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 (4) 안주희 '라이킷' 대표

[책과 사람] (4) 안주희 '라이킷' 대표
"좋아요, 책이 있는 지금 이 순간"
  • 입력 : 2017. 06.23(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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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원도심 칠성로길에 자리잡은 '라이킷'의 안주희 대표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젊은 손님들과 공감하는 책방을 꾸려가고 있다.

칠성로서 3년째 작은 책방
청춘에 위안 건네는 책 등 독립출판물부터 소품까지
"책방 열어줘서 고마워요"


서가 위에 얌전히 앉은 스피커로 속삭이는 듯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아직 손님이 들기 전, 책방 이곳저곳을 정리하던 주인이 음악에 몸을 실은 것처럼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떤 이들은 월요병이 걸린다는, 다시 한주 동안 밥벌이를 시작해야 하는 월요일이었지만 책방의 풍경은 '언제나 주말' 같았다.

제주시 칠성로길에 들어선 '책방 라이킷(Like It)'. 산지천 바닥을 파고 주변 건물을 하나둘 허물며 탐라문화광장을 조성하기 시작하던 무렵 문을 열었다. 주인은 2014년 10월쯤이라고 기억했다. 아케이드가 하늘을 가린 칠성로 상가 골목 끄트머리에 위치했다. 산지천과 가깝다.

책방 골목 앞에 세워지는 간판에 '라이킷'이 어떤 공간인지 친절하게 안내됐다. 소규모 출판물, 훌륭한 선물, 그림책, 해외서적, 핸드메이드. 작은 책방 안에 그것들이 다 있다.

경기도에 있는 신문사 편집기자로 일했던 안주희 대표는 6년전 제주로 왔고 3년간은 열심히 놀았다. 4년째부터는 먹고 살 길을 찾아야 했다. 책이 좋아 책방을 우선 떠올렸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방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주시내 빈 가게를 물색하던 중에 지금의 양장점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양장점은 가뜩이나 장사가 안되는데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려달라는 바람에 문을 닫아놓은 상태였다. 안 대표는 인상된 비용을 내고 거기에 책방을 차렸다.

책방이라고 했지만 처음엔 도서 규모가 단출했다. SNS 등을 통해 알음알음 책방에 어울리는 판매 도서를 확보했고 3년이라는 시간을 이어오면서 직거래하는 곳이 늘었다. 지금 이 순간 제주, 디자인 이야기, 예쁘고 고운 책 모임, 여행 엿보기, 독립잡지 서가 등이 그렇게 마련됐다.

'라이킷' 매대 곳곳엔 방문객들의 손때가 묻은 구깃구깃한 샘플도서가 놓여있다. 책표지를 보고 책장을 열어 문장문장과 눈을 맞춘 뒤 책을 골랐을 독자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안 대표는 "비슷한 가격의 다른 상품에 비해 책에 대한 손님들의 기대치가 높다"고 했다. 그런 안 대표가 주목하는 '상품'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무얼 애써 가르치려 들지않고 독자들과 편안하게 공감대를 키울 수 있는 책일 게다. 잿빛 현실을 건너고 있을 청춘들의 일상 등이 담긴 자가출판 도서 코너처럼 말이다.

수능을 앞둔 열아홉살 여학생은 '라이킷'의 단골이다. 책방에서 한참 머문 뒤 조용히 책을 구입하고 나가던 어떤 이는 안 대표에게 "책방을 열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빠듯한 벌이지만 책방 주인을 울컥하게 만드는 그런 말 한마디가 힘이 돼 오늘도 그는 '라이킷'의 문을 연다. 오전 11시부터 밤 8시까지. 수요일엔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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