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2000년 전 한일 교류의 현장을 되짚다

[책세상]2000년 전 한일 교류의 현장을 되짚다
허문영의 ‘한국의 일본, 일본의 한국’
  • 입력 : 2016. 10.28(금)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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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한일전만 보더라도 양국간에는 친분도 경쟁도 아닌 복잡한 무언가가 잔뜩 쌓여있는 듯하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와 섬으로 이루어진 열도로 지리적으로 반드시 부딪칠 수밖에 없었던 두 나라. 하지만 한일 두 국가의 관계를 일방적인 문화 원조나 식민 피지배 시기로만 한정짓기는 어렵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 그 어느나라보다 문명적 유사성을 함께 지니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2015년 서재필 언론문화상, 2016년 일한문화교류기금상을 수상한 이 책은 2015년 6월15일부터 12월15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된 '수교 50년, 교류 2000년-한일, 새로운 이웃을 향해' 시리즈를 엮은 것이다. 14명의 특별취재반이 직접 일본 곳곳을 돌아보며 취재한 것으로 청동기와 벼농사를 전수한 고대부터 종교·건축·공예 등 다방면에 걸쳐 선진 문물을 전파한 삼국시대와 통신사의 조선시대까지, 우리 조상들이 일본과 교류해온 역사를 훑어보고 있다.

내용은 총 3부로 나눠져 있는데 1부에서는 삼국 중에서도 특히 백제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일본에선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백제의 피가 흐르는 혈통부터,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백제(구다라)와 연관된 지명들과 유물·도시 등을 통해 백제의 흔적을 짚어보고 있다. 2부에서는 고구려와 신라, 그리고 임진왜란 후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일본의 도자 산업의 기틀을 만든 한반도 도래인 후예들의 활약과 원효·의상·장보고 등 일본과의 교류를 통해 흔적을 남긴 위인들의 이야기도 함께 실려 있다. 마지막 3부는 한류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조선 통신사에 대한 이야기다. 왜란 이후, 국교 단절에서 국서를 위조하면서까지 다시 교류를 틀고 19세기까지 열두 차례에 걸쳐 방문한 통신사와 이를 극진히 대접하며 받아들인 일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저자들은 옛 조상의 손길이 닿았던 일본의 각 지방과 박물관, 도시 등을 취재하면서 어찌보면 우리보다 더 소중히 우리 조상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일본의 모습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우리가 일본에 선진 문물을 전해준 문화적 우위가 아닌, 한일 양국이 통신(通信-신의로써 교류한다)으로 문화교류의 꽃을 피웠다는 역사적 사실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민족 감정과 별개로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한일 관계의 실마리를 푸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은행나무.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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