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29)]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30) 몽골은엉겅퀴와 한라산 바늘엉겅퀴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29)]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30) 몽골은엉겅퀴와 한라산 바늘엉겅퀴
세계 희귀종 ‘몽골은엉겅퀴’와 유사한 한라산 ‘바늘엉겅퀴’
  • 입력 : 2017. 09.25(월)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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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의 바늘엉겅퀴

진짜 엉겅퀴란 뜻의 ‘참소앵이’ 불려
신경통·정맥질환에 사용한 기록 남아


출발은 뜨거운 사막의 오후 1시 반, 부차간마을에서 필요한 물자를 보충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지형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멀리 지평선이 보일 뿐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길가에 아름다운 꽃들이 눈에 들어왔다.

줌부레 박사가 먼저 탄성을 지른다. 희귀한 종을 만났다는 뜻이다. 이 식물은 지금이 꽃피는 적기인지 아주 아름다웠다.

김찬수 박사

세계적으로도 아주 희귀한 종으로 알려진 몽골은엉겅퀴(유리니아 몽골리카, Jurinea mongolica)다. 유리니아속은 우선 엉겅퀴속(키르시움)과 유사하고, 전체적으로 은색이 나는 점을 들어 은엉겅퀴속으로 하고, 이 종의 경우 몽골에 주로 분포한다는 점을 들어 몽골은엉겅퀴로 이름 지었다.

이 유리니아속은 1821년 프랑스 식물학자 카시니가 명명했는데 현재 250여 종이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의 중부 및 대서양 인접지역, 그리고 중앙아시아에 주로 분포한다. 러시아에도 150종 이상이 보고돼 있다.

그 중에서 이 몽골은엉겅퀴는 1871년 11월 30일 프르제팔스키라는 러시아학자가 채집한 기록이 있다. 그 3년 후 1874년 러시아 막시모위츠가 명명했다. 몽골에서 최근에 채집한 기록을 보면 1978년 9월 독일 식물학자 크나프가 채집했다. 그 후로는 사진 촬영기록은 보이지만 채집을 했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

몽골은엉겅퀴.

사실 난 이 식물을 만나는 순간 한라산의 바늘엉겅퀴(키르시움 리노케로스, Cirsium rhinoceros)를 떠올렸다. 몽골은엉겅퀴의 크기가 전체적으로 좀 작고 잎에서 흰색이 강하게 비친다는 것 외에는 두 종이 아주 닮았다. 특히 꽃의 크기, 꽃받침조각의 모양은 거의 유사했다. 무더기로 피어난 바늘엉겅퀴는 가을의 한라산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제주도에서는 '참소앵이'라고 하는데 진짜 엉겅퀴라는 뜻이다. 이 식물의 뿌리는 기다란 무처럼 생겼다. 옛날 제주도에서는 이걸로 엿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특히 신경통에 특효가 있다고도 한다. 엉겅퀴속(키르시움)의 명칭은 그리스어의 정맥질환을 의미하는 kiros다. 이 식물의 뿌리를 정맥질환에 사용했다는 기록에서 유래한다.

이 종은 아름다움에서나 생김새, 즉 분류학적 형질이 너무나 특이해 필자가 한라산 특산식물을 소개할 때 자주 예로 든다. 바늘엉겅퀴의 바늘은 아마도 그 꽃받침조각이 바늘 같다는데서 유래했을 것이다. 그런데 종소명 '리노케로스'는 영어로는 코뿔소의 뿔을 의미하지만 학명의 종소명은 형용사다. 즉 '코를 형성하는'의 뜻이 있다. 이게 무슨 뜻일까? 코뿔소의 뿔처럼 단단하고 세다는 의미일까? 이렇게 보면 제주도에서 사용하는 이름이 훨씬 의미가 잘 통한다.

바늘엉겅퀴.

이 식물에 대해서는 1910년 프랑스 학자 레비유와 바니어트가 공동으로 크니쿠스 리노케로스(Cnicus rhinoceros)라고 이름 붙였다. 그런데 일본 학자 나카이가 1912년 소속을 정정하면서 키르시움 리노케로스로 바꾼 것이다.

어쨌거나 몽골에서 만난 이 몽골은엉겅퀴는 엉겅퀴들과 유연관계가 가깝기는 하지만 다른 속이다. 몽골 정부가 평가한 적색목록에서 취약종에 해당한다. 자생지가 매우 좁고, 지리적으로도 제한된 지역에만 분포한다. 지나친 방목과 광산개발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게 그 이유다. 몽골 이외에는 중국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도 사막스텝에 자란다. 우리는 지금까지 알려진 분포지보다 상당히 서북쪽으로 치우친 사막에서 이 아름다운 희귀식물을 만났다. < 글·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



도전하라 그리고 발견하라

몽골은엉겅퀴는 유리니아 카시니라는 속의 한 종이다. 이 속의 이름을 줄여서 유리니아 카스(Jurinea Cass.)라고 쓴다. 카시니라는 사람이 '유리니아'라고 붙였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식물의 명칭들은 모두 국제식물명명규약이라고 하는 이름붙일 때 준수해야하는 규정에 따라야한다.

카시니(Alexandre Henri Gabriel de Cassini, 1751-1819)는 프랑스 식물학자면서 박물학자이기도 하다. 특히 국화과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다. 유리니아를 비롯해 20여 가지 속을 새롭게 설정하였다. 우리나라에도 분포하고 있는 씀바귀속, 곰취속, 고들빼기속들은 그가 명명한 것이다.

그러면 이 유리니아가 무슨 뜻일까? 카시니는 국화과의 식물들을 관찰하다가 어떤 한 그룹이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특징들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유리니아 알라타, Jurinea alata)라는 종을 대표로 하는 유리니아 속을 명명하게 된다. 이 유리니아라는 명칭은 유린(Louis Jurine, 1751~1819)을 기념하기 위해서 사용한 것이다. 18세기 말 제네바대학 약학 교수를 지냈고, 박물학자이기도 했다. 딱정벌레 등 곤충류, 나비류에 대한 연구로 유명하다. 그가 채집한 표본들은 지금도 제네바 자연사박물관에 유린의 채집품 전시관에 전시돼 있다고 한다. 이처럼 식물의 학명에는 발견자, 공로자들을 기념하는 단어들이 들어간다.

특히 그 식물의 학명을 붙인 학자의 이름은 규약에 의거 당연히 이름이 들어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지금도 많은 식물들이 발견되고 있다. 이 속의 식물들만 해도 2010년 마케도니아와 터키에서 각 1종, 2014년 터키에서 1종, 2017년 이란에서 1종이 새롭게 발견되어 명명발표 되었다. 이 학명들에도 당연히 명명자의 이름이 함께 기록되었다. 그들 자신은 물론 그들의 조국에도 영광을 안기는 것이다.

본 탐사기록을 정리하면서 느끼는 점은 왜 우리는 탐험을 주저해 왔는가라는 아쉬움이다. 모래 폭풍 사막, 혹독한 추위의 설산, 그 어딘들 못갈 곳이 없는데… 미지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잖나. 젊은이들은 도전하라 그리고 발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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