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20)]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20) 다섯 잎 클로버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20)]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20) 다섯 잎 클로버
정착 중 변화한 제주달구지풀… 자매종·분단분포종 연구 필요
  • 입력 : 2017. 07.10(월)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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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풀 대부분 세 잎인데 달구지는 다섯 잎
남한 한라산에서 발견되는 유일한 자생종


시원하게 흐르는 강을 만났다. 울란바토르에서 서남쪽 392㎞ 지점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아르바이헤르솜이다. 이 곳 사람들도 더위는 싫은지 서너 팀이 가족단위로 피서를 나왔다. 자동차를 병풍삼아 쉬거나 강물에 들어가 있다. 마침 점심식사 장소를 찾던 중이라 우리도 기꺼이 피서에 동참했다. 날씨는 덥지만 강물은 차가웠다.

그래도 아이들은 신이 난 듯 서로 물을 튀기며 깔깔댄다. 가축들도 다리 아래서 발을 담근 채 쉬고 있고 엄마들은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이런 장면은 누구에게나 익숙해 있고, 한편으론 그 시절을 동경하기 마련이다. 점심을 준비할 생각도 없고 식물을 관찰하려는 대원도 없다. 멍하게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잠시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몸은 한결 가벼워진다. 이 강은 옹기강으로 물이 흐르는 강폭은 얼추 30m 정도지만 강변은 꽤 넓어서 수 백 미터는 됨직했다. 강바닥은 직경 10㎝ 전후의 미끈한 자갈로 되어 있다. 슬픈 이야기지만 이 강은 정처 없이 흐르고 있다. 갈 곳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강변은 진흙으로 되어 있어서 질퍽거리거나 조금이라도 높은 곳은 마디풀과, 현삼과, 콩과, 장미과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그런가하면 군데군데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어서 미나리아재비과 종들도 보인다. 식물들은 높이가 15㎝ 이하로 가축에게 뜯겼거나 한랭한 바람으로 제대로 크지 못한 상태이다. 그런가 하면 이런 장소를 선호하는 특성을 가져 아예 키 작은 종들이다. 주위 산들은 나무라곤 찾아보기 힘들만큼 식생의 높이가 낮았고 건조한 기후를 말해 주듯 바싹 메말라 있다.

옹기강(Ongi River).

간혹 야외에서 대하는 라면은 정말 맛있다. 몽골사람들에게도 밥과 국으로 차려진 푸짐한 한식보다는 차라리 빈한한 라면차림이 더 나은 모양이다.

작지만 앙증맞은 꽃이 눈에 들어온다. 학토끼풀이다. 아고산침엽수림대의 축축한 곳, 고산계곡의 암석지, 빙하가 흐르면서 끌고 내려온 암석과 진흙이 쌓인 지형에 자라는 종이다. 이곳 몽골 외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시베리아에 분포한다. 그렇지만 분포면적도 좁고 개체수도 적은 편으로 여간해서 만나기 어려운 종이다.

이 종과 혈연적으로 가까운 종이라면 아무래도 토끼풀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흔히 클로버라고 부르는 식물이다.

토끼풀은 속명 트리폴리움이 나타내듯 '잎이 작은 잎 3개로 구성되어 있는' 식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외적으로 나타나는 네잎클로버 잎을 찾는다. 종소명 리펜스는 '땅위를 기는'의 뜻을 갖는다. 학토끼풀도 잎이 작은 잎 3개로 되어 있다. 우리말 이름 '학토끼풀'은 토끼풀 중에서 군계일학처럼 예쁘다는 뜻으로 지었다. 종소명 엑시미움은 '특출한' 또는 '두드러진'의 뜻이다.

토끼풀은 아프리카 중부에서 북부, 유럽, 남서아시아의 건조한 곳이 원산지다. 이 식물이 환경적응성이 뛰어나고 뿌리혹박테리아에 의한 질소고정작용을 왕성하게 하므로 농경지나 목초지에 토양을 비옥하게 할 목적으로 재배하던 것이 이제는 귀화식물로 널리 정착하였다. 붉은토끼풀도 마찬가지다.

