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새로운 직업으로 제주 해녀문화 바라봐야"

[책세상]"새로운 직업으로 제주 해녀문화 바라봐야"
제주 정착한 해녀 김은주의 진솔 체험기 '명랑해녀'
  • 입력 : 2017. 07.21(금)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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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연속인 제주 생활 속 "바다에 들수 있어 행복"

관망으로 어떤 세상을 찬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멀리서 보면 모든 것들이 아름답고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에 속해서 직접 겪고 느끼면서 찬양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막상 가까이에서 보면, 지금까지 괜찮아 보였던 모든 것들 하나 하나가 생존이 되고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명랑해녀'의 저자 김은주는 해녀 사회에 들어가 그들의 생활과 모습을 찬양하고 있다. 관망이 아니라서 그의 찬양이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해녀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며 나아가 이들의 역사와 생활, 그리고 일상 전부를 세상에 널리 알리려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다가 좋아 제주해녀가 된 귀촌부부의 밝고 역동적인 명랑 에세이다.

한 때 잘 나갔던 직업과 넉넉한 도시에서의 삶과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제주에서의 생활은 여유라기보다는 고생과 불편에 가깝다. 한 달 20여 회가 넘는 물질을 50여 년이 넘게 해온 삶. 힘든 여건과 환경. 차가운 바닷속, 고난과 고됨의 상징인 해녀의 삶은 도시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녹록지 않다. 삼촌이라 부르는 해녀를 하는 어떤 이들도 후손들이 자신의 뒤를 잇는 걸 원치 않는다. 그들은 거꾸로 저자에게 되묻는다. "서울서 잘 나갔다면서 왜 해녀가 되었냐고?" 이에 답하는 저자의 말은 명랑하고 간단하다. "남편과 함께 바다에 드는 지금이 가장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서귀포 소재의 한 조용한 바다에서 해녀 해남이 된 그들의 진솔한 속이야기가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도시와는 또 다른 제주인이자 제주해녀가 아니면 담을 수 없는 속내들을 제주 고유의 정서와 해학, 저자 특유의 명랑함으로 풀어내고 있다. 해녀의 직업적 자존감을 높이고, 새로운 시선으로 해녀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품고 있는 생각이다. 실제로 사라져가는 해녀 문화를 '명랑해녀'라는 자신만의 독특함으로 콘텐츠화하고 SNS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 그들 부부가 해녀에 대해 얼마나 큰 애정을 품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이 책은 좋은 귀농귀촌의 사례가 될 수도 있고, 제주 정착의 모범적인 예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풍요와 편리함만을 찾는 지금 시대에 진정한 행복과 삶의 여유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 손이 가는 책이 아닐까. 제주바다와 해녀라는 생활을 통해 그들이 캐고 있는 행복한 삶의 모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음의숲. 1만3800원. 조흥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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