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생쥐 나라에서 왜 고양이를 지도자로 뽑지?

[책세상]생쥐 나라에서 왜 고양이를 지도자로 뽑지?
토미 더글러스 연설 그림책으로 엮은 '이것이 선거다'
  • 입력 : 2017. 04.28(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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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랜드 우화 통해 기득 권력 지배하는 사회 풍자


여기, 마우스랜드가 있다. 모든 생쥐들이 태어나서 살고 놀다가 죽는 곳이다. 그들에게도 정부가 있고, 5년마다 선거를 한다. 선거 때마다 모든 생쥐는 투표소로 향했다. 그런데 그들이 선택한 통치자는 거대하고 뚱뚱한 검은 고양이였다.

고양이들의 횡포로 삶이 어려워지자 견디다못한 생쥐들은 결심한다. 5년만에 다시 돌아온 선거에서 검은 고양이 대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흰 고양이를 지도자로 뽑는다. 생쥐들의 삶은 나아졌을까. 아니다. 생쥐들은 사회가 바뀌길 기대하며 색깔만 다른 고양이를 지도자로 갈아치운다.

어느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고양이의 색깔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쥐가 나타난다. 고양이 정부는 당연히 고양이만 돌볼 뿐 생쥐는 안중에도 없다고 여긴 그 생쥐는 묻는다. "대체 왜 우리는 고양이들을 뽑는 거야? 생쥐로 이뤄진 정부를 왜 만들지 않는 거지?" 생쥐들은 그에게 지지를 보냈을까. 아니다. 빨갱이라고 몰아붙이며 그를 감옥에 처넣는다.

'이것이 선거다'는 캐나다 정치인 토미 더글러스가 1962년 의회에서 연설한 '마우스랜드' 이야기를 엮은 그림책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생쥐와 고양이다. 고양이는 소수 기득권 세력을 상징하고 생쥐는 다수 일반서민을 대표한다.

더글러스는 마우스랜드란 우화를 통해 그곳에서 벌어진 비상식적인 일들이 지난 수십년 동안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사회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었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마우스랜드에 사는 쥐들의 삶은 투표를 해도 변하지 않는 민주주의 국가 국민들의 고단하고 비참한 생애와 닮았다.

기득 권력이 사회를 지배하는 방식은 어느 나라든 비슷하다. 합법을 가장한 선거는 왜곡되고 변화를 갈망하는 세력은 매도된다. 한국 사회 역시 그간 생쥐를 뽑자는 외침을 외면하고 색깔만 다른 고양이였던 기득 권력을 선출해온 것은 아닐까. 65년전 더글러스의 연설이 지금 이곳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유효하게 읽히는 이유다.

"우리 생쥐들은 이 책을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왜? 다시는 고양이들이 마음대로 해먹는 나라를 만들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우리는 또 습관적으로 고양이들에게 마우스랜드를 고스란히 내어줄지도 모른다. 버릇처럼 고양이를 뽑아온 과거를 버리고, 생쥐들의 세상이 올 수 있도록 마음을 단단히 먹자." 한국어판 덧붙이는 글에 에세이스트 김현진씨가 써놓은 글이다. 한주리 그림. 루아크.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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