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편집국 25시] 부메랑이 된 정규직 전환의 꿈

[이상민의 편집국 25시] 부메랑이 된 정규직 전환의 꿈
  • 입력 : 2017. 12.28(목)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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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정과 노동단체의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제주형 노동정책을 함께 만들어보자며 손을 잡았던 이들이었기에 지금의 갈등은 예상하기 힘들었다. 논란은 제주도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앞서 제주도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폭넓게 해석해 보다 많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발표했지만, 노동단체는 뚜껑을 열어보니 제주도가 오히려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역행했다고 주장했다.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된 비정규직의 상실감은 말해 뭐할까. 일부 비정규직은 더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정규직이 되지 못해 안그래도 서러운 마당에 해고 위기로까지 내몰렸기 때문이다.

제주시 환경미화원 비정규직 사태가 대표적이다. 제주시는 지난 15일 환경미화원 대체인력(비정규직) 공채 기준을 공고했는데, 갑자기 응시자격을 '만 60세 이상~만 70세 미만'으로 변경했다. 이 요건대로라면 이전부터 환경미화원으로 일한 비정규직 중 60세 미만인 57명은 공채에 지원할 수 없다. 더욱이 이들은 앞서 진행된 정규직 전환 심의에서 탈락한 상태였다. 정규직 전환의 부푼 꿈이 해고라는 부메랑이 돼 되돌와 온 것이다.

비정규직을 최대한 고려한 것처럼 발표한 제주도의 자화자찬도 눈에 거슬린다.

그동안 행정당국은 공공부문에서 1년 6개월간 일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다음 번 진행되는 공공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자격 조건을 제한해왔다. 2년 이상 계속 근무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기간제법을 피하기 위해서다. 지금껏 꼼수를 부려놓고선 이제서야 비정규직을 품겠다는 제주도의 태도에서 진정성을 찾기 힘들다. 또 정규직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재활용품 수거 업무가 '2년 이상 지속 가능 업무'에 해당하는지 잘 모르겠다니. 이 아리송한 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 <이상민 정치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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