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사드 몽니, 아세안시장으로 풀어야

[백록담]사드 몽니, 아세안시장으로 풀어야
  • 입력 : 2017. 04.17(월) 00:00
  •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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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후폭풍이 매섭다. 꼬리를 물던 중국인 관광객은 반토막 난지 오래이다. 면세점, 숙박 및 음식점과 전세버스 등 관련 업계의 매출도 함께 반토막이 났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매출액도 큰 폭으로 줄었다.

난감한 상황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이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벌써부터 나온다. '세기의 담판'이 기대됐던 미·중 정상회담도 '맥 빠진 담판'으로 끝났다.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을 뿐이다.

중국의 행태는 중국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하는 기회가 됐다. 한국관광 금지를 필두로 하는 경제보복은 냉엄한 국제 현실을 새삼 일깨워 줬다. '조공국' 취급하는 중국인들의 태도에는 실망을 넘어 분노까지 일렁인다. 한-중 수교 후 선린을 덧칠한 접근과 개방정책에 취해 잠시 경계를 늦춘 결과다.

사드 사태는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더없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관광제주의 대(對)중국 의존도는 정상 궤도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다. 2016년 한햇동안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85%가 중국인이었을 정도로 편중돼 있다. 외국인 관광객 360만여명 가운데 306만여명이 중국인이었다. 지난 1998년 1만5000여명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다.

변화의 조짐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11~14일 사이 서울~제주 연계 FIT(개별관광) 상품 개발을 위한 팸투어를 진행했다. 또 22일부터는 대만 유력 매체인 삼립TV의 여행 예능프로그램인 '애완객(愛玩客)' 제주특집 팸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도 관광업계 긴급 간담회를 통해 ▷그랜드세일과 함께 ▷일본, 러시아, 라오스 등 신흥시장 전세기 운항 및 비즈니스 마케팅 강화 ▷도내 전문여행사 집중 육성 등을 추진키로 했다. 제주도 또한 ▷면세점 송객수수료 상한선 지정 ▷동남아 국가 무사증 제도 완화 등 10개 제도 개선 과제를 정부에 요청하는 등 본격 대응에 착수했다. 더불어 도내 7개 기업과 함께 무역사절단을 꾸려 대만, 홍콩, 몽골 등에서 현지 바이어와 일대일 수출상담을 벌인다는 계획도 내놨다.

최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세안은 인구 6억4000만명에 달하는 젊은 시장이다.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라오스, 베트남, 필리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등이 대표적인 국가이다. 2015년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하나의 나라라고 가정할 때-은 2조4000억 달러(약 2708조원)에 이른다. 앞으로 5년 안에 말레이시아,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이른바 '마이티 5(MITI V)'가 중국에 이어 '세계의 공장'을 꿰찰 것이란 보고도 나온다. 미국의 국제정세 분석가 조지 프리드먼(George Friedman) 또한 향후 중국을 대체할 포스트 차이나 국가로 베트남, 미얀마 등 16개 나라를 꼽은 적이 있다.

지난해 1월 중국의 여행 제한 조치로 난관에 봉착했던 대만은 '신(新) 남향 정책'으로 중국의 공세를 이겨냈다. 아세안 10개국, 남아시아 6개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 18개 국가와 협력해 비즈니스 관광 등에서 전방위적인 상호교류를 시도했다. 이같은 노력 덕에 대만은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16% 감소했음에도 불구 총 외국인 관광객이 2.4% 증가하면서 중국의 코를 누를 수 있었다. 우리가 아세안 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현영종 편집뉴미디어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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