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35)] 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35) 사막에서 만난 아름다운 나무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35)] 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35) 사막에서 만난 아름다운 나무
사막서 자생… 가지 많이 내는 아름다운 나무 ‘위성류’
  • 입력 : 2017. 11.19(일) 19:55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김찬수 박사.

이곳의 더위는 살인적이다. 이런 기후에서 사람이 살 수는 있는 것일까. 그리고 양, 염소, 낙타 등 모든 털 돋은 가축들의 외모를 보면 주로 추위에 적응한 듯 털이 촘촘하고 길게 나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럼 더운 날엔 어떻게 견디지?

모래는 햇빛을 받아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져 있다. 반짝이는 표면으로 눈부시게 햇빛을 반사하고 있다. 위에서 내려쬐는 햇볕, 뜨거운 지면에서 내뿜는 열기와 반사광으로 모든 방향에서 빛과 열이 총 공격해 오는 형국이다. 그래도 기대해 볼만한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람이다. 뜨거운 열기를 가득담은 바람이지만 그래도 습기가 없으니 순간적으로나마 검불리기에는 한결 도움이 된다.

이런 사막을 달리다가 누구랄 것도 없이 내지르는 야~ 하는 탄성과 함께 아름답게 꽃이 핀 나무군락을 만났다. 이제껏 탐사 도중에 이렇게 아름답게 꽃이 피어난 나무는 본적이 없었다.



다북위성류(타마릭스 라모시시마, Tamarix ramosissima)라는 종이다. 이 종과 혈연적으로 가까운 종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비록 자생종은 아니지만 위성류(타마릭스 치넨시스, Tamarix chinensis)라고 하는 중국 원산의 도입종이다. 그런 점에서 이 종도 우선 위성류라는 이름을 기본으로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위성류속 식물은 위성류과(Tamricaceae)에 속한다. 과와 속의 이름 타마릭스는 라틴어에서 기원했는데 아마도 스페인의 타마리스 강(현 Tambrer 강)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가 여겨지고 있다. 학명의 라모시시마는 '가지를 많이 내는' 의미를 지닌다. 특히 이 종은 가지를 많이 낼뿐만 아니라 가지들이 전체적으로 가늘고 부드러워 '다북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다북위성류'로 이름지었다.

사막에서 자란 나무가 3m가 넘어 멀리서도 보인다.

위성류속에는 90종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에 분포하고 있다. 위성류과 전체적으로는 110종이 알려져 있다. 이들은 모두 유라시아와 아프리카의 사막 또는 사막 스텝에서 자란다.

그 중 다북위성류는 흔히 소금 낙우송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낙엽성이면서 가지가 밑으로 활처럼 드리워지는 형태를 갖는다. 어린가지는 붉은 색을 띠고, 깃털 모양이면서 연녹색의 잎이 이채롭다. 꽃은 아주 작고 핑크빛을 띤다.

이 종은 유럽과 아시아에 널리 자생한다. 생명력이 강하고 낙엽관목으로서 붉은 가지색, 현란하게 피어오르는 꽃 기둥과 기이하게 생긴 깃 같은 잎으로 유럽과 북미에서는 정원수로 인기가 높다. 잘 자라면 높이 8m, 폭 5m까지 자란다. 그 외에도 차폐용 생울타리, 방풍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

현란하게 피어오른 꽃 기둥과 빨간색의 가지가 돋보인다.

한편 위성류속의 식물들은 다북위성류처럼 흔히 조경용, 방풍수, 녹음수로 쓰이고 있다. 목재는 가구나 장작으로 쓰인다. 중국에서는 사막화방지프로그램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부 종들은 상록성이거나 낙엽성의 교목 또는 관목인데, 가장 크게 자라는 종은 나무 높이가 18m에 달하기도 한다. 물론 1m 이내의 아주 작은 종들도 있다. 이들은 흔히 염분이 많은 토양에서 자라는데 염분농도가 무려 1만5000 ppm에서도 견딘다고 한다. 바닷물의 염분농도 약 3만3000 ppm인 것을 비교해보면 상당히 높은 염분농도에서도 견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알칼리성 토양에서도 잘 자란다.

이 위성류속의 식물들은 하나같이 가늘고 유연한 가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잎은 회백색을 띤다. 어린가지의 껍질은 매끄러우며 적갈색을 띤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무껍질이 청자색으로 바뀌고, 홈이 지거나 산마루 같은 형태로 도드라진다.

다북위성류 자생지, 고비알타이 지역 사막은 연중 건조하고 여름엔 덥고 겨울엔 몹시 추운 척박한 환경이다.

잎은 비늘모양이고, 길이가 1~2㎜인데 서로 겹치는 형태로 배열하고 있어서 거의 향나무의 잎 같은 모양을 한다. 체내에서 분비한 소금기가 몸의 외부를 감싸고 있을 정도로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다북위성류는 그 아름다운 외모와 다양한 쓰임새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재배한다. 그러나 생활력이 강한 특성과 함께 널리 보급되었기 때문에 강가나 오아시스에 번성할 경우 과도하게 지표수를 빨아먹어 버려 피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글·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



과도한 번식… 감시대상 위성류

위성류(渭城柳)는 무슨 뜻일까? 우리나라에는 이곳에서 만난 다북위성류가 자란다는 보고는 없지만 위성류는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이 이름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이 나무들이 대체로 물가에 자라고 축축 늘어지는 나뭇가지의 모양이 마치 버드나무 같다 하여 이렇게 부르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위성류과의 식물들은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비교적 크게 자라는 관목이거나 교목인 종들로 구성된 위성류속과 미리카리아속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가지는 아관목으로서 붉은모래나무속이다.

위성류속과 미리카리아속은 크기나 외양이 비슷하지만 위성류속은 수술이 4~5개이고, 꽃잎과 길이가 같다. 또 미리카리아속은 수술이 10개이고 꽃잎 길이의 배 정도로 길다는 점에서 다르다.

알타이와 연결된 고비사막에서는 위성류속의 다북위성류와 붉은모래나무속의 붉은모래나무를 볼 수 있다. 위성류는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그 정확한 경위는 잘 알려진 바 없다. 그런데 이 위성류 역시 같은 속의 여러 식물들처럼 세계적으로는 그늘을 만들기 위해서, 또는 침식방지와 조경을 위해서 많이 심고 있다. 부수적으로는 꿀을 생산하는 데에도 유용하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에서도 여러가지가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역시 지나치게 번성해 자생식물의 공간을 잠식하는 것이다. 또한 사막화 방지를 위해 많이 심고 있으나 오아시스 같은 곳에서는 과도하게 수분을 많이 흡수함으로써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이유로 도입됐다고는 하지만 최근 귀화식물로서 생태계에 과도하게 번성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시화호에서 2005년도에 조사한 결과를 보면 위성류가 자연적으로 군락을 형성했으며 남북 350m, 동서 270m 범위에 1512개체가 관찰됐다.

그 중 큰 나무는 2m를 넘고, 나이는 8년생이나 되었다. 이러한 보고는 국내에서 자연계에 대규모로 침입한 첫 사례로서 앞으로 감시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97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