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7)]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⑦카라가나의 분산과 분단분포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7)]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⑦카라가나의 분산과 분단분포
카라가나 분포양상 기반 중국·몽골·한국 등 식생연관 가설 세워
  • 입력 : 2017. 02.27(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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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분포의 전형 암매. 한라산, 시베리아 예니세이강에서 캄차카를 넘어 베링해의 여러 섬에 분포한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카라가나 3개 분계로 진화·분화한 것 추정
독특한 한라산 식물상의 미스터리 풀 열쇠

김찬수 박사

골담초속 식물(Caragana)은 스텝의 건조지나 반사막 스텝 식생이면 거의 볼 수 있는 나무다. 아주 건조한 곳에서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로 비유하자면 낙타와 같다. 전 세계적으로 거의 100종에 달한다는 기록들도 있지만 최근에 발표된 자료들은 70~75종 정도다.

몽골에는 13종이 분포한다. 이들은 다음 세 가지로 좀 더 자세히 분류할 수 있다. 즉 잎이 깃 모양이고 엽축은 낙엽성인 무리, 잎이 깃 모양이고 엽축은 오래 남아있는 무리, 잎이 부채모양으로 배열하는 무리다.

그런데 카라가나는 중앙아시아의 넓은 지역 다양한 환경에 분포한다는 점, 같은 종이라도 분포지역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 분포지역에 따라 특정 종들이 같이 따라다닌다는 점에서 과학자들의 관심이 높다. 러시아의 코마로프는 형태변이와 분포양상을 기반으로 중국과 몽골의 식생연관 가설을 세우면서 이 카라가나를 이용했다. 그는 몽골 카라가나도 동아시아, 아마도 중국의 일부랄 수 있는 지역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했다. 텐샨에 있는 발하쉬호 남부와 그 인접한 오늘날의 몽골영토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한 연구보고도 있다. 몽골학자 산치르와 몇몇 학자들은 온대종인 큰골담초를 이 속의 조상종으로 제안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에 진전된 관련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분산과 분단분포 분석이라는 방법에 의한 것이다. 이 방법은 화석기록이 없는 종의 기원지와 이동경로를 결정하는데 유용하다. 그 결과는 산치르의 견해와 유사했다.

깃 모양 잎과 엽축이 낙엽하는 큰골담초(Caragana arborescens), 깃 모양 잎과 엽축이 낙엽 않는 가시털골담초(C. jubata), 잎이 부채꼴로 배열하는 좁은잎골담초(C. stenophylla), 분단분포 종들이다.

우선 중국의 극동 및 북동지역과 알타이-사얀지역이 하나의 분단분포를 형성했다. 이것은 큰골담초의 분포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종은 중국의 극동 및 북동지역과 알타이-사얀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이 두 지역 간에는 2000㎞나 떨어져 있다, 몽골고원으로 격리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분단분포라고 한다. 격리분포하고도 비슷한 개념이지만 분단분포는 지리적, 기후적 장벽에 의할 때만 해당된다.

이와 같은 분단분포들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 현상으로 분석됐다. 첫 번째 분단현상은 중국의 극동에서 북동에 이르는 지역과 알타이-사얀지역에서 존재한다. 두 번째 분단현상은 몽골고원, 중국북부, 중국 친링산맥, 헹두안산맥들과 첫 번째 분단현상에 포함된 지역들을 뺀 여타의 지역 간에 있다. 이 분단은 동아시아와 테티해(Tethys) 사이의 광대한 지역의 분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분단현상은 동아시아 아열대와 신장과 서 간수, 텐샨산맥, 파미르-알타이, 남유럽-서시베리아 등 중앙아시아와 같은 서부지역 사이에 나타난다.

그래서 중국북부, 중가르-알타이-사얀지역은 잎이 복엽이면서 엽축이 일찍 떨어지는 종들, 중앙아시아는 잎이 복엽이면서 엽축이 잘 떨어지지 않아 오래 남는 종들, 칭하이-티베트고원 중앙은 잎이 부채모양으로 배열하면서 엽축이 오래 남는 종들로 진화와 분화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화는 곧 여러 지리적 자매종들을 발생시킨 결과를 낳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분단분포가 일어난 것일까. 카라가나는 1600만년에서 1400만년 전에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칭하이-티베트 고원이 융기하기 시작한 2100만년~1700만년 전, 즉 마이오세 초기에 진화를 시작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당시 칭하이-티베트고원은 평균고도 2000m에 도달했다. 그 후 이 고원이 급속히 융기 하던 800 만년 전에 카라가나는 이와 같은 3개의 분계로 진화하고 분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도출된 가장 뚜렷한 결론은 이 속의 진화를 주도한 역할은 분단분포 대 분산이라는 것이다. 카라가나의 경우 인도아대륙이 유라시아대륙과 충돌하면서 히말라야를 비롯한 티베트고원이 융기하고, 이러한 장벽으로 대양과 단절되면서 중앙아시아의 건조화, 그리고 사막화, 크게 높아진 여러 산맥들에 의한 격리와 관련이 있다고 상정할 수 있다. 몽골고원과 티베트고원은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서부간의 분산의 장벽이라는 가설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한라산의 식물들은 이런 과정에서 예외적일까? 독특한 한라산 식물상의 미스터리는 바로 여기서 풀리는 것이다.

글=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식물은 어떻게 퍼져 나갈까?

한라산의 식물은 어디서, 어떻게 왔을까. 어떻게 생겨났을까? 식물은 우선 분산이라는 방법으로 퍼져나간다. 태어난 장소 또는 현재 서식하고 있던 곳에서 이동하여 흩어지는 것을 말한다. 사전적 정의를 보자(아카데미서적 생물학 사전 참조).

지역생물상의 성립요인을 추구하는 경우 각각의 생물군에 공통되지 않는 개별적인 요인, 동일지역에 분포하는 복수의 생물군의 계통관계, 종 분기도의 일치, 불일치에 근거해 추론한다. 복수군의 종 분기도 모양이 지리적으로 일치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생물상 전체에 걸친 공통요인 즉, 분단현상의 존재를 가정할 수 있다. 한편 종 분기도의 모양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 관해서는 개별요인(분산)에 의해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라산에 분포하고 있는 종들에 관해 식물상 해석을 위해 종 분기도를 분석한 예는 없다. 그래도 현재의 분포상태를 보고 분산에 의한 분포와 분단현상에 의한 분포 모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는 있다.

분단현상이란 격리분포에 이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생물은 어떤 경우에 같은 종인데도 분포지역이 상호 이주나 유전자교류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충분히 격리된 복수의 지역에 분리돼 있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격리분포 또는 불연속 분포라고 한다. 이것은 우발적인 장거리 분산에 유래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전의 연속적인 분포역이 지형이나 기후의 변화로 분단됨으로써 생긴 것으로 간주된다.

한편 격리 또는 분단으로 고립된 생물들이 어떤 요인에 의해 생식적, 유전적으로 완전히 분리가 되면 새로운 종으로 분화하게 된다. 이런 종들을 지역적 자매종이라 한다. 한라산에는 분단분포 종과 지역적 자매종들이 많다. 암매는 분단분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종은 곤충에 의해 수분이 이루어지는데 그러기엔 너무 먼 한반도를 건너 뛴 시베리아, 캄차카, 사할린 등과 공통으로 분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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