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제주문화의 황금덩이 제주어 표기 어떻게

[책세상]제주문화의 황금덩이 제주어 표기 어떻게
고재환 전 제주교대 교수의 '제주어 나들이'
  • 입력 : 2017. 08.18(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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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국어 남아있는 제주어
2013년 발표 표기법 보완
54개 항목과 부칙 등 제시


제주방언으로 쓰여진 간판이 곳곳에 보인다. 상품명이나 관공서 캠페인에도 제주방언이 때때로 등장한다. '육지'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자리잡은 섬 제주의 이국성은 제주에서 보고 듣는 낯선 언어에서 정점에 다다른다. 제주를 알려면 제주방언 하나쯤은 익혀야 한다는 듯, 제주사람이 아니면 한번에 그 뜻을 헤아리기 어려운 '무사마씸' 정도는 이제 '육지 사름덜'도 편안하게 구사하는 제주방언이 됐다.

제주를 다른 곳과 차별짓게 하는 대표적 문화자원이 제주방언이다. 소멸위기의 언어인 만큼 후대에 오래도록 살아남기 위한 방도를 찾아보자며 각계에서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난제도 있다. 제주어표기법이 그중 하나다.

고재환 전 제주교대 교수가 제주어표기법 등에 대한 제언을 담은 책을 냈다. 제주방언 관련 강의 자료, 라디오방송 원고 등을 묶어 '제주어 나들이'란 말랑말랑해 보이는 제목을 붙여놓았지만 그중 100여쪽 분량에 올바른 보전을 위해 어떻게 표기할 것인지 다뤘다.

그는 먼저 제주어라는 명칭 사용부터 해명했다. 제주어라는 이름이 '탐라국의 후예'로서 제주인의 정체성이 돋보인다는 게 그 이유였다.

제주도는 2013년 제주어표기법을 내놓았지만 연구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었다. 그는 "국어의 문법이론과 맞물려 특유의 어투에 따른 어형을 살리려는 필자와 거리감이 너무도 컸다"며 "앞으로 더 보완하기 위한 난상토론을 거쳐야 할 진통이 남아있다"고 했다.

그가 내놓은 제주어표기법은 총 54개항과 부칙으로 구성됐다. 제주어표기법에서 빠져있거나 불명확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을 보완해 기존보다 항목이 크게 늘었다.

총칙은 '제주어표기법은 한글맞춤범에 따라 소리대로 적되, 제주어의 어법/어투에 맞도록 형태음소적 표기를 원칙으로 한다'고 되어있다. '제주어에서 한 단어가 두 개 이상의 형태로 나타날 경우에는 그 모두를 표기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내용도 총칙에 넣었다. 그는 현재 이 표기법에 따라 '표준어 대역 제주어사전'(가칭)을 집필하고 있다.

표준어 세대들에겐 제주방언이 '제2외국어나 다름없는 쾨쾨한 언어'지만 그는 제주어의 가치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방언과 사투리는 표준어가 아닐 뿐, 같은 나라의 지역주민들이 즐겨 쓰는 생활용어이다. 특히 제주어인 제주방언인 경우, 그저 사투리로 몰아버릴 것이 못 된다. 옛말인 중세국어가 많을 뿐더러 표준어와 맥을 같이 하는 것도 꽤 많다. 더욱이 제주인들에게는 옛 탐라로부터 오늘로 이어준 가장 제주도적인 전통문화의 황금덩어리기 때문이다." 보고사.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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