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대담]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신년 대담]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헌법적 지위 확보 더불어 4·3정신 전국·세계화 역점 추진"
  • 입력 : 2018. 01.02(화) 2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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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본보와의 신년 대담에서 "지방분권 개헌과 맞물려 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 4·3의 완전한 해결 등 정부와의 협의를 늦출 수 없는 사안들이 많다"며 "특히 4·3 70주년을 맞아 평화와 인권의 4·3정신을 전국화·세계화하기 위한 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강희만기자

제주의 난개발 방지 대책 전국서 가장 엄격
성장통 극복 위해 대대적 혁신·변화에 박차
제2공항 갈등·강정마을 아픔 큰 점 아쉬워
조만간 타당성 재조사… 갈등 해소 위해 협력
대중교통체계 개편 현재 진행형… 보완장치 마련
투자진흥지구 제도 EU 지적과는 거리 멀어
정부 차원 개편 방안 나오면 후속 조치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새해를 맞아 한라일보와 가진 신년 대담에서 차세대 지능형 교통망 도입 등으로 대중교통체계 개편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또 제2공항 관련해서는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를 갈등 해결의 단초로 삼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다음은 원 지사와의 일문일답.

▶곧 민선 6기 도정이 마무리되는데 지사 후보 시절 내세웠던 공약에 대해 자평해 달라=도민은 변화를 원했고, 변화에 응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주의 자연, 문화, 사람의 가치를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성장일변도에서 벗어나 제주의 가치와 어울리는 비전, 지속가능한 성장, 도민 주도권 확보를 통해 미래를 함께 만들고 성장의 열매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공직사회의 일하는 방식을 바꿨다. 도정 운영원리로 민·관 협치를 도입했다. 정책결정과정에 도민을 참여시켜 정책운영을 합리적으로 하는 것이다. 현장의 시각에서 문제를 보면 내용이 풍부해지고, 담당 공무원이 바뀌어도 지속적인 정책 실현이 가능하다. 제주의 고질병인 줄 세우기, 연고주의와 정경유착의 고리도 끊었다. 인·허가 관행을 개선하고, 친환경 투자원칙·개발 및 허가기준 강화·불법취득 농지 환수 등 난개발 방지 장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성장통 극복을 위해 대대적인 혁신과 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5년까지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주택 2만 세대를 공급하는 제주형 주거복지정책, 30년 만의 획기적인 대중교통 체계 개편,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등 쓰레기와 상하수도 수급 혁신, 국제 수준의 카지노 제도 정비, 투자와 연계한 80% 이상 도민 의무고용과 제주형 생활임금제 등 일자리 혁신이 제주 변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올해 역점적으로 추진할 도정의 정책에 대해 말해 달라=난개발, 부동산, 교통, 주택, 쓰레기 문제 등 성장통 극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왜곡된 관광 질서를 바로잡고, 축산분뇨 무단배출 차단, 양극화 문제 해소, 일자리 친화적인 경제생태계 조성을 위한 과제들도 가닥은 잡았지만 지속가능성을 위해 흐름을 보다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지방분권 개헌과 맞물려 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 4·3의 완전한 해결 등 정부와의 협의를 늦출 수 없는 사안들도 많다. 특히 4·3 70주년을 맞아 평화와 인권의 4·3정신을 전국화·세계화하기 위한 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

▶민선 6기 도정을 마무리하며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또 자치단체장 임무를 처음 수행해 봤는데 이에 대한 소회도 밝혀 달라=아쉬운 점은 추운 겨울 거리에서 농성 중인 제2공항 반대 주민과 정부의 구상권 철회로 변곡점을 맞았지만 강정마을의 아픔이 컸다는 점이다. 이를 지켜보는 마음은 한시도 편할 수 없다. 더 큰 신뢰를 기반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도민의 부름을 받고, 막상 서보니 작은 대한민국을 운영하는 느낌을 받았다. 책임의 무게가 그렇다. 제주는 타 시·도와 비교해 환경, 지방분권, 관광, 과거사 해결, 안보, 남북교류, 평화, 국제교류,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국가 선도 모델의 집합소다. 일의 강도도 워낙 셌지만 그만큼 보람을 느꼈다.

