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人터뷰]'제주출항해녀 2세대' 김정자 해녀기장나잠어업협동조합 이사장

[한라人터뷰]'제주출항해녀 2세대' 김정자 해녀기장나잠어업협동조합 이사장
"해녀는 하나…육지 해녀도 유산 등재해야"
  • 입력 : 2017. 07.06(목)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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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출신 어머니 따라 물질…제주해녀 1세대 고된 삶 기억
출향해녀 초청 행사 큰기쁨
"해녀 간의 교류 이어졌으면"

"해녀 직업을 갖지 않았다면, 물질을 안했으면 자식들을 어떻게 공부시키고 밥 먹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출향해녀 2세대인 김정자 해녀기장나잠어업협동조합 이사장(사진·69)은 10살 때부터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출신인 어머니를 따라 물질을 시작했다. 60년 동안 물질을 하면서 어머니와 함께 오빠들을 뒷바라지했고 아들 3형제를 대한민국 최고의 학벌을 갖게 만들었다. 제주해녀 인솔자였던 어머니는 60여년 전 이곳에서 남편을 만나 2남 2녀를 키웠다. 어머니는 첫째 아들 김동주(75)씨를 3선의 지역구 국회의원(김해·양산, 기장·양산)으로 키워냈다.

지난 2015년 11월 제주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자 그녀의 기쁨은 누구보다도 컸다. 기장군 전역에 축하 현수막을 내걸었다. 큰 기쁨을 가졌던 만큼이나 제주도에 섭섭한 마음도 있다. "제주도는 엄마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유네스코 등재를 할 때는 육지에 있는 딸(해녀)들도 데리고 가야 한다. 한번 제주도에 가서 제주해녀들을 모아 놓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 엄마가 가면서 딸을 버리고 갈 것이 아니라 딸도 유네스코에 같이 데리고 가서 등재를 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15년 전인가. 우근민 전 도지사님이 계실 때 출향해녀 전체 320명을 제주도로 초청해서 고생을 한다고 격려를 해줬다. 너무나 고마웠다. 이것을 계속 연결해서 제주도 해녀와 육지 해녀가 교류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해녀는 하나인데 제주도와 경상도, 전라도 해녀로 이렇게 갈라져 있는 것은 분명히 잘못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제주 해녀 1세대들의 힘들었던 삶도 기억하고 있다. "50~60년 전 당시 보리쌀과 조를 가지고 와서 고무통에다 된장을 풀어 놓고 성게를 꾹꾹 찍어서 국물을 내고 그것을 걸러내서 국을 끊여 먹었다. 당시에는 바다가 아니면 먹을 게 나올 곳이 없었다.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육지 사람의 편견도 제주 출향해녀들의 삶을 지치게 했다고 한다. "육지사람들이 고쟁이를 입은 우리를 보면서 제주년, 제주놈, 가시나들이 벌거벗고 다닌다고 욕을 했다. 그러면 제주년들이 아니면 밥도 얻어 먹지 못하고 살 놈들이 어디서 지랄을 떠냐고 욕을 했다. 당시에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달려들었다. 지금은 우리가 이기고 산다. 지금도 부산 영도에 가면 최고 부자가 다 제주도 사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녀는 해녀 고무옷(잠수복)이 나오기 전 입었던 고쟁이를 아직도 집에 보관해 두고 있다. "그것으로 자식들을 공부시켰다. 나중에 손자들에게 물려 줄 것"이라고 한다. 현재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대학 2학년 손자가 말한다. "나도 할머니 따라서 바다에 갈까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그녀는 한평생 해녀로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더욱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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