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여리디 여린 생명들 함께 웃는 세상으로

[책세상]여리디 여린 생명들 함께 웃는 세상으로
제주 김섬 작가 창작 동화집 '볼락잠수 앙작쉬'
  • 입력 : 2017. 09.01(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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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당동네'등 9편에 사회적 약자 보듬는 이웃들

책장을 하나둘 걷어나가다 한라수목원 황토집에서 띄운 '작가의 말'에 이르러서야 고개가 끄덕어졌다. 그는 이 세상에 착한 동화를 뿌리고 싶은 거였다.

창작 동화집 '볼락잠수 앙작쉬'를 낸 제주 김섬 작가. 그는 동화 같은 세상에 살고 싶어 대문이 없는 소박한 집을 지었다. 그 안에서 강아지와 함께 뒹굴고 병아리를 어깨에 올려 키운다. 심지 않아도 솟아나 피는 들꽃들이 있고 농약을 뿌리지 않은 잡초들이 마당에 뛰노는 닭들에게 보약이 된다. 텃밭 벌레들은 집 처마 밑에서 낳고 자란 참새들이 잡아준다. 이곳에서 작가는 과거와 미래를 오가고, 하늘과 바다를 쏘다니며 동화를 쓰고 있다.

'볼락잠수 앙작쉬'엔 아홉 편의 동화가 묶였다. 동화 속엔 작가가 사는 집 안팎 풍경을 옮겨놓은 듯 닭이며 강아지, 병아리가 등장한다. 깨진 항아리도 화자가 된다. 때로는 사람과 어울려 사는 여리디 여린 그 생명들의 시선으로 동화 세상이 펼쳐진다.

그의 작품엔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나온다. '바당동네'에 할머니와 단둘이 지내는 소녀 순심이, '볼락잠수 앙작쉬'의 9남매를 키우며 살아가야 하는 해녀, '괜찮은 골키퍼'의 장애아 관우, '도체비 하르방'의 혼자사는 노인 등이다. 얼굴에 그늘이 드리운 채 힘겹게 하루하루를 견뎌야 하는 이들에게 작가는 따스한 눈길을 보낸다. 그들의 곁엔 무뚝뚝하지만 타인을 보듬을 줄 아는 이웃들이 있다.

어촌마을 성산포에서 나고 자란 작가의 경험이 묻어나는 표제작 '볼락잠수 앙작쉬'가 돋보인다. '볼락잠수'는 '물질을 잘 못하는 잠수'를 일컫고 '앙작쉬'는 '화를 내며 큰소리로 울부짖기를 잘하는 아이'를 뜻하는 제주방언이다. "아고, 무사덜 경 웨염시?"(왜 그렇게 소리 지르니?)로 시작되는 동화는 시종 제주방언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주인공은 그 많은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탓에 봉당봉당 거리며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앙작쉬에게 전복을 캘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한한헌(많은) 아이들을 생각하며 있는 힘을 다해 깊은 바다를 헤쳐가는 장면이 뭉클하다. 제주 출신으로 제주도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했던 에스카 작가가 동화 속 그림을 그렸다. 좋은땅.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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