·곶자왈·목장길로 이어지는 에코투어 3차 코스에서 만난 다양한 동식물들. 위로부터 산딸기, 인동초, 산딸나무꽃, 달팽이.

바농오름을 오르는 길은 가팔랐다. 숨이 제법 차올랐다. 삼나무와 소나무 숲을 따라 20분 정도 오르다보니 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발 500m가 넘는 바농오름 정상에 올랐지만 큰지그리오름과 마찬가지로 안개 때문에 원형 분화구와 더불어 주변 오름의 풍광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 대신 짙은 안개가 주는 운치와 시원함으로 마음을 달랬다.

바농오름에서 내려와 향한 곳은 교래곶자왈. '제주의 허파','살아 숨 쉬는 땅'이란 수식어답게 숲은 생기로 넘쳐났다. 오솔길 양옆으로 이끼 옷을 입은 나무들과 식물, 돌 등이 뒤섞인 채 어우러져 저마다 생명력을 뽐내며 신비로운 빛깔을 낸다. 영롱한 초록빛을 간직한 숲길은 한발 한발 내딛는 참가자들을 반겼다.

숲길에서 벗어나니 넓은 초지길이 펼쳐졌다. 탁 트인 푸른 초원에 안개가 은은하게 피어오르니 한 폭의 그림 같고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다양한 모양을 갖춘 거대한 나무들이 그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꽃과 열매들도 지천에 가득했다. 하얀 꽃을 활짝 피운 산딸나무를 비롯해 금빛과 은빛을 모두 보여주는 인동초 꽃, 그리고 탐스러운 새빨간 열매가 달린 줄딸기, 자주빛 오디 등 길에서 만난 꽃과 열매는 참가자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안겨줬다.

참가자 진선조(50)씨는 "올해 3번째 참가인데, 빗 속 탐방도 나름 운치가 있었다"면서 "비가 내려야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을 마주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한라일보사는 오는 12월까지 매달 2회 주말을 활용해 생태관광 힐링 프로그램인 '2016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 18일 진행되는 제4차 에코투어는 남조로변~구두리오름~가문이오름~가시천~쳇망오름~목장길~여문영아리오름~송천~목장길~물영아리오름 둘레길을 탐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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