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43)] 제2부 알타이의 한라산(3) 소금 위의 레이디 붉은모래나무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43)] 제2부 알타이의 한라산(3) 소금 위의 레이디 붉은모래나무
모래·자갈 등 건조하고 염분 많은 곳에서 자라는 식물
  • 입력 : 2018. 01.21(일) 19: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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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기 많은 토양의 물을 그대로 흡수
체외로 배출하면서 척박한 환경 견뎌내


알타이시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니 한국 시각으로 19시 50분이다. 해는 아직도 꽤 높이 떠 있다. 여행을 떠날 만했다. 우리는 경비도 절약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일정을 줄여야 한다는 강박 관념 같은 걸 항상 가지고 있었다. 날씨는 화창하고 바람도 세지 않은 쾌청한 날씨다. 뜨거운 햇살을 맞는 것보다는 지금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갈 데까지 가보자. 시원하게 뻗은 아스콘 포장길을 내달렸다. 가자, 저 지평선 너머로!

이런 평지에서는 사람 키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것이라 해도 멀리서도 보인다. 그러니 오보는 꽤 높아 보인다. 몽골 대원들은 이런 오보를 이정표 삼아 거리를 가늠하거나 어떨 때는 수호신으로 생각하는지 그 주변에서 야영하기를 좋아한다. 이것은 아마도 외부와 통신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랜드 마크로서 아주 유용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한 시간을 달려 오후 8시 50분, 어느 정성스레 쌓아 올린 오보 근처에서 야영하기로 마음먹었다. 출발지에서 50㎞ 북쪽으로 떨어진 곳이다. 사방은 탁 트였으나 어림잡아 10여 ㎞ 남쪽으로 나즈막한 산줄기가 보이고 서쪽으로는 20여 ㎞ 정도 멀리에 매우 웅장하고 굴곡이 심해 보이는 산맥이 남북으로 길게 놓여 있었다. 저녁 햇빛에 황색으로 찬란하게 반사하고 있었다. 알타이산맥 일부다.

멀리 알타이산맥이 바라보이는 사막, 짧은잎뿌리나무와 붉은모래나무가 주로 자라고 있다.

자동차, 텐트, 사람, 카메라 삼각대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다. 주위에 듬성듬성 자란 반관목들의 키는 불과 10 ㎝ 남짓, 이 식물들조차 기다란 그림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고 보니 그림자 본 지도 꽤 오래 됐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 자기의 맡은 바 임무를 하느라 분주하다. 주변 식물들을 조사하고, 촬영하는 건 기본이다. 물론 일정을 점검하고 야참을 준비하는 것도 필수다. 이 일대의 식물은 지금까지 사막을 지나오면서 봤던 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붉은모래나무(위), 표면에 소금결정이 달린 가지에 핀 꽃(가운데)과 열매(아래).

가장 많은 종은 짧은잎뿌리나무(아나바시스 브레비폴리아, Anabasis brevifolia)다. 이 식물에 대해서는 1부 31회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다.

이 종 만큼이나 많은 식물이 붉은모래나무(레아우무리아 순가리카, Reaumuria soongarica)다. 이 종의 우리말 이름을 짓기가 참 난감하다. 속명 레아우무리아는 프랑스 수학자면서 박물학자 레아우무르에서 따온 이름이다. 순가리카는 준가르 또는 준가리아(Dzungaria)가 어원이다. 그러니 학명이 의미하는 바를 직역한다면 준가리아 레아무르 정도 되겠지만 이건 우리나라 사고방식으로는 통하기 어려운 말이 된다.

이 종은 위성류과에 속한다. 우리나라엔 같은 과에 속하는 식물로 위성류(타마릭스 치넨시스, Tamarix chinensis) 한 종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도 속이 다르고 크게 자라는 나무인 데다 식물체가 주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므로 이 이름과 연관시키기도 애매하다. 그래서 중국에서 부르는 이름을 참고하여 붉은모래나무로 했다.

