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오달수 쇼크' 어쩌나

영화계 '오달수 쇼크' 어쩌나
출연작 재촬영 땐 추가비용만 수십억
오달수에 법적 대응 가능성도…법률자문 검토
영화계 풍경도 달라져…"뒤풀이 줄이고 농담도 조심"
  • 입력 : 2018. 03.04(일) 15:06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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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패닉 상태입니다."

 한국 영화계가 '오달수 쇼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 추문에 휩싸인 오달수가 주·조연을 맡아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만 4편. 그가조연으로 출연한 '신과함께-인과연('신과함께2')'이 재빠르게 재촬영을 결정했지만,나머지 영화들은 묘안을 찾느라 부심하고 있다.

 오달수가 출연하지 않은 영화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 배우나 감독 등 영화인을 상대로 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언제 어디서 추가로 터져 나올지 알 수 없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모 영화사 대표는 "영화계 전체가 비상"이라고 전했다.

 ◇ 오달수 주연 3편…재촬영 땐 편당 10억∼20억 추가 비용

 오달수는 '이웃사촌'(이환경 감독),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김지훈), '컨트롤'(한장혁) 등 3편의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이웃사촌'은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니 부모…'는 이십세기폭스코리아가 각각 투자·배급을 맡았다.

 최재원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대표는 지난 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본사뿐만 아니라 논의할 대상이 많다. (재촬영 등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이런 사례가 없어서 어떤 방법이 가장 합리적일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개봉 예정인 '이웃사촌'은 '7번방의 선물'을 연출한 이환경 감독의 복귀작으로, 가택연금 중인 예비대선주자와 그를 도청하는 비밀정보요원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오달수가 가택연금 중인 야당 정치인 역을 맡았다. 이 영화의 순제작비는 약 80억 원. 오달수의 비중이 큰 만큼, 재촬영하려면 약 15억∼2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영화계는추정한다.

 '니 부모…'는 명문 국제중학교의 한 남학생이 호수에 빠져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자 같은 반 학생들의 부모들이 학교로 소집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오달수는극 중 피해자의 아버지 역을 맡았다. 순제작비는 50억 원으로, 재촬영할 경우 제작비가 10억 원가량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작품은 이십세기폭스가 올해 제작·배급하는 유일한 한국영화로, 폭스 측은 현재 본사 등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방안을 찾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 월트디즈니가21세기폭스(20세기폭스의 모회사)의 영화사업 부문 등을 인수하면서 본사의 의사 결정 라인 등이 복잡해져 빠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계 관계자는 "상당한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본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승인이 늦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할리우드 배급사들은 '미투' 운동에 대해 한국보다 더 민감한 편이어서 재촬영 가능성이 점쳐진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올 더 머니' 역시 주연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성 추문에 휩싸이자, 개봉 6주를 앞두고 크리스토퍼 플러머를 캐스팅해 다시 촬영한 전례가 있다.

 영화 '컨트롤'은 아직 배급사가 정해지지 않아 개봉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성 추문에 휩싸인 최일화는 분량이 많지 않지만 '신과함께 2'와 '협상'에 출연했다.

 '신과함께2' 측은 "오달수뿐만 아니라 최일화 분량 역시 모두 덜어내고 재촬영할 계획"이라며 "현재 두 배우를 대체할 배우들과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최일화는 현빈·손예진이 주연한 '협상'에서 이야기 전개상 중요한 악역으로 등장했다. 이 때문에 제작사 JK필름도 재촬영 등을 검토 중이다.

 ◇ '성 추문' 배우 상대로 법적 대응 가능할까

 영화계 일각에서는 성 추문에 휩싸인 배우들로 인해 제작비 증액·개봉 일정 차질 등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배우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해당 영화 제작사나 투자배급사들은 법률자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투자배급사와 국내 대형 투자배급사들은 배우와 출연 계약을 할 때 형사상 소추를 받거나 약물, 음주 운전, 스캔들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조항을 넣는다.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에 피해가 발생했는데, 제작사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으면 투자자들로부터 배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대부분 법률 검토를 했을 것"이라며 "다만 오달수의 경우 처벌을 받은 것도 아니고, 본인이 잘못을 명명백백하게 인정한 것도 아니어서 법률적으로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는 "출연 계약에 손해배상 또는 계약해지에 관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면서 "영화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몇십 년 전에 있었던 일이 지금 밝혀진 데 대해 결과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 달라진 영화계 풍경…"뒤풀이 줄고, 농담도 조심"

 오달수 출연작이 아닌 다른 영화들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영화계 인사는 "배우나 감독의 사생활을 전부 알 수는 없지 않으냐"며 "문제가 터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미투' 폭로 이후 영화계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시사회 후 시끌벅적한 뒤풀이가 줄고, 농담도 조심하는 분위기다.

 한 중견 영화인은 "신인 여배우들과 만나는 자리는 아예 가지 않는다"면서 "얼마 전 VIP 시사회 이후 열린 뒤풀이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화인은 "예전에는 여자 후배들이 밥을 사달라고 하면 흔쾌히 함께 가곤 했지만, 지금은 주저하게 된다"면서 "모임이 있을 때 참석자들과 '권력관계'에 있는지 등을 따져보게 된다"고 토로했다.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거나, '책 잡힐 만한 일을 한 적이 있는지' 동료나 후배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영화계 종사자는 "혹시 농담이라도 내가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이나 말을 한 적이 있는지 주변에 물어봤다"고 말했다.

 한 중견 제작자는 "이번 '미투' 운동은 단발성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영화계 전반의 문화가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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