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참 신기한 일이야'

[책세상]'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참 신기한 일이야'
자연과 사람이 어울려살던 그리운 그 풍경
  • 입력 : 2017. 08.04(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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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잡던 시절 통해 오염된 환경 꼬집어


정말 오래전 이야기라고 했다.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라면서.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은 쉬리다. 동네 사람들은 그 물고기를 가새피리라고 부른다. 꼬리 끝이 가위 같이 생겨서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몸은 가늘고 긴데 몸통은 조금 통통하다. 머리도 가늘고 길고 뾰족하다.

쉬리가 살고 있는 섬진강 진메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고기를 잡을까. 봄에서 여름, 가을, 겨울을 거쳐 다시 봄에 이르는 계절 동안 쏘가리, 메기, 꺽지, 밀어, 다슬기, 참게, 가제 따위를 잡아먹고 살아가는 일상을 만날 수 있다.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는 김용택 시인이 글을 쓰고 구서보씨가 그림을 그린 '참 신기한 일이야'. 얼마전 전북 전주 생활을 접고 임실군 덕치면으로 거처를 옮긴 김 시인은 그곳을 배경으로 경이로운 대자연의 생명력을 펼쳐놓는다.

사는 게 다 그만그만했던 시절이 있었다. 가난했던 그 시절 물고기는 중요한 식량이었고 놀잇감이었다. 물고기를 잡아 배고픔을 해결했고 물고기와 놀며 배고픔을 잊었다. 물고기를 잡아먹는 일은 생명을 죽이고 살리고하는 문제가 아니다.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일은 생태계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시인은 그림책 곳곳에서 쉬리의 입을 빌어 자연스러운 섭리를 참 신기한 일이라고 말한다. "바위 속에 든 친구들이 밤이 되면 바위 밖으로 나온다는 것을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왜 친구들은 밤이 되면 바위 속에서 나가는 걸까." 밤에 강가로 나가 통발 속에 갇힌 물고기를 쏟아내면 왜 그렇게 반짝이며 아름다운지, 사람들은 밤이 되면 바위 속에 있던 고기들이 나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당연하게 여기는 일들이 경이롭고 신비하다.

하지만 그같은 신기함은 이제 옛말이다. 자연스러운 강의 사계와 생태는 지금은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또다른 의미의 신기한 일이 되었다. 그것은 절망적인 신기함이고 슬프고도 슬픈 신기함이다.

"섬진강은 아직도 물이 맑아서 사람들이 섬진강은 살아 있다고 해. 하지만 그 말을 다 믿지는 마. 그건 아주 오래전 이야기일 뿐이야. 아이들이 강물에서 놀고 사람들이 강물을 먹으며 살 때 일이니까 정말 오래전 일이야."

이름을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수많은 물고기들이 살던 강은 언젠가부터 녹조라떼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던, 당연하던 풍경들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자주보라.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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