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으로 하루 종일 즐기는 교토시내 버스관광

5000원으로 하루 종일 즐기는 교토시내 버스관광
[연속기획 / 제주형 대중교통, 최적안인가?] (3) 교토시-국내·외 대중교통 선진지의 교훈
  • 입력 : 2017. 11.22(수) 2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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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시 버스 내부 모습. 한 노인 부부가 아이를 안고 길다란 형태의 노약자석에 앉아 있다. 사진=특별취재팀

1일 승차권 한 장으로 무제한 이용 가능 인기몰이
전 차량 저상버스 장애인 등 교통약자 위한 천국
불법 주·정차 강력 단속정책도 효과… 소통 원활


일본을 대표하는 역사 관광도시 교토(京都)시. 인구 150만명인 교토시에 지난해 기준 55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았다. 교토시를 방문한 대다수 관광객들은 주저 없이 버스를 이용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싸고, 편리하고, 친절하기 때문이다.



▶5500만 찾는 도시에 지하철 노선 2개 뿐=교토시는 오사카시와 달리 지하철이 그렇게 발달하지 않았다. 면적은 오사카시 보다 3배 넓지만 교토시의 지하철 노선은 가라스마 선과 도자이 선 등 2개 뿐이다. 노선 하나당 정차하는 역이 20개가 안되다보니 두 노선을 다 합쳐도 연장 길이는 30㎞ 남짓이다. 지하철로는 교토시 곳곳을 여행하기 힘들다. 교토시에서 여행가이드 일을 하는 신은숙씨는 "교토시에는 사찰 등 역사유적이 곳곳에 있다보니 유적지 보호를 위해 지하철 공사를 많이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교토시에서는 상대적으로 버스가 발달했다.

교토시에서 운행되는 버스는 시가 직접 운영하는 시영버스와 민간에서 운행하는 민영버스가 있다. 민영버스는 다시 교토버스, 게한버스, 킨테츠버스, JR버스로 나뉘는 데 그 수가 적어 대다수 관광객과 시민이 시영버스를 이용한다고 교토시는 밝혔다. 1928년 출범한 교토시 시영버스는 현재 3만1423㎞에 달하는 83개 노선에서 운행되고 있다. 지난 한해 교토시 시영버스 808대가 702곳 정류장을 돌아다니며 1억2917만4600명의 승객을 수송했다.



▶오사카는 주유패스, 교토시는 1일 승차권=교토시는 물가가 비싼 도시로도 유명하다. 버스 요금도 마찬가지다. 교토시의 버스 승차권 가격은 230엔,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2300원 정도다. 제주의 버스 요금과 비교하면 2배 가량 비쌌다.

하지만 1일 승차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교토시 당국이 발매하는 1일 승차권은 500엔(성인 기준)으로 우리나라 돈 약 5000원이면 하루 종일 시영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구성돼 있다. 1일 승차권은 민영버스 가운데 하나인 교토버스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500엔의 1일 승차권은 버스를 3번 이상 타면 이익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통상 하루에 5~6개의 관광지를 둘러보고 숙소까지도 버스로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1일 승차권을 이용할 경우 교통비를 4분의1 수준으로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1일 승차권이 있으면 교토수족관, 영화촌 등 인기 관광지에서 입장료의 10%를 할인 받을 수 있다.

오사카시의 주유패스와 유사하다. 다른 점은 주유패스는 민간에서, 1일 승차권은 시 당국에서 주도한다는 것과 1일 승차권은 이용 대상이 버스로 한정되는 데 반해 주유패스는 지하철까지 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교토시에도 고정 가격에 지하철과 버스를 하루 동안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교토관광 1일 승차권'이라는 것이 따로 있지만 요금이 1200엔, 우리나라 돈 1만2000원으로 버스 1일 승차권에 비해 갑절 이상 비싸다.

저렴한 혜택으로 무장한 1일 승차권은 지난 2000년 발매 매수가 100만장 수준에서 2015년엔 614만장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약 70%가 관광객이 구매한 것이고 나머지 30%는 교토시민들이 산 것으로 전해졌다.



▶친절·배려로 무장한 버스=교토시 버스의 매력은 저렴한 기획 요금 말고도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교토시내 주요 관광지를 경유하는 시영버스를 모두 5차례 이용했다. 1일 승차권은 지하철역 창구나 버스 내, 편의점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다만 버스 내에서는 미리 마련된 1일 승차권이 모두 팔리면 더 이상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교토시에서 운영하는 시영버스를 타기 위해 승객들이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3 교토시내 골목에 있는 민간 유료주차장. 교토시와 오사카시 등 일본 곳곳에서는 이 같은 민간 유료주차장을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사진=특별취재팀

교토시에서는 버스를 타는 방식부터 특이했다. 교토시에서는 버스 뒷문으로 타서 앞문으로 내린다. 요금은 버스에서 내릴 때 지불한다. 1일 승차권을 구매한 승객은 내릴 때 승차권을 운전원에게 보여주면 된다. 교토시 버스는 규모가 작았다. 교토시 버스의 좌석은 23개로 36명 이상을 태울 수 있는 국내버스에 비해 좌석수가 적다.

