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선선한 바람 부는 길… 가을 향하는 제주를 만나다

[휴플러스]선선한 바람 부는 길… 가을 향하는 제주를 만나다
  • 입력 : 2017. 09.08(금) 00:00
  • 채해원 기자 seaw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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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숲을 걷는 탐방객들.

가을의 길목, 제주 걷기 여행
가을 알리는 '백로' 지나니
제주 곳곳에 가을 기운 완연
언제 어디든 걷기 좋은 때


어느덧 24절기 중 '더위를 처분한다'는 처서(處暑)를 지나 7일 본격적인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백로(白露)'를 맞았다. 모든 것에 가을 기운이 완연하다. 언제 어느 때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기기 좋은 때다.

▶걷기 좋은 계절=선선한 바람과 높은 하늘, 여물어가는 들판. 이 같은 가을 정취를 제대로 즐기기엔 걷기여행만한 것이 없다. 느리게 한 걸음씩, 가까이 다가서기도 하고 다시 멀어지며 풍경 하나, 소리 하나 등을 마음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제주 서부지역 오름과 한라산.

또 일행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며 사람과의 관계를 다질 수도 있다. 가족과 묵혀뒀던 오해를 풀기도하고, 친구와 수다를 떨기도 한다. 혼자하는 뚜벅이 여행은 나를 비우기도 좋다. 좋은 풍경 하나를 눈에 담고 잡념 하나를 내려놓는다. 목적없이 목표없이 걸어도 좋다. 잘못 길을 들어서면 되돌아가면 그만이다. 때론 잘못 들어선 길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그래서 걷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걸으면서 자유를 찾았다고도, 길 위에서 '나'를 이해하게 됐다고도 한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나를 찾기 위해 제주를 찾는다. 제주는 걷기 참 좋은 곳이다. 전국에 걷기열풍을 일으킨 제주올레가 있고 검은 먹돌과 조화를 이루는 옥빛바다, 다양한 숲길, 360여개에 달하는 오름이 있다.

▶비가 오면 더 걷기 좋은 길=제주의 걷기 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으로 사려니숲이 있다.

붉은오름방면 사려니숲 항공.

사려니숲은 제주 숨은 비경 31곳 중 하나로 트레킹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에게 인기다. 비가 내려 숲이 물기를 머금으면 나무향으로 가득하다. 때문에 '비가 오면 더 좋은 길'이라고들 한다. '신성한 숲'이라는 의미의 사려니숲길은 비자림로를 시작으로 물찻오름과 사려니오름을 거치는 우거진 숲길이다. 붉은 화산송이길 양 옆으로 빽빽한 삼나무뿐만 아니라 서어나무, 때죽나무, 편백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서식하고 있다.

비자림도 비가 내리면 상쾌한 비자향이 숲을 채워 더 걷기 좋은 길이 된다. 비자림은 수령 500~800년이 넘는 2800그루의 비자나무 군락으로, 가장자리에 수령이 820년을 넘어선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비자나무가 있다. 이 나무를 천년의 비자나무라고 부르는데, 때문에 비자림을 보고 '하늘을 가린 천년의 비자나무 숲'이라 일컫기도 한다. 붉은 송이가 깔린 평탄한 길이 약 40분과 1시간20분 코스로 조성돼 가족과 함께 가볍게 걷기 좋다.

▶제주의 숨겨진 매력 오름=제주 걷기 여행에서 오름은 빼놓을 수 없는 테마다.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을 만들기 위해 흙을 나르다 떨어진 흙덩이들이 오름이 됐다'는 설화처럼 도내 368개의 오름들은 어느 하나 똑같은 것이 없다.

경주의 왕릉처럼 완만한 곡선을 자랑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여러 개의 분화구가 겹쳐져 거미모양으로 웅장함을 뽐내는 것도 있다. 오름에 올라 전경을 바라보면 왜 제주의 매력을 알려면 오름을 올라야 한다고 하는지 체감케 한다.

오름 중에서 가장 가봐야 할 곳으로 손꼽히는 곳은 바로 다랑쉬오름이다. 다랑쉬오름은 뛰어난 균형미로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리운다. 오름 전체 둘레는 3391m에 달하며 높이도 227m 정도다. 어느 면이든 급 경사를 이루고 있어 만만치 않다. 다랑쉬 오름의 매력은 무엇보다 움푹패인 크고 깊은 깔대기 모양의 분화구다. 산봉우리의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 해서 오름의 이름도 다랑쉬(도랑쉬, 달랑쉬)라고 불리우게 됐다. 둥그런 굼부리에서 쟁반같은 보름달이 솟아오르는 달맞이는 이 곳에서가 아니면 볼 수 없다고 한다.

최근 동부지역 오름들을 경유하는 관광지순환버스가 다니면서 거슨세미오름도 주목받고 있다. 거슨세미오름은 오름 서쪽 기슭에 거슨세미 못이 자리잡아 붙여진 이름으로, 이 못에서 솟아난 물은 바다쪽이 아닌 한라산으로 거슬러 흐른다고 한다. 380m의 정상에 오르면 한라산 전경과 동부지역 바다를 즐길 수 있다. 채해원기자



관광지 순환버스 타고 느끼는 제주 오름


지난달 26일 대중교통체계가 개편되면서 도보 여행자들을 위해 제주 중산간 관광지를 잇는 순환버스가 도입됐다. 동부와 서부에 각각 1편씩 생겼으며, 요금은 1200원이다.

특히 동부 관광지 순환버스(810번)는 구좌읍 대천교차로에 위치한 대천환승버스정류장(세화방향)에서 출발해 세계자연유산센터를 시작으로 조천읍 선흘리와 구좌읍 송당리 일대 오름들을 경유해 다시 대천환승버스정류장으로 돌아오는 45㎞ 길이의 노선이다.

동부지역 선흘·송당리 일대 오름 지나
동백동산습지센터와 주변 관광지 거쳐


제주의 360여개 오름 중 으뜸이라 꼽히는 다랑쉬오름은 물론 동쪽의 작은 정원이라 불리는 거슨세미오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거문오름, 아부오름, 알밤오름 등이 포함돼 오름트레킹에 나선 이들이 부담없이 이용하기 제격이다.

제주 동부 관광지 순환버스 노선.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또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동백동산습지센터와 선녀와 나무꾼, 다희연, 한울랜드, 메이즈랜드(미로공원), 제주레일바이크 등이 포함돼 자녀들과 함께 오름 트레킹 후 나들이 하기도 좋다.

더욱이 각 버스에는 국내여행안내사 자격증을 보유한 교통관광도우미가 함께 탑승해 관광지에 대한 설명과 지역의 독특한 문화, 맛집 등에 대한 다양한 관광정보를 안내한다. 제주의 새로운 곳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버스 환승과 같은 다음 목적지까지의 빠른 이동방법을 친절히 설명해 주기도 한다.

동부 관광지 순환버스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만 운행되며 배차간격은 30분이다. 단 점심시간인 11시부터 2시까지는 1시간에 1대만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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