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13)]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⑬모래언덕 위의 자작나무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13)]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⑬모래언덕 위의 자작나무
별도로 떨어져나간 모래언덕 ‘엘슨 타사르해’서 자라는 자작나무
  • 입력 : 2017. 04.17(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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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비 5㎞, 길이 80㎞의 모래언덕으로 되어 있는 엘슨 타사르해. 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모래언덕 위 자작나무과 식물들 서식
주변 웅덩이 물기가 나무 자라는 원천

김찬수 박사

여기는 엘슨 타사르해 코그노 타르나 국립공원이 정식 명칭이다. 이 국립공원의 본부는 불간아이막의 라스한트마을에 있다. 엘슨 타사르해는 코그노칸산과 바트칸산 사이 저지대를 따라 형성되어 있는 모래언덕이다.

엘슨 타사르해, 바로 이 모래언덕이다. 언덕이라 해도 그냥 언덕이 아니다. 그 규모가 엄청난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폭 5㎞에 길이가 무려 80㎞에 달한다. 엘슨 타사르해의 어원은 '별도로 떨어져 나간 모래언덕'이라는 뜻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푸른 초원의 한 가운데에 만들어진 진정한 사막조각이라는 뜻이다. 이곳의 자연은 정말 독특한데 뭐니 뭐니 해도 한 장소에서 몽골 고유의 풍경을 하고 있는 산과 숲, 그리고 고비사막 형태의 경관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곳은 또 옛 몽골제국의 수도였던 카라코룸에서 동쪽으로 80㎞ 지점이기도 하다. 이 도시는 역사적으로나 식물학적 특징에서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 기회에라도 살펴보기로 하자.

모래언덕을 오르자 멀리 산봉우리들과 강이 보인다. 여기서 바라보이는 강이란 넓은 평원처럼 보여서 강이라기보다는 마치 평야 같았다. 물도 없었다. 그저 군데군데 얕은 웅덩이들만이 햇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아마도 코그노칸산과 바트칸산의 고지대에서 발원해 어떤 사건처럼 비가 많이 내렸을 때만 일시적으로 흐르는 것 같았다. 지형적으로는 타르니아강(Tarnia river) 유역으로 강바닥은 해발 1165m이다. 그래도 그 강변에 고이는 물기가 이 건조한 모래언덕에 나무들을 자라게 하는 원천이다.

연평균기온은 -2℃, 1월에는 -44℃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한 여름철을 제외하면 아주 추운 곳이다. 연평균 강수량은 250-300㎜인데 80-90%는 비 상태로 내린다.

모래언덕은 거의 대부분이 이 보호지역의 서부와 남서부에 있다. 높이 2-3m 정도 되는 제법 큰 나무들이 보인다. 강가에는 작은꽃버드나무(살릭스 미크로스타키아)가 꽤 많이 자라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조금 더 모래언덕 쪽으로는 주로 자작나무과 식물이다. 그 중에서도 교목성의 자작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몽골에는 자작나무 종류로 8종이 분포하고 있다. 이곳에서 많이 관찰되는 나무는 덤불자작나무(베툴라 엑실리스)였다.

이 식물의 학명 '엑실리스'가 '작은' 또는 '좀'의 뜻이지만 북한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종으로 좀자작나무(베툴라 푸루티코사)가 있으므로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덤불자작나무로 붙였다. 덤불자작나무는 동시베리아, 캄차카, 극동에 분포한다.

높이 2-3m의 버드나무과와 자작나무과 나무들이 있다.

그런데 이곳에도 좀자작나무가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함경도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나무라 해서 궁금했던 종이다. '한국 속 식물지'에는 이 종이 우리나라와 중국의 동북부, 러시아에 분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함경북도와 함경남도의 건조한 사면과 고산의 능선에 자란다고 했다. 그러나 '중앙아시아의 식물'에는 동시베리아, 극동, 중국에 '러시아의 식물'에는 동시베리아, 몽골, 극동에 분포하는 것으로 기재하고 있다. '중국식물지'는 중국의 헤룽장성, 내몽골, 그리고 몽골과 한국에 분포한다고 했다. 이런 기록과 현지탐사를 종합해보면 이 종은 몽골, 러시아의 동시베리아와 극동, 내몽골에서 중국 동북지방, 그리고 한반도의 북부 일부를 포함하는 지역에 분포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사진 왼쪽부터 덤불자작나무(Betula exilis). 좀자작나무(Betula fruticosa)

한편 자작나무과는 백악기 그러니까 적어도 6500만년 전에 발생해 에오세, 즉 늦어도 2000만년 전에는 아시아와 유럽에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한라산에는 좀자작나무와 아주 유사한 종으로 사스래나무(베툴라 에르마니)가 있다. 이와 같은 분포상황을 고려해 보면 빙하기에는 제주도에도 여러 가지 자작나무과 식물이 널리 분포했을 것이라 가정할 수 있다.

글=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코그노칸산 이름의 유래]

몽골제국이 붕괴한 후 한동안 서몽골과 동몽골간 패권 전쟁을 벌였다. 이 산의 이름 코그노칸은 갈단 보식트(Galdan Boshigt, 1644-1697)가 1688년 저항하는 라마승들은 물론 그들이 기르던 가축들까지도 모조리 목 졸라 죽였다는 전설에서 기원했다는 애기가 전해지고 있다. 갈단 보식트는 오이라트와 서몽골 즉 준가르의 칸이다. 사마르칸트와 부하라를 정복하기도 했다.

이것은 순전히 필자의 생각이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밧줄로 목을 조르다'의 몽골어가 'khognokh'로 발음이 아주 유사하다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코그노칸은 정확한 뜻을 알 수 없으나 원래 투르크어이고 이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타리아트의 비문에도 언급돼 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아마도 이것은 그 후 민간에서 막연한 추측으로 발생한 설이 아닌가 한다. 이 타리아트 비는 1975년 발견되었는데 관련 학자들은 5-6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투르크어란 돌궐어를 말하는 것이다. 네이버사전에 따르면 현재도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중국 신장웨이우얼자치구, 볼가강 중류 지대에서 소아시아, 크림반도에 걸친 광대한 지역에 분포한다. 몽골어, 퉁구스어와 더불어 알타이제어를 형성한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과 러시아연방에 속하는 5개 공화국(바슈키리야, 타타르스탄, 투바, 추바시야·야쿠티아)의 국어다. 그리고 러시아연방에 속하는 알타이지방 및 카라차이체르케시야, 하카시야 주(州)의 언어이기도 하다.

이 모두가 1930년대 이후 러시아문자에 의한 정서법을 쓴다. 투르크어의 가장 오랜 문헌은 732년과 735년의 날짜가 있는 돌궐비문인데 이 언어도 현대의 여러 방언과 많이 닮았다. 여기에서 말하는 돌궐비문이란 바로 이 비문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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