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잔소리 주머니' 김진철 작가

[저자와 함께] '잔소리 주머니' 김진철 작가
"제주섬 품은 사연 다양하게 풀고 싶어"
  • 입력 : 2017. 12.28(목) 18:3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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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등단 이래 첫 동화집
'아빠와 신데렐라' 등 9편에

상처난 이들 구원하는 이웃들


고등학교 문예부 시절에는 시조를 배우고 썼다.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소설비평 모임에 참여했다. 단편소설로 대학에서 시행하는 백록문학상을 수상한 일도 있다. 졸업 후에는 '짧은 글'에 눈길이 갔다.

스토리텔링·문화콘텐츠 연구자로 더 많이 알려진 김진철 작가는 제주가 품은 이야기를 여러 창작물로 그려내고 싶다고 했다. 진선희기자

동화를 쓴 계기였다. 제주작가회의의 제주작가 신인상을 받으며 동화 작가로 문단에 발을 디뎠다. 제주 김진철 작가다.

지난해 '신화 콘텐츠의 스토리텔링 전략' 주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땄지만 그동안 창작집에 대한 부채감이 컸다는 그다. 2006년 등단 이후 먹고 사는 일에 쫓겨 창작에 소홀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가 첫 동화집 '잔소리 주머니'를 펴냈다. 등단작을 포함 9편의 단편동화가 묶인 작품집이다. 1년에 한 편씩 동화를 쓴 꼴이 되었지만 발표작과 신작을 모아 마침표를 찍고 가는 마음으로 안민승 작가의 그림을 더해 세상에 내놓았다.

"수아는 더 이상 아이들 앞에서 창피한 것은 싫었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더 싫었습니다. 수아는 결국 멜로디언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미안하긴 하지만 이번에도 선아 멜로디언을 빌려 쓸 수 밖에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등단작 '세상에 하나뿐인 멜로디언'의 한 대목이다. 그의 동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아빠와 신데렐라'에서 발이 불편한 아이, '통일 면허증'의 북한이탈주민, '기억살이꽃'에 나오는 유년 시절 제주4·3을 겪은 할머니 등이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가 도시로 이사온 수아네 가족도 다르지 않다. 수아 아빠는 공사장에서 돈을 벌고 엄마는 음식점에서 반찬을 만들어주는 일을 한다. 무상교육이 확대되면서 가난을 이유로 어릴 적부터 열패감을 느끼는 아이들이 줄었다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물훔치는 어린 존재들이 있다.

김 작가는 평범한 '구원자'를 등장시켜 그들을 어루만진다. '세상에 하나뿐인 멜로디언'의 선생님, '아빠와 신데렐라'의 신발가게를 꾸려가는 아빠, '통일 면허증'의 식당 사장님이 그렇다.

이같은 이야기 방식은 제주설화에서 모티브를 끌어온 '마마신과 산호해녀'에도 펼쳐진다. 이 동화엔 웅덩이에 갇힌 거북을 구해준 대상군 해녀의 이름없는 선행 덕분에 마마신을 물리친다는 줄거리가 담겼다. 새삼, 이 사회의 안녕이 권력자 못지 않은 이웃들의 소리없는 행동에 달려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 작가는 책을 열며 "이야기의 바다에서 묵묵히 열정적인 항해를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세계지질공원 수월봉을 소재로 연작 동화를 발표했던 그 역시 제주 신화, 역사, 문화 등 이 섬이 품은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그걸 동화만이 아니라 여러 빛깔의 창작물로 그려내고 싶다고 했다. 파우스트.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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