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와 해녀 이야기를 잇따라 풀어내고 있는 강영수 시인이 우도 바다를 배경으로 서있다. 사진=강영수씨 제공
뒤웅박 찬 해녀들 삶 고통의 나날
"입에선 신물, 손에선 얼음물이…"우도 해녀들의 제주말 채집 기록
'해녀질은/ 책으로 배울 수 없다//지식과 상식이/ 탁월해서 되는 게 아니다//인문학이 박식하다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숨을 오래 참는다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수영을 잘한다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기교와 재능이 탁월해서/ 되는 게 아니다// 콩이 된장이 되듯/ 꽁치가 과메기가 되듯// 해녀만의 곰삭은 지혜/ 해녀에게 물어 봐라'('물질' 전문)
시인은 말한다. '여자일 때와 해녀일 때' 다르다고. 뭍에서는 여자지만, 바다에선 해녀다. 아파할 땐 여자지만, 물질로 위안 삼을 땐 해녀다. 어머니가 해녀였고, 누이가 해녀였다. 아내만은 물질을 하지 않길 바랐지만 먹고 살려면 그래야 했다.
시집 '해녀의 몸에선'을 낸 강영수(67) 시인. 제주 우도 출신으로 북제주군의회 의원, 제주 도서지역 특별보좌관을 지낸 그는 그동안 고향과 해녀 이야기를 책에 담아왔다. 2013년 수필집 '내 아내는 해녀입니다'를 묶었고 이듬해엔 시집 '우도돌담'을 발간했다. 작년에는 수필집 '바다에서 삶을 캐는 해녀'를 내놓았다. '굴러온 돌 박힌 돌 쳐내고'('병들어 가는 우도 1') '아름답고 예쁜 민얼굴에 성형하고 화장'('병들어 가는 우도 2')하는 현실 속에서 깊어지는 고민을 그렇게 풀어왔다.
시인은 표제시에서 '해녀의 귀에선 고름물이// 해녀의 코에선 콧물이// 해녀의 입에선 신물이// 해녀의 손에선 얼음물이// 해녀의 발에선 오줌물이//해녀의 몸에선 핏물이' 난다고 했다. 40여년 아내의 물질을 곁에서 지켜본 시인에게 해녀의 삶은 고통의 나날이다. '해녀들은'에서 그려졌듯 뱃속이 비어있어야 무자맥질을 편하게 할 수 있어서 대부분의 해녀들은 공복 상태로 물에 든다. 그리곤 짧게는 네댓 시간, 길게는 예닐곱 시간 작업을 벌인다.
시인은 해녀 아내의 웃는 얼굴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내 지어미가 되어서도 뒤웅박 동아줄이/ 밥줄이고 생명줄이 될 줄이야/ 두 다리 뻗고 편히 한번 쉬어 보지 못한 내 지어미/ 뭍에선 몸뻬 바다에선 스펀지 고무옷 번갈아 입는 내 지어미'('내 지어미')다. 그런 아내가 바다밭에 나설 때마다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까지 긴장하며 지낸다"는 시인이다.
시집 말미엔 '우도 해녀들의 제주말'을 실었다. 물거리상거리, 우알진물 등 제주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어휘들이 적지 않다. 해녀들의 대화를 듣다 모르는 말이 나오면 물어물어가며 기록했다.
지난 50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써왔다는 시인은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 역시 우도와 해녀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정은출판.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