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해를 가르는 해녀배, 걸어서 물질하는 나잠녀(해녀)는 없었고 소라나 전복 채취보다 미역 채취가 해녀들의 주된 어업이었다. 섬마다 해녀배가 부지런히 제주해녀들을 실어 날랐다. 섬 유지들은 저마다 해녀배를 운영했다.' 우도출신인 이점희(사진)(사)통영제주나잠(해녀)부녀회장(60)은 통영에 살고 있는 제주출향해녀의 역사와 함께 했다. 이 회장은 19세부터 제주와 통영을 오고가면서 출향물질을 하다가 20대 초반에 통영에서 제주출신 남편을 만나 25세에 결혼해 이곳에 정착했다.
"지금은 이곳 사람들이 해녀들을 부러워하고 있지만 30~40년전만해도 해녀를 천하게 여겼다. 아이가 있으면 방도 빌려주지 않았다. 참으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이 회장처럼 녹록하지 않은 세월을 보낸 제주출향해녀들이 미수· 봉평·도남동 지역을 중심으로 정착하게 되면서 통영시에는 800여명의 해녀가족이 거주하는 해녀촌이 형성됐다.
해녀촌에 살고 있는 110여명의 제주출향해녀들은 해녀배 10척에 나눠타서 물질을 하면서 통영시 해산물식품·제조 가공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통영시는 지난 1920년부터 통영 욕지도나 한산도, 사랑도에서 물질하며 힘든 세월을 견뎌 온 제주해녀들의 삶을 기리기 위해 2015년 11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통영대교 아래 물양장에'제주 해녀상' 설치했다.
이 회장은 "제주해녀들이 통영에 가장 많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생업의 터전인 통영바다에서 숨비소리를 내며 살아온 역사를 남기고 싶어 해녀상을 만들어 세웠다"며 "해녀상은 통영에 사는 제주도 출향인의 자긍심을 북돋우고 관광객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3곳만 30% 할인… 개인병원 지원 필요
해녀상 자긍심 고취·관광객 볼거리 제공도
통영 제주출향해녀들의 끈끈함은 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지난 1999년 7월 미수· 봉평·도남동 지역에 중심으로 205명의 출향해녀들이 모여 통영나잠제주부녀회를 설립했고 지난 2000년 5월엔 제주도와 통영시의 지원을 받아 통영제주나잠부녀회관도 건립했다. 이런 출향 해녀들의 문화는 고령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이 회장은 "초장기 220여명에 달하던 출향물질 해녀가 현재 11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대신 약 20kg의 장비를 차고 들어가는 '머구리' 잠수사를 고용하는 머구리 어선들이 그 빈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에서는 각자 자기대로 물질을 나가서 일을 할 수 있지만 여기는 배를 타고 나가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이 있어 75세가 넘어가면 다 은퇴를 해서 육상에서 성게를 까는 작업을 한다"며 “앞으로 15년 정도가 지나면 물질해녀들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행정에 작은 바램도 전했다. "머구리 잠수사들은 잠수질환 치료장치인 '챔버'치료를 받고 있지만 해녀들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는 병원도 무료로 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는 큰 병원 3군데만 30% 할인해 주고 감기나 몸이 아플때 큰 병원을 자주 갈 수 없기 때문에 개인병원도 무료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