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서부의 플라야라고 하는 말라버린 호수 흔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
칼륨나무 같은 속이지만 다른 종
염도 높고 분지나 계곡 등서 발견
우리나라 세 가지 유형으로 분포
김찬수 박사
푸른 덤불이 무성한 가장자리로 접근했다. 멀리서 보기에 칼륨나무라고 생각했던 식물들이 사실은 비름과의 같은 속이긴 하나 칼륨나무는 아니었다. 역시 지형과 지질이 달라지면 그 곳에 사는 식물도 달라지기 마련인가 보다.
이 종은 잎칼륨나무(칼리디움 폴리아툼,
Kalidium foliatum)라는 종이다. 학명의 폴리아툼은 '잎을 갖는'의 뜻이다. 그러므로 칼륨나무(칼리디움 그라칠레,
Kalidium gracile)가 마치 비늘처럼 거의 흔적만 남아 있는 것과 달리 이 종은 잎이 뚜렷하게 발달한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붙여졌다.
몽골 거의 전역에 널리 분포하지만 실제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이 종을 보려면 축축하고 부풀어 오른 지형이면서 배수가 불량한 염류토양, 알칼리 금속 또는 마그네슘 염류로 이뤄진 호숫가, 모래언덕 사이사이에 형성된 염도가 높은 우묵한 곳, 계곡, 분지를 찾아봐야할 것이다.
가축들은 대부분 이 식물을 먹지 않는다. 다만 낙타는 가을 겨울 시든 상태에선 꽤 잘 먹는다. 탐사기간 중에도 이 칼륨나무 군락들에서 낙타를 흔히 볼 수 있었다.
이 속의 식물들은 남동유럽에서 남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전 세계에 5종이 알려져 있으며, 몽골에는 4종이 분포한다.
잎칼륨나무.
쑥수송나물.
잎칼륨나무와 거의 같은 장소에 아주 비슷하게 생긴 식물이 관찰된다. 쑥수송나물(살솔라 아부로타노이데스,
Salsola abrotanoides)이다. 이 종은 역시 비름과에 속하는데 수송나물속이다. 잎이 쑥, 그 중에서도 사철쑥 잎을 닮았다고 해서 이렇게 이름 지었다. 자라는 곳은 주로 염분을 많이 함유한 점토질의 진흙이나 무더기, 자갈이 많이 섞인 경사면이나 염류 토양, 메마른 강이나 염도가 높은 호숫가다. 전체적으로 잎칼륨나무와 좋아하는 장소가 유사하다. 몽골의 북서부에서 남동으로 뻗어 내린 알타이산맥을 따라 분포한다.
가축들은 거의 이 식물을 먹지 않지만 낙타, 염소, 양은 가을과 겨울에 시든 상태의 잎을 먹는다. 같은 속의 식물로서 제주도에는 수송나물(살솔라 코마로비,
Salsola komarovii)이 분포하는데 이 종은 우리나라 거의 전국의 해안에 자란다. 중국, 일본, 러시아에도 분포하지만 몽골에는 분포하지 않는다. 그러나 솔장다리(살솔라 콜리나,
Salsola collina)는 제주도에는 분포하지 않고 함경남북도, 강원, 경기, 충남 등 한반도 중 북부에 분포하며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에도 분포한다.
또 나래수송나물(살솔라 루데니카,
Salsola ruthenica)이 있는데 역시 제주도에는 분포하지 않지만 전남해안에 자라고 있으며, 몽골, 러시아, 중국에도 분포한다.
우리나라에 자라고 있는 수송나물속 식물들은 결국 분포 유형으로 보면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반도를 포함한 중국·러시아·일본 등 동 아시아를 중심으로 분포하는 유형, 몽골·중국·러시아·한반도의 중북부·일본 등 중앙아시아에서 동아시아의 북부에 걸쳐 분포하는 유형, 몽골·러시아·중국에 분포하면서 한반도에서는 전남해안에 격리 분포하는 유형 등이다.
중앙아시아 소금사막에서 발생해 동아시아 바닷가를 거쳐 제주도까지 번져나갔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글=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
왜 칼륨나무라고 할까?농작물 수확량·품질 향상에 기여식물 재 얻어 알칼리 어원 되기도
칼륨은 원소기호 K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농작물을 증산하기 위해 농토에 재를 뿌려 주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과거에는 빨래하는데도 오늘날의 비누 대신 잿물을 내려 사용했다. 이것은 식물 재에 들어있는 포타슘(potassium) 또는 칼륨(kalium)이라 부르는 원소를 이용한 것이다. 원래 칼륨이란 단어는 식물의 재를 뜻하는 아랍어 알칼리(alkali)에서 나왔고, 포타슘은 항아리(pot)와 재(ash)의 합성어인 포타쉬(potash)에서 나왔다.
칼륨은 이 두 가지 이름 외에 공업적으로는 '칼리', '카리' 또는 '가리'가 가끔 사용되는데, 비료로서 황산칼리, 황산카리 또는 황산가리라 부르는 것은 K2SO4를 가리키는 것이고, 맹독성 물질인 청산카리 또는 청산가리라 부르는 것은 KCN을 말한다. 그런데 칼륨은 칼슘(calcium, Ca)과 혼돈하기 쉽다는 이유로 오늘날에는 포타슘(potassium)이 두루 사용되고 있다.
천연상태에서 포타슘은 화합물로만 존재한다. 지각무게의 2.6%, 바닷물에는 K+ 이온 상태로 존재하는데 1리터에 0.35g이 들어있다. 이는 Na+의 농도 리터 당 10.8g보다는 낮은 수치다.
19세기 후반 까지는 포타슘 화합물을 식물 재에서 얻어 사용하였다. 대부분의 포타슘 화합물은 이온성 화합물이고, 비교적 물에 잘 녹는다. 지방산의 포타슘 염(포타슘 비누)은 연비누(soft soap)로 사용되며, 탄산포타슘(K2CO3)은 경질 유리와 광학 유리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포타슘 이온(K+)은 모든 생명체에 꼭 필요하다. 동물에서는 신경 전달에 관여하며, 부족하면 여러 심장 기능 장애를 초래한다. 식물 세포에도 높은 농도로 들어있으며, 식물 성장과 결실 과정에 관여하고, 농작물의 수확량을 높이고 품질을 향상시킨다. 농작물들이 농토에서 많은 양의 포타슘을 흡수하므로, 이를 비료로 보충해 주어야 한다.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식물 재(ash)를 울궈 낸 잿물을 빨래에 사용하고, 잿물을 항아리(pot)에서 증발시켜 얻은 포타쉬(potash=pot+ash: 식물 재 무게의 약 10%로 얻어지는 흰색 물질로, 화학적으로는 주로 K2CO3)를 천의 표백, 유리와 비누 제조 등에 사용했다. 아랍어로 식물 재를 al-qaliy라 불렀는데, 이것이 알칼리(alkali)의 어원이 되었다.
옛 사람들은 염분이 많은 땅이나 바다에서 자라는 식물의 재 또는 광물에서 얻은 소다회(soda ash: Na2CO3)를 포다쉬와 거의 같은 용도로 사용하였는데, 이들 둘이 성질이 거의 같아 구별이 되지 않았다. 칼륨나무는 체내에 이 칼륨이 많이 들어 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지금과 같이 칼륨제조방법을 몰랐던 옛날에는 이런 식물들을 태워서 칼륨을 얻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