인상적인 것은 교통 약자를 위한 배려다. 23개 좌석 중 노약자와 임산부, 장애인 등 교통약자에게 배정된 좌석이 8개(34%)였다. 노약자 등에게 내주는 좌석이 2~4개에 불과한 국내 버스와는 사정이 달랐다. 교토시 버스에서는 장애인석을 제외한 임산부석과 노약자석이 길다란 의자 형태로 구성돼 여러 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다. 하차벨은 좌석에 앉은 승객이 손쉽게 누를 수 있게 의자 손받이에 설치돼 있었고, 서서 가는 승객은 창가 옆에 붙은 하차벨을 누르면 된다. 교토시 버스도 오사카시처럼 서행 운행이 원칙이었다. 승객을 태울 때도 안전을 가장 우선 순위에 뒀다. 버스가 정확히 정류장 입구에 도착해야만 버스 문이 열린다. 가령 정류장에 다 왔어도 미리 정류장에 도착해 대기하는 버스가 있다면 이 버스가 떠날 때까지 문을 열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정류장에 미리 정차한 버스가 있을 경우에도 뒤에 도착한 버스가 기다리지 않고 문을 열어 승객을 태우는 일이 다반사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가장 돋보이는 건 장애인을 위한 배려였다. 장애인 전용 좌석이 따로 마련돼 있을 뿐만 아니라 교토시의 모든 버스는 휠체어가 오르내리기 편한 저상버스였다. 체험 도중 휠체어를 탄 외국인 장애인이 버스를 이용하는 걸 볼 수 있었는 데 승·하차 과정이 1~2초 사이에 신속히 이뤄졌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버스에 오르려하자 운전원이 직접 나와 탑승을 도왔고, 휠체어가 버스에 오를 수 있게 돕는 발판은 자동으로 내려와 버스와 도보 턱 사이를 빠르게 연결했다. 승객이 버스에서 내릴 때에도 친절과 배려가 엿보였다. 버스 운전원은 내리는 승객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넸다. 단 한명의 승객도 거르는 법이 없었다. 왜 교토시에선 승객들이 버스 뒷문으로 타고 앞문에서 내리는 지 짐작이 갔다.



▶늘어난 관광객에 몸살=하지만 어두운 이면도 있다. 교토시 버스 이용객이 워낙 많은 데 비해 버스 규모가 작다보니 버스 안은 넘쳐나는 승객들도 매번 혼잡했다. 관광객들에게 밀려 정작 지역 주민들은 자리가 없어 버스를 못 타는 상황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교토시는 내년부터 1일 승차권 요금을 500엔에서 600엔으로 인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인프라를 갖출 때까지 버스 이용객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교토역에서 만난 마츠모토 시게오(50)씨는 "최근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기초질서가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특히 관광객들이 커다란 캐리어를 든 채 버스를 타면서 버스 안이 비좁아지는 문제가 일본 언론에서도 자주 다룰 정도로 이슈가 됐다"고 말했다.



▶불법 주·정차 없는 일본=교토시와 오카시의 대중교통을 체험하며 느낀 공통점은 차량 소통이 원활하다는 것이었다.

교토시내 골목에 있는 민간 유료주차장. 교토시와 오사카시 등 일본 곳곳에서는 이 같은 민간 유료주차장을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불법 주정차가 없다는 점이 주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교토시와 오사카시에서는 어디를 가든 주차장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주차장은 모두 사기업이 땅을 사거나 임대해 설치한 유료주차장이다. 이렇게 유료주차장이 즐비한 이유는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고령화로 인해 활용하지 않는 땅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강력한 불법 주·정차 단속 정책에 차량들이 유료 주차장에 몰린다.

오사카시 교통과 와타나베 카즈야 주무관은 "민간 업체에 불법 주·정차 단속을 맡기는 데 적발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지급하다보니 단속 경쟁이 치열하다"며 "과태료도 최소 1만엔(한화 10만원)에서 최대 1만8000엔(한화 18만원)으로 비싼 편이어서 일본에선 불법 주·정차가 드물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공한지 토지주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며 무료 주차장을 만들어 주차난을 해소하려 하는 것과 대조된다.

차고지 증명제도 실효성을 갖추고 있다. 일본은 거주지에 주차장이 없으면 이른 바 주차 계약을 해야는데 그 비용이 매달 20만~30만원 정도로 비싸다. 또 거주지 반경 2㎞ 이내, 주차장 주인의 동의 등 조건도 까다롭다. 카즈야 주무관은 "땅이 여유가 있는 시골지역은 몰라도 시내에 거주하는 사람이 차량을 구입하려면 차고지 부분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표성준·이상민·송은범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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