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문화예술섬 제주가 나아갈 방향

[한라칼럼]문화예술섬 제주가 나아갈 방향
  • 입력 : 2016. 08.02(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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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제주 한달살이 열풍이 심상치 않게 불고 있다. 제주를 짧게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장기간 체류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에서 무엇을 얻고자 이들은 자신의 일상도 중지한 채 고비용을 치러가며 제주에 머무르려는가. 아마도 제주의 소박하고 평화로운 일상과 그 삶의 방식에 매료되어, 겉모습뿐 아니라 그 속내 또한 궁금해 하며 이곳 삶과 문화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려는 것이 아닐까.

이런 변화에 호응하듯 최근 제주도가 '문화예술섬 제주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천혜 자연환경 안에 간직된 고유의 섬 문화와 전통, 그리고 매년 증가하는 문화예술이주민과 더불어 형성된 문화공동체는, 제주가 자연스레 문화예술 공간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전제조건들이다. 이를 바탕으로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이 더 활성화 되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한, 중, 일 애니메이션 협력 허브를 목표로 창설된 아시아 CGI 애니메이션 센터, 제주문화예술재단의 각종 지원 사업 확장, 문화예술 재능기부 및 활성화를 위한 도의회의 조례안 발의 등은 문화 육성 터전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이는 제주에 대한 아낌없는 공적인 투자들이다. 게다가 도정 주관 하에 수차례 개최될 '문화예술섬 조성,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는 제주 문화예술섬 조성 공론화를 목표로 도민으로부터 공감과 의견을 얻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문화의 신바람을 일으키며 제주문화역량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도정의 노력은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과 부가가치 높은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제주도민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나 이 제주문화예술창달을 위해서는 제주도정이 문화의 영역에 상당히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 다시 말해, 문화예술 정책이 도정 주도로 하향식으로만 진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애초에 문화의 성질이 단순하게 정의내릴 수 없고 계획한대로 그 결과가 도출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일례를 들어, 예이츠와 조이스 등 세계 대문호를 배출한 20세기 초 식민지 아일랜드는 온전한 정부가 있지도 않았고 어떠한 지원조차 기대할 수 없는 척박함 그 자체였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아일랜드 민족 정체성의 위기와 열악한 환경 하에서 문화가 꿈틀대며 피어나기 시작했다. 또한 산업폐기물로 한 때 버려졌던 일본의 나오시마 섬이 예술의 섬으로 재탄생하기까지는 기업의 후원과 천재 건축가의 재능 뿐만 아니라 섬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더불어 십여 년이 넘는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했다. 공식을 세워 기획한대로만 만들 수 없는 것이 바로 문화의 성격이다. 우연하게 혹은 수많은 변수들이 뒤섞여 수많은 세월을 거치며 무의식적으로도 형성된 삶의 양상들로 문화의 외연은 확장되는 것이다. 이 문화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더해지는 것은 좋지만, 단기간 내 확실한 성과를 정량평가하고 보고하는 관행이 뿌리 깊은 관공서들이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주역이 되는 것은 처음부터 미스캐스팅이다. 문화예술섬을 위해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제발 정답을 내리지 말기를 바란다. 문화의 주체와 내용, 그 형성 방식을 단정한다면, 불행히도 문화가 가진 상상력과 그 폭발적 기운을 미리 꺾어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 도정이 전면에서 문화예술섬 조성(造成) 방향을 지시하는 감독직을 내려놓고 문화가 융성할 수 있도록 뒤에서 분위기 형성을 조성(助成)할 때, 비로소 '문화예술섬 제주'라는 종합예술극을 성공적으로 무대 위에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고찬미 한국학중앙연구원 전문위원·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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