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장석남 지음)=섬세하고 따뜻한 감수성으로 전통 서정시의 맥을 이어온 시인의 여덟번째 시집. 절제된 시어로 사물의 내밀한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같은 소재로 연작 형태의 시를 즐겨써온 시인은 이번에 '고대(古代)'라는 제목이나 부제가 붙은 시를 여럿 펼쳐놓았다. 고대인의 정서에 현대적 감각을 접목한 시편들에서 시인은 '먼 고대로부터 온 흰 메아리'를 들려주면서 자신의 뿌리를 찾아 거슬러 올라간다. 창비. 8000원.
▶일상생활의 혁명(라울 바네겜 지음, 주형일 옮김)=원제목은 '젊은 세대를 위한 삶의 지침서'. 1967년 출간돼 이듬해 프랑스 5월 혁명을 이끄는 이론적 동력이 되었다. 당시 젊은이들은 자본주의 체제를 위해 봉사하는 기계 부품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두려움 앞에서 기꺼이 시스템을 거부하고자 했다. 상황주의 인터내셔널 운동이 그것이다. "1968년 투사들이 거부했던 권태와 생존의 상태로부터 우리는 지금 자유로운가." 갈무리. 2만4000원.
▶자본의 새로운 선지자들(니콜 애쇼프 지음, 황성원 옮김)=자본주의 신화 창조자들을 풍자적이면서도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전 세계 빈곤과 교육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빌 게이츠, 아메리칸 드림과 영적인 자유주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오프라 윈프리,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 등이다. 가장 목청높여 자본주의를 비판하지만 결코 자본의 종식을 주장하지 않는 이들을 두고 '자본의 위기를 은폐하는 새로운 스토리텔러'라고 말한다. 펜타그램. 1만5000원.
▶일하는 의미를 잊은 당신에게(모로토미 요시히코 지음, 신찬 옮김)=특별히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남들보다 그렇게 뒤처진다는 생각도 안든다. 하지만 문득 자신을 돌아보니 뭔가 허무하다. 예전의 의욕은 어디로 간 걸까. 일하는 의미를 찾지 못하거나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린 이들을 위해 쓰여졌다. 그리스어의 로고스(의미)와 테라피(치료)의 합성어인 로고테라피를 통해 의미를 향한 의지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올댓북스. 1만2000원.
▶오후 세 시의 사람(최영진·최옥정 지음)=소설가와 사진가 남매가 펴낸 포토에세이. 사진 한 장에 글 한 편씩 달려있다. 오후 세 시는 그림자가 서서히 길어지는 시간이다. 중년의 시간과 닮았다. 그러니,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하지 말고 하나만 생각하고, 한 군데만 응시하라고 조용히 말을 건넨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보고 쥐고 흔들어왔기 때문이다. 40~50대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등 누구나 겪게되는 주제를 다뤘다. 삼인행. 1만6000원.
▶일본적 마음(김응교 지음)=에도시대 화가 호쿠사이가 그린 '후카쿠 36경'에 후지산을 삼킬 듯 덤벼드는 파도에 마구 흔들리는 세 척의 어선이 등장한다. 사공들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을 대하듯 파도 앞에 납작 엎드려 있다. 자연과 재해에 맞대응하는 일본인의 집단 심리를 그대로 반영하는 그림이다. 아시아적 관점에서 일본 문화와 그들의 정체성을 살폈다. 체념, 집단주의, 부끄러움과 수치, 죽음의 문화를 통해 오늘의 일본을 본다. 책읽는고양이. 1만4000원. 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