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6)]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 ⑥스텝, 그 광활한 초원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6)]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 ⑥스텝, 그 광활한 초원
혹독한 대륙성 기후와 강수량 변화로 다양한 서식지 가능
  • 입력 : 2017. 02.20(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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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과 반사막의 스텝지역에 널리 분포하는 좀골담초. ·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몽골 대부분 스텝·반사막스텝 식생대
골담초속·동토쑥 등 건생 식물들 많아

김찬수 박사

울란바토르 시내를 벗어나면 광활한 초원이 펼쳐진다. 간간이 소규모 촌락을 볼 수도 있지만 주로 독립적인 게르들이 쉽게 눈에 띈다. 한 두 채의 게르, 그 옆에 소형 트럭 또는 오토바이, 풀을 뜯고 있는 가축 떼, 운이 좋으면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그 다정한 주인과 함께하고 있는 개들을 볼 수도 있다. 이런 광경을 보고 있으면 이 넓은 초원은 대체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 것일까? 몽골의 식생은 이런 것인가? 식물은 어떤 것들인가? 가축들이 좋아하는 식물은 어떤 종류들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피어오른다. 대원들은 아침 일찍 출발해서인지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이 넓은 초원을 이루고 있는 몽골은 사실 시베리아 타이가와 중앙아시아 스텝의 중간지점에 걸쳐 있다. 그러므로 유라시아 대륙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이 광활한 초원조차도 그다지 넓은 게 아니다.

몽골은 또한 지금 눈에 보이는 초원으로만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산악지형으로 되어 있는 곳도 많다. 혹독한 대륙성 기후와 그에 따른 강수량의 변화, 이러한 요인들은 몽골 영토 내에서도 매우 다양한 서식지를 만들어 내게 하는 것이다.

목적지 알타이의 알락 하이르한 산은 울란바토르에서 1200㎞, 한라산에서 연길 거리와 같다. 사진=구글맵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면서 춥고 습한 기후가 점차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로 바뀐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서 식생도 바뀌는데, 언필칭 타이가, 스텝, 사막의 3개 주요 식생대라고 하는 것이다. 이 식생대들 사이에는 전이지역들도 넓게 발달해 있다. 즉 타이가와 스텝지역 사이에 있는 산림스텝지역, 스텝과 사막지역 사이에 형성하는 사막스텝들이다.

그러므로 몽골의 식생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면서 타이가, 산림스텝, 스텝, 사막스텝, 사막, 여기에 고산식생대를 더해서 6개 식생유형이 형성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식생유형에 상응하여 당연히 경관도 결정된다.

스텝(steppe)은 초원을 의미하는 러시아의 고어 степь(step)에서 유래했다. 산악에 형성된 초원, 관목림, 온대 초원, 사바나, 덤불숲으로 된 생태계 또는 생태지역으로 비교적 강과 호수 같은 수계에서 떨어져 있으면서 나무들도 많지 않은 초원평원을 일컫는다. 이 용어는 또 숲을 지탱하기에는 너무 건조하고, 사막이 되기에는 충분히 건조하지 않은 정도의 기후를 의미하기도 한다. 스텝은 경관생태학적으로는 초원을, 기후학적으로는 스텝기후를 표현하는 것이다.

토양은 주로 체르노젬형(chernozem type)이다. 이 토양은 흑색토양이라고도 하는데 러시아 남부, 유럽 중부, 북아메리카 중부의 온대에서 냉온대의 아습윤기후(연강수량 400~600㎜)하에 있는 초원지대에 널리 분포한다.

스텝지역은 반건조지면서 대륙성 기후라는 특징을 갖는다. 여름 기온이 45℃까지 올라가고 겨울에는 -55℃까지 내려가는 극단 기온을 갖는다. 여름과 겨울 간 차이 외에도 낮과 밤의 기온차도 심하다. 몽골의 경우 낮 기온이 30℃였다 밤에는 0℃ 이하로 내려가기도 한다. 연강수량은 250~510㎜ 정도다.

