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서해훼리호가 침몰하고/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지하철이 불타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을 것이다./ 분노는 안개처럼 흩어지고, 슬픔은 장마처럼 지나가고/ 아, 세상은 또 변하지 않을 것이다 -백무산 시인 '스물두 살 박지영 선장!' 중
304명의 희생자 그들의 가족들은 말할 나위 없고 가뜩이나 힘겨운 대한민국을 살아 가는 전 국민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트라우마를 남긴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 참사 발생 800여일이 지나간다. 그리고 인정하기 정말 곤혹스러운 4·16세월호참사 특조위 공식 활동의 법적인 일정이 종료된다. 기록되지 않은 것은 기억되지 않는다. 사실상 세월호 참사 관련 밝혀진 진실은 거의 없다. 참으로 당혹스러운 것은 과거 대형 참사와 관련된 기록이 거의 전무하다는 사실 하나가 밝혀졌다.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견디기 힘든 심적 고통을 감내하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절대로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하는 상식의 사회를 소망하며 잔인한 조사에 기꺼이 응했음에도 말이다. 제주는 304명 그들 짧은 인생의 이르지 못한 최종 목적지가 되어 버렸고 우리는 여전히 여기 살고 있다. 이제는 이 곳의 주인으로서 제주를 향했던 젊은 영혼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주기 위한 깊은 배려를 실천할 때이다. 어린 학생들의 영혼이 언제든 편하게 제주에 머무를 수 있고 또 제주를 살아 가는 청소년들에게도 더불어 사는 사회를 배우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요즘 이정현 청와대 전 홍보수석이 KBS 국장과 나눴던 세월호 관련 언론 조작 및 은폐 시도와 관련한 녹취 내용이 화제거리다. 정말 경악스럽고 패륜적인 내용이다. 언론 역할의 부족함이 과연 KBS뿐이었겠는가? 세월호와 관련하여 제주특별자치도청과 언론들의 역할은 무엇이었나를 묻고 싶다. 언론이 현상(사건) 본질에 관한 질문은 하지 않고 조건반사적인 행태만 반복하고 있지는 않았는가? 문제의 근원을 정확히 캐고 묻고,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묻고, 여러 대안들을 공론장으로 끌어내어 대중들과 매개하는 본연의 임무에 얼마나 충실하였는가? 즉자적, 조건반사적으로 사건,사고에만 대응한다면 더 이상 정상적인 언론이 아니지 않은가! 우리 제주도를 찾아 오던 손님들이 참사를 당했는데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물어야 한다. 강정으로 실어 나르던 그 무거운 철근이 세월호를 가라앉게 하지는 않았는가? 궂은 날씨에도 강정으로 가야하는 철근등 때문에 무리한 운항을 하지는 않았는가? 우리 제주도도 세월호 참사 가해의 공범중에 하나임을 느껴야 하고 처절한 반성과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제주도 차원의 최소한의 도덕적인 예의도 찾아 볼 수가 없다. 해마다 수많은 수학여행단과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아온다. 방문객들이나 제주도민들 모두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세월호 관련 상징물(위령탑이어도 좋다)은 있어야겠다. 이것이 바로 제주를 찾는 국민들이나 우리 제주도민들 모두가 그들을 영원히 기억하는 최소한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올해 제주국제대학교에 음악을 꿈꾸었던 단원고 학생 일곱 명이 명예입학 하였다. 이 어린 일곱 명 뮤지션들의 꿈을 진혼하기 위해 많은 기성 뮤지션들이 제주에서의 공연을 희망하고 있다. 이런 의지를 실천하게 하는 것이 우리 사는 제주가 생명이 가장 존중되는 생명의 섬, 단 하나의 생명도 모두가 최선을 다해 지켜내는 안전의 섬이 되는 길이다. 지금은 별이 되어 버린 희생자들을 제주도민과 관광객들 모두가 더불어 음악으로 진혼하는 것…. 아름답지 아니한가! <문윤택 제주국제대학교 교수·언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