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50)] 제2부 알타이의 한라산(10)-사막에 핀 아름다운 꽃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50)] 제2부 알타이의 한라산(10)-사막에 핀 아름다운 꽃
호수만큼 광활한 습지서 만난 다양한 식물들
  • 입력 : 2018. 03.12(월) 00:00
  • 이태윤 기자 lty9456@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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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박사.

아득한 지평선으로 그 넓이를 가늠할 수 없는 평원의 한 가운데서 만난 플라야지형은 우리에겐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눈이 내린 듯 하얗다못해 반짝이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독특한 광경이었다.

밖으로 빠져 나오자 금 세 뜨겁게 달궈진 모래와 돌멩이로 된 사막과 연결된다. 왼쪽으로는 알타이산맥의 바아타르 하이르한산, 도로가 관통하는 어느 정도 평야로 되어 있는 도로의 오른편은 붐백 하이르한산이 웅장한 모습으로 기다란 줄기를 만들면서 버티고 서있다. 이 산줄기는 끊어져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타이지역 전체로 보면 역시 산맥의 일부다.

정상부는 물론 거의 바닥에 이르는 사면은 그냥 사막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마르다, 메마르다, 건조하다 등 모든 표현을 다 생각해 내도 이럴 수는 없을 것이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다. 그래도 바닥이라고 할 수 있는 도로 주변의 평원은 비름과, 국화과 등의 식물들로 꽤 북적거린다. 신기하게도 이처럼 건조한 사막임에도 간간이 습지를 볼 수 있었다.

건조한 알타이산맥 평야지대에 형성된 습지.

20분 정도 달렸을 때 알탄틸(Altanteel) 솜을 알리는 간판이 나타났다. 여기서부터는 습지들이 꽤 넓어지고 자주 만나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 습지들은 거의 다 하나로 합쳐져 있었다. 그러니 이 습지의 면적은 직경이 수십㎞에 달할 것이다. 이건 습지라는 표현보다 호수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기도 하다. 가장자리에는 정확히 어느 종인지는 모르지만 자작나무과와 버드나무과의 큰키나무들이 보이고, 마을 주변에는 포플러 나무들이 심어진 게 보인다.

집들 특히 대형 건물들은 서양식 모양을 한 경우가 많았다. 특이한 건 몽골풍의 게르보다도 진흙벽돌집들이 눈에 많이 띤다는 점이다. 창고나 복합주택으로 보이는 비교적 대형 건물들 중에도 이런 흙벽돌로 지은 집들이 보인다. 역시 인간의 의식주란 환경과 밀접하다는 생각이 든다.

흙벽돌로 만든 건물.

접근이 쉬워 보이는 어느 습지에 내렸다. 콩과, 미나리아재비과, 사초과 등 습지식물들로 꽉 차 있다. 몽골 전국에 공통으로 분포하는 종들도 많이 보이지만 처음 만나는 종들도 꽤 보인다.

주머니콩(Sphaerophysa slasula)은 습지로 접근하는 길에 만났다. 학명의 스파에로피사는 그리스어로 구체를 뜻하는 스피어(sphere)와 방광을 뜻하는 피사(physa)가 합쳐진 말이다. 이것은 콩꼬투리가 방광 모양을 한 식물이라는 의미다. 이 말에는 주머니라는 뜻도 있으므로 국명은 주머니콩으로 했다. 열매가 다소 납작하게 눌린 공 모양이며, 긴 열매 자루에 달려 있는데 속에는 씨가 많이 들어 있다. 아주 건조한 곳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습지의 영향을 직접 받는 곳도 아니다. 진홍색의 꽃이 정말 아름답다. 사막에서 이렇게 진한 붉은색의 꽃은 그다지 본적이 없어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종은 몽골 외에는 러시아의 시베리아, 중국, 중앙아시아에 분포한다.

주머니콩(Sphaerophysa slasula).

좀 더 가까이 접근하다가 시리아운향풀(Peganum harmala)을 만났다. 꽃은 이미 지고 열매가 거의 성숙단계였다. 학명 중 페가눔은 그리스어 페가논에서 나온 말로서 1세기의 그리스 의사이며 본초학자인 디오스코리데스(Pedanios Dioscorides)가 그의 저서 '의약재료'에 쓴 이름에서 따온 것인데 야생 운향과 유사한 식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500종 이상의 식물에 대한 정명, 이명, 산지를 기재한 책을 썼는데 중세에 그리스어, 라틴어, 아라비아어로 번역, 널리 사용되었다고 한다.

하르말라는 아라비아어로 이 식물을 나타내는 말인데 아마도 레바논의 헤르멜(Hermel)이라고 하는 도시 명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이름 시리아운향풀은 영어 일반명 시리안 루(Syrian rue)를 살려 지은 것이다. 여러해살이풀로 키는 보통 30㎝ 정도지만 뿌리는 6.1m까지 도달했다는 보고가 있다.



시리아운향풀 이야기


시리아운향풀은 영어 이름이 운향을 의미하는 루(rue) 또는 시리안 루라고 하여 운향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거의 관계가 없다.

시리아운향풀(Peganum harmala).

다만 꽃 모양이 운향과의 식물과 유사하다. 감귤 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문제는 이 식물이 많은 문화권에서 민간요법과 영적 관행 모두에서 수천 년 동안 계속 사용되어 왔다는 것이다.

여러 나라에 다양한 민속이 있는데 터키에서는 이 식물의 마른 열매를 집이나 차량에 매다는데 이것은 '악마의 눈'으로부터 보호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아제르바이잔, 시리아, 이라크, 요르단을 포함한 중동 지역의 일부 국가들에선 마치 향을 피우듯 마른 캡슐을 숯불에 놓아 향기로운 연기가 피어오르게 한다. 이 전통은 아직도 기독교인, 무슬림 및 일부 유대인을 비롯한 많은 종교에서 이어지고 있다. 페르시아풍 결혼식에서도 이와 유사한 민속이 있다.

예멘에서는 옛 유대인 풍습으로 깨끗하고 하얀 이스트를 넣지 않은 빵을 만들기 위해 유월절에 밀가루를 표백하는데 이 때 이 식물을 사용한다.

이 식물은 또 통증을 치료하고 피부암을 포함한 피부 염증 치료, 기생충 퇴치에도 사용되어 왔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촌충을 제거하고 반복적인 발열 아마도 말라리아를 치료하기 위해 이 식물의 씨앗을 가루 내어 사용했다.

서부 아시아에서 카펫을 빨간색으로 염색하기 위해 종종 사용했고, 양모를 염색하는 데도 사용했다.

씨앗을 물로 추출하면 황색 형광 염료가 얻어지고, 알코올로 추출하면 붉은 염료가 된다. 줄기, 뿌리 및 씨는 잉크를 만들거나 문신을 할 때 사용하는 염료를 만들기도 했다.

최근에도 이 식물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항생제와 항원제 활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약물 내성 박테리아에 대한 항균 활성을 포함하고 있다. 항암활성이 뛰어난 것으로도 보고되고 있어 앞으로 연구는 더욱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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