세계적으로 가장 넓은 스텝지역은 '그레이트 스텝'이라고도 하는 동유럽에서 중앙아시아에 걸쳐 있는 지역이다. 서쪽으로는 우크라이나에서 시작하여 러시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을 관통하면서 알타이, 코펫 다그, 텐샨산맥을 거쳐 만주에 이른다.

몽골의 식생대는 생태학적 측면에서 크게 고산벨트, 산림타이가벨트, 산림스텝, 스텝, 반사막스텝, 사막지역의 6개로 구분하고 있다. 그 중 스텝은 몽골 면적의 34.2%로 6개 식생대 중 가장 넓다. 면적은 무려 53만5743㎢에 달한다. 이 식생대의 대부분을 초원이라고 볼 때 초원만도 남한 면적의 5.3배 정도가 되는 셈이다.

몽골에서 스텝 다음으로 넓은 식생대는 반사막스텝으로 23.4%다. 이 식생대 역시 크게는 스텝에 포함할 수 있는 식생이다. 그러므로 이 두 식생대를 합친 면적은 57.7%로 사막을 제외한다면 몽골의 대부분이 스텝식생대라 해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 반사막스텝에는 스텝과 마찬가지로 골담초속 식물들(Caragana)과 동토쑥(Artemisia frigida)을 포함하고 있지만 중앙아시아 식생의 영향을 받아 그 중간 전이지대 종들도 많다.

다음으로는 사막지역 19.1%, 산림스텝 15.2%, 산림타이가 4.5%, 고산벨트 3.6% 순이다. 스텝은 다시 초원스텝, 전형스텝, 건조스텝 등 3개의 아식생대로 나뉜다. 34.2%를 차지하는 이 스텝은 초원스텝 4.3%, 전형스텝 10.1%, 건조스텝 14.3% 산림스텝 5.5%로 되어 있다. 이 스텝의 주요 구성종 역시 골담초 속 식물들(Caragana)과 동토쑥(Artemisia frigida)과 같은 건생식물들이다. 골담초에 속하는 식물들은 몽골식물을 다루기 위해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하는 식물들이다. 한라산에도 이 무리의 식물들이 있을까?

스텝의 주인 ‘카라가나’

골담초속 학명 몽골어 기원
우리나라에선 약용으로 재배

좀골담초와 난쟁이골담초.

골담초속(Caragana)은 콩과에 속하며 주로 관목이나 드물게 소교목도 있다. 몽골사람들은 카라가나라고 부른다. 이 학명이 몽골어에서 기원했음을 알 수 있다. 땔감이나 가축의 먹이식물로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몽골인과는 뗄래야 뗄 수가 없다.

탁엽은 낙엽기가 되면 쉽게 떨어지거나 오래 떨어지지 않는 종도 있으며 드물게 가시모양으로 되는 종도 있다. 잎은 깃 모양의 복엽이거나 부채모양으로 배열한다. 작은 잎 4~20개로 구성한다. 꽃은 잎겨드랑이에서 나오고 보통 1개씩 나오지만 2~5개가 다발을 이루기도 한다. 꽃받침은 관모양이거나 종모양이다. 꽃잎은 주로 황색이지만 드물게 분홍색도 있다. 씨방은 여러 개로 되어 있다.

꼬투리는 원통형 또는 납작 눌린 모양이다. 관상용으로 널리 심고 있으며, 토양이나 물을 보전하기 위해 심는데 최근에는 사막화방지를 위해 많이 심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약용으로 재배하는 경우가 있다.

히말라야, 중앙아시아를 포함하는 온대 아시아와 동 유럽에 100여 종이 있다. 중국에 66종, 러시아에 28종, 몽골에 13종이 알려져 있다. 골담초속은 잎이 깃 모양의 복엽을 가진 종들과 부채모양으로 배열하는 종들로 구분할 수 있다. 몽골에 분포하고 있는 13종 중 깃 모양 잎을 가진 종은 좀골담초(Caragana microphylla) 등 8종, 부채모양으로 배열하는 잎을 가진 종은 난쟁이골담초(Caragana pygmaea) 등 5종이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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