몽골에는 이 종류로 귀화식물인 토끼풀과 붉은토끼풀, 자생식물인 학토끼풀과 달구지풀(Trifolium lupinaster) 등 4종이 분포한다. 그 중 토끼풀, 붉은토끼풀, 학토끼풀은 세잎클로버다. 오직 달구지풀만 다섯잎클로버다. 이 달구지풀은 우리나라는 물론 몽골, 러시아, 일본, 중국, 동유럽에 분포한다. 남한에서는 유일하게 한라산에 자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무리로 토끼풀, 붉은토끼풀, 달구지풀 등 3종이 자라는데 그 중 토끼풀과 붉은토끼풀은 귀화식물이므로 달구지풀은 토끼풀 종류 중 유일한 자생종이 되는 것이다.

특히 한라산에 자라고 있는 달구지풀은 그 중에서도 제주달구지풀(Trifolium lupinaster var. alpinum)이라 하여 다른 지역에 자라는 집단과는 구분하고 있다. 제주달구지풀은 달구지풀에 비해 전체가 작은 것이 특징이다. 그 외로도 잎의 길이가 현저히 짧고, 모양도 긴타원형 또는 거꿀달걀모양으로 다르고, 톱니가 거의 발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이것은 이 집단이 한라산에 정착한 후 장기간에 걸쳐 적응하면서 달라졌기 때문이다. 자매종인지 분단분포종인지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정처 없이 흐르는 강


6만명 의존할 정도 수량 큰 옹기강
대부분 강 이어지지 못하고 소멸해


여기에서 서쪽으로 조금 더 가면 아르바이헤르솜이 나온다. 항가이산맥의 동사면으로 46°15′N, 102°46′E. 에 해당한다. 평균해발고도는 1817m, 2008년 기준 인구는 2만5622명이다. 연평균기온은 0.77℃, 가장 추운달인 1월평균은 -14.7℃, 최저기록은 -32.7℃에 달한다. 가장 더운 달은 8월로 평균 21.4℃, 최고기온은 33.1℃에 달한 때가 있었다. 연평균 강수량은 207.6㎜, 비가 가장 많이 오는 달은 7월로 평균 60.1㎜이다. 7월은 보통 11일 정도 비가 온다고 한다.

이 강은 옹기강이다. 이곳의 강물은 무릎까지 차고 강폭도 넓어서 수량이 꽤 많음을 알 수 있다. 이 강물에 의존해 사는 사람은 무려 6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강은 이곳에서 좀 더 북쪽, 중앙몽골을 차지하고 있는 높고 넓은 항가이산맥의 해발 1900m에서 발원한다. 강수량은 적지만 비교적 넓은 지역에 형성된 빙하가 원천이다. 그렇다면 이 강의 종착지는 어딜까? 북극해도 아니고 태평양도 아니다. 그렇다면 호수일까? 지금 이 강은 그 어느 곳으로도 흐르지 않는다. 그냥 어느 지점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다만 최근에도 특별히 강수량이 많은 해에는 무려 435㎞ 남쪽의 울란호(Ulaan Lake)로 흘러들어가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더욱 관심을 끄는 건 이 지점에서 약 20㎞만 남쪽으로 내려가도 강물은 거의 말라버리고 희미한 줄기로 간신히 명맥을 잇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만약 그보다 더 남쪽지점에서 강을 횡단한다면 많으면 8개의 빈 강을 건너게 되리라는 것이다.

이 빈 강이란 특별한 경우에만 흐르고 대부분 말라 있는 강을 말한다. 그러므로 관찰자에 따라서 강의 위치가 다르고 강의 수량도 다르게 보인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강이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강은 울란호 가까이 근접한 후엔 하나의 강으로 합쳐지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울란호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완전히 소멸해 버린다. 수면 면적 175㎢의 울란호, 그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글·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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