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24)]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24)초원의 버드나무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24)]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24)초원의 버드나무
지평선으로 이어진 몽골초원서 발견되는 특별한 존재
  • 입력 : 2017. 08.14(월)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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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인강의 스텝버드나무(Salix ledebouriana), 멀리 바이양홍고르시가 보인다.

버드나무종 전세계 550·우리나라 35
제주 10여종 있어… 일상 보긴 드물어

몽골초원에서 버드나무는 특별한 존재다. 지평선은 물론이려니와 대부분의 선이 횡으로 되어 있는 광활한 초원 중에 그래도 종으로 보이는 건 버드나무니까. 신기하게도 아주 조금의 물이라도 모여들 것 같은 지형엔 이 나무가 있다. 메마른 먼지가 푹푹 솟아오르는데도 말이다.

아르바이헤르에서 83㎞를 달린 끝에 바이양홍고르에 도착했다. 울란바토르에서 서남쪽 620㎞ 지점이다. 입구는 넓은 강이 있고 길이 약 100m에 달하는 다리가 있다. 투인강(Tuin River)이다. 여기까지 오는 마지막 5㎞ 정도는 강폭이 어디서 어디까지인지 모를 정도로 넓었다. 수 킬로미터는 되어 보였다. 그래도 물이 흐르는 강폭은 약 80m 정도로 보인다. 강의 한가운데는 꽤 많은 물이 흐르고 있다. 이 강은 몽골의 중앙산맥인 항가이산맥의 고지대에서 발원해 이곳에서 약 120㎞ 남쪽의 오록호로 흘러든다.

강변은 역시 건조한 스텝초원의 연장이기 때문에 조금만 높아도 먼지투성이다. 물기라곤 전혀 느낄 수 없다. 그래도 4m는 족히 됨직한 나무들이 꽤 많았다. 버드나무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러한 모습은 참 신기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나마 육지 사람들에게는 덜하겠지. 거기는 우물가에도 천안삼거리에도 이런 나무가 있으니까. 제주도 사람들에겐 더욱 버드나무가 생소하다. 제주도에도 버드나무 종류가 10종이나 있으니 적은 수는 아니다. 그 중엔 제주도 특산종인 제주산버들도 있다. 그래도 생활주변에서 버드나무를 본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우리나라 전국적으로는 35종이 있다. 전 세계에 550종, 중국 275종, 러시아에는 176종이나 있다. 일본에도 20종이 자란다. 몽골에는 43종이 자란다. 인접 국가들의 분포상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버드나무에 속하는 종들은 주로 추운 지방에 자란다. 아마도 나무가 살 수 있는 가장 북쪽에는 버드나무 종류가 살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가 나무이지만 아주 작아서 풀처럼 느껴질 만한 종들도 있다. 심지어 어떤 종은 너무나 작은 나머지 대부분의 몸이 땅속에 묻힌 채로 살면서 꽃이 피는 시기에 꽃봉오리만 땅위로 내밀어서 수정과 종자산포를 하는 종도 있다.

여기에서 보는 종은 살릭스 레데보우리아나라는 종이다. 우리나라엔 없는 종이다. 잠정적으로 스텝버드나무로 이름 지었다. 이곳에서는 이렇게 흔히 보이지만 세계적으로는 몽골과 러시아에만 분포하는 종이다. 몽골에서는 주로 사막을 흐르는 강가의 모래땅에 자란다. 러시아에는 시베리아의 동서로 광범하게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

학명에서 보이는 레데보우리아나는 독일인이면서 에스토니아 식물학자인 칼 프리드리히 본 레데보우어(1786~1851)를 기념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이 학자는 에스토니아 타투대학 교수를 지냈으며, 알타이식물상 연구로 유명하다. 또한 버드나무 종류들을 많이 발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4권으로 된 러시아제국 식물지를 발간했는데 이것은 러시아 전체 식물을 다룬 것으로는 최초였다. 특히 이 학자의 업적으로 유명한 것은 알타이산맥에서 현재 널리 재배하는 사과의 야생 조상종과 시베리아낙엽송을 처음으로 찾아내 기록했다는 점이다. 그가 이 길을 지나갔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우리보다 앞서간 알타이식물탐사가인 그가 떠오른다.

글·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투인강 오록호의 운명은?

연도·계절 따라 호수 출현·소멸 반복
강수량·해빙·증발량 등 다양한 원인

투인강은 어디로 흐르는가. 시내가 모여서 강을 이루고 강은 다시 바다에 이르러 모든 물이 만나기 마련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호수로 흘러드는 강이 많다. 그리고 태평양으로도 흐르지만 북극해로 흐르는 강도 있는 것이다. 그냥 흐르다가 소멸하는 강도 많다. 지도에는 마치 지렁이 모양으로 표시된다. 강폭이 좁다고 발원지 쪽이라고 할 수 없고, 그렇다고 강폭이 넓은 곳이 반드시 하구 쪽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래서 강에 이르면 이 강물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부터 눈여겨보게 된다. 이런 내륙을 탐사하면서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통념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이 투인강은 오록호(Orog Lake)로 흐른다. 오록호는 2017 구글맵 자료에 따르면 면적이 140㎢나 되는 매우 넓은 호수다. 이 호수의 수면 면적을 조사한 과학자들이 있다. 강원대학교의 양희재, 이은혜, 도나영, 고동욱, 강신규 박사 등이다.

이들은 2000년도부터 2010년도까지 조사했는데 이 기간 호수면적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을 발견했다. 처음 2000~2003년은 호수면적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그 다음 2002년도 중반부터 2004년은 매우 심각할 정도로 축소되었다. 그 후 2005년도 이후는 거의 완전히 사라지거나 다시 나타나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계절적으로도 차이가 많았다. 봄과 가을에 보다 넓이가 넓어졌는데 봄에는 항가이산맥 정상부의 눈이 녹아내리면서 투인강을 통해 유입되는 양이 많아지기 때문이고 가을에는 여름동안의 강수량이 많기 때문이다. 2001년에서 2002년까지는 해마다 40㎜를 조금 넘는 수준의 아주 적은 강수량을 기록해 결정적으로 호수면적의 감소를 촉진했는데, 이 때문에 2005년도에서 2007년도, 그리고 2009년도 등 4개 년도는 호수가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이 호수는 계절에 따라 혹은 연도에 따라 출현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다.

그 원인은 강수량, 해빙, 증발량, 토양수분저장, 사람들의 소비 같은 요인들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그에 따른 증발산이 증가하여 수분손실이 많아지며, 투인강 상류의 적설량의 감소와 가축의 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고비사막에서 가장 큰 울란호가 사라졌던 것처럼 이 호수도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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