▶대중교통체계가 개편되면서 초기보다는 불만이 줄었지만 여전히 불편을 호소하는 도민들이 많다. 이를 해결할 대안이 있는가=제주형 대중교통체계 개편은 현재 진행형이다. 통학과 출·퇴근 주요 노선과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노선을 중심으로 불편을 고쳐나가고 있다. 인구가 늘어나며 버스가 정차할 구역도 많이 늘었다. 모든 정류소를 정차하는 촘촘한 노선을 유지하면서, 시내급행버스 운행과 급행버스요금 인하 등 보완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도착시간 지연 문제는 차세대 지능형 교통망을 도입하고, 복합환승체계 등 차량흐름에 대한 관리를 통해 정시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 나가겠다. 이를 통해 환승시간 격차를 줄이면 교통비 부담도 덜 수 있다. 무엇보다 교통체계 개편은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한 집에 자가용이 2∼3대 있는 집도 많고, 최근 5년간 자가용 증가율이 인구 증가율의 세 배에 달하고 있다. 교통혼잡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 5000억원을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이대로 가면 도민 모두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지금보다 크게 늘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자동차 수를 관리해야 한다. 새해부터는 대중교통형 행복택시와 수요응답형 미니버스 도입, 복합환승센터 설치 등 2단계로 진입할 계획이다. 렌터카 총량 관리, 자가용 구입과 주차 적정 규제를 위한 제도 개선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제2공항 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갈등 양상이 지리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데, 주민을 설득할 만한 확실한 대안이 있는가=반대 주민들이 입지 선정과정에 대해 제기한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타당성 재조사가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다. 주민 요구로 정부의 사회간접시설 사업지 선정에 대한 타당성 재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처음이다. 제3의 기관이 맡는 만큼 객관성과 공정성에 기초해 갈등 해소를 위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 그리고 문제가 없을 경우 공항기본계획과 주변지역 발전계획 수립 과정에서 주민들과 협의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주민을 포함해 전문가, 지방정부, 중앙정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대책과 방향을 조율해 나간다면 시간도 절약하고, 내용적으로 보다 알찬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EU가 우리나라를 조세비협조국가, 이른바 조세회피처로 정하면서 외국 투자자에 대한 법인세 감면과 같은 투자정책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제주에서는 투자진흥지구 등을 그 사례로 들 수 있는데 제주의 투자제도를 이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유럽연합(EU)의 결정은 국제적 합의라든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적 기준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EU 회원국이 아닌 국가에 EU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조세주권 침해 소지가 크다. EU의 오판 가능성이 제시되는 이유다. 이와 별개로 EU의 논의가 1년간 진행됐다는 점과 유사한 제도의 국가 가운데 한국만 명단에 포함됐다는 점 등에서 우리 정부의 안이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제주의 경우 투자진흥지구 제도는 내·외국인 구분 없이 일정 규모 이상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주기 때문에 EU의 지적과는 거리가 있다. 정부 차원의 개편 방안이 마련되면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

▶올해는 지방선거의 해다. 도지사 선거에 재도전할 생각인지, 또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합당 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특정인을 지목하지 않았지만 자유한국당의 복당 요청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밝혀 달라=도정의 연속과 이어달리기가 필요한 사업들이 출발선을 떠났다.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를 통해 성장통을 슬기롭게, 그리고 확실하게 극복해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4·3의 완전한 해결,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 제2공항, 특별자치도 헌법적 지위 확보는 중앙과 지방은 물론 여·야를 모두 설득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들이다. 지속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해 장기적 비전들을 일정 궤도까지 올려놓고 바통을 이어주고 싶다. 정치가 생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거센 정치물살 속에 정치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제주의 상황도 정치보다는 정책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정치적 판단은 도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 시간을 갖고, 포용의 정치와 새로운 정치의 방향 속에 신중하게 결정하겠다.

대담=조상윤 정치경제부국장, 정리=이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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