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하와이의 과거는 제주 미래일 수 있다"

[책세상]"하와이의 과거는 제주 미래일 수 있다"
원주민 저항운동가 트라스크가 쓴 '하와이 원주민의 딸'
  • 입력 : 2017. 06.16(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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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산업에 고통받는 이들… "원주민은 행복하지 않아"


태평양에 떠있는 휴양지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과 훌라춤을 추는 여인이 먼저 떠오를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상상 속, 마음 속의 나라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시인이자 학자이며 하와이 원주민을 대표하는 저항운동가인 하우나니 카이 트라스크다.

하와이 왕조는 1893년 미국 군대에 의해 전복됐다. 1893~1894년엔 백인(하올레) 임시정부가 수립된다. 1894~1898년 하와이공화국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군사적 지원이 이루어졌고 1898년엔 미국에 강제합병된다.

미국의 51번째 주정부인 하와이주는 관광산업에 매년 수백만 달러를 쏟아붓는다. 하와이 관광국은 TV와 라디오에서 "관광산업에 투자하면 할수록 당신의 수업은 늘어납니다"라고 선전한다. 이같은 관광산업이 과연 하와이 원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을까.

외국인이 하와이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원주민들은 고향에서 하찮은 주변인이 되어야 했다. 일부 지역은 홍콩과 같은 엄청난 인구 밀도를 보이고 미국 본토와 아시아에서 밀려드는 이민자들로 주택이 부족하다. 빈곤한 지역에선 돈 자랑하는 여행객들의 주머니를 노린 범죄가 증가하고 수자원 고갈 현상이 열도를 위협하고 있다.

트라스크의 '하와이 원주민의 딸'은 우리가 알고 있던 하와이의 이미지를 무너뜨린다. 유럽의 탐험대가 처음 하와이 땅을 밟았던 1778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원주민의 고통이 펼쳐진다.

고대로부터 내려온 하와이 선조의 묘지엔 유리와 철제로 만들어진 쇼핑몰이 자리하고 있다. 감탄사가 나올 만큼 빼어난 풍경을 간직한 해변은 연간 7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의 차지가 됐다. 야한 공연이 폴리네시아풍으로 둔갑하고 성스러운 사원과 묘역은 관광객을 위한 레크레이션 장소로 바뀌었다. 원주민과 관련된 것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기괴한 형태로 상품화시켰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국적도, 영토도, 독립국가로서의 지위도 모두 빼앗겨버린 것이다. 우리는 결코 행복한 원주민이 아니다."

이같은 하와이의 모습은 제주의 오늘을 돌아보게 한다. 하와이와 제주의 역사적 조건이나 현실이 동일하진 않지만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책말미에 덧붙인 해제에서 "어쩌면 하와이의 과거는 제주의 미래일 수 있다"고 했다. 이일규 옮김. 서해문집.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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