1부 35회를 보기 바란다. 이 종은 사진에서 보듯이 작고 단아하며 항상 깔끔한 느낌을 주어 숙녀를 연상하게 하는데, 그자라는 곳이 소금기가 너무 많아 다른 식물이 살기 어려운 곳이다.

1797년 러시아 과학원 연보에 최초로 등장하지만, 오늘날의 학명은 1889년 탕구트 식물지에서 명명한 것이다. 이 종을 처음 채집한 곳은 준가리아였는데 그곳은 여기서 보이는 저 알타이산맥을 넘으면 시작되는 곳이다. <글·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





80도에서 끓는 물


붉은모래나무는 몽골에서는 최서단인 이곳 알타이에서 최동단인 동몽골까지 분포한다. 다만 자라는 곳은 모래나 자갈로 되어 있으면서 극단적으로 건조한 곳이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식물체의 표면에 달라붙은 하얀 결정체들은 소금이다. 이것은 염분 농도가 높은 물에 젖은 후 증발하고 난 뒤에 생긴 것이 아니다. 소금기가 많은 토양에서 물을 빨아들이면서 체내로 들어온 염분을 체외로 배출돼 생긴 것이다.

몽골 외에로는 중국(중앙아시아에 연한 지역), 러시아(서시베리아), 중앙아시아의 발하쉬호 주변, 준가리아에 널리 분포한다. 발하쉬호는 카자흐스탄에서 카스피해 다음으로 큰 호수면서 전 세계적으로 14번째 큰 호수다. 동서로 좁고 길게 형성돼 있는데 신기하게도 호수의 서쪽부분은 민물인데 동쪽부분은 염분이 높은 염호라고 한다. 이 식물을 처음 채집한 곳은 준가리아의 자이산호 주변인데 이 호수는 알타이산맥과 타르마가이산맥 사이에 있다.

준가리아란 정수일의 실크로드사전에 따르면 텐산산맥과 알타이산맥으로 에워싸인 여러 오아시스와 드넓은 사막지대로서 예로부터 유목민들의 활동지였다. 15세기 이후에는 4개 부족으로 구성된 오이라트 몽골족의 근거지가 되었다. 중가리아는 텐산의 북쪽 기숡 비슈발리크에서 중가리아를 거쳐 이리와 수이아브에 이르는 텐산북로 초원의 요지인 것이다. 그러므로 역사적으로는 항상 중앙아시아 쟁탈전의 주 무대였으며, 근대사를 보더라도 1, 2차 대전을 거치는 동안 러시아, 중국, 미국, 유럽 등의 경쟁 무대로 등장하는 곳이다.

한편 탕구트는 티베트와 중국 서북부 칭하이 지방 사이에 펼쳐지는 초원으로 역시 중앙아시아 요충지의 하나다. 강대국들이 식물조사를 한다는 건 머지않아 전쟁이 일어날 조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식물의 속명 레아우무리아(Reamuria)는 1759년 린네가 처음 썼다. 그는 이 단어를 프랑스 과학자 레아우무르(Rene Antoine Ferchault de Reaumur, 1683~1757)를 기념하기 위해 사용했다. 레아우무르는 수학자면서 박물학자였는데 특히 곤충학에 관한 논문을 많이 남겼다. 그의 성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온도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물이 어는점을 0, 끓는점을 80으로 하여 80 등분 한 눈금을 1도로 했다. 이것을 리아무르 온도계라고 한다.

지금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섭씨온도는 1기압에서 물이 어는 점을 0, 끓는점을 100으로 하여 100 등분 한 것이다. 화씨온도는 물이 어는점을 32, 끓는점을 212로 정하고 그사이를 180 등분 한 온도 눈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섭씨온도를 쓰기 때문에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선 화씨온도를 쓰므로 물은 212도에서 끓는다고 한다. 그러나 레아무르 온도를 쓸 당시에는 물은 당연히 80도에서 끓는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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