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애의 한라칼럼] 마음의 고향으로…

[우정애의 한라칼럼] 마음의 고향으로…
  • 입력 : 2018. 03.13(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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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일련의 성폭력 이슈로 사회 전반이 엄중한 무게를 느끼며 성폭력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일부에서는 '우리사회의 잠재된 문제였고 터질게 터졌다'는 소리를 내고 있다.

잠재된 문제라는 측면에서 보면, 중독이야말로 지속적으로 반복된 행위의 결과이며 앞으로도 반복될 잠재된 문제라 볼 수 있다. 그 중, 행동중독에 속하는 도박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은밀한 중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을 만큼 금전문제가 터지기 전까지는 알려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중독은 개인주의, 쾌락주의, 물질만능주의 등이 중독의 메커니즘과 직접적 연관이 있으며 좋았던 경험에 대한 이미지에서 기인하여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키는 갈망, 충동성과 통제력 저하로 정리된다. 하지만 이는 표상일 뿐 표상 전에 자리 잡은 내면의 동기가 분명히 존재한다. 효율적 예방을 위해서도 동기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얼마 전 만난 내담자, 그는 가장으로서 직장과 가정 모두에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성실한 생활인이었다. 그의 생활을 보면 직장에서 내 기분이 어떤 상태이건 상사의 농담에 맞장구도 쳐야했고, 맡은 바 업무를 능력 있게 수행하기 위해 주변 동료들과도 교류해야 했으며 퇴근 후 몸이 천근만근이어도 돌봐야 할 대소사일들도 빠지지 말아야 했다. 뿐만 아니라 집에 돌아오면 자상한 남편과 아빠가 되기 위해 나름 안간 힘을 썼다고 한다. 그러다 휴식을 취한다는 명분으로 온라인에서 스포츠 토토를 했고 맘대로 되지 않는 복잡한 현실을 피하기 위해 틈만 나면 '나홀로 방'(가상공간)을 즐기다 보니 금전문제가 발생하여 상담실까지 오게 된 것이다.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해보는 내면으로의 집중이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해 본다. '나는 왜 외부의 인정에 이렇게까지 목을 매고 있는가' 자신의 진가에 대해 스스로는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아무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 같은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것이 직장과 가정 양쪽의 인정을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멈춰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소중하게 내면의 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졌더라면 자신이 힘들어 할 만큼 과한 인정의 욕구와 휴식이라는 말로 도박행위를 합리화하는 자신의 탐욕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요즘 '마음의 고향'을 실제 삶의 터전으로 복원하고 실현하는 사람들이 제주에 몰리고 있는 현상을 보며 자연스럽고 소박한 삶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사는 방식이 '자연스럽고 소박한 삶' 과 다를지라도 우리의 마음과 의식은 그런 삶에 익숙해져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내담자에게 왜 그렇게 인정받아야만 하는지를 묻자 현실적인 생활에 빠져 그런 생각을 깊게 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단지 바쁘다는 이유로 자기 인생의 의미를 반추할 기회를 갖지 않는다면 자신이 누구인지, 자기 인생이 어떤지에 대해 무지해지고 인생의 성숙함이나 지혜를 다른 사람들과 나눌 기회를 갖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전자기기와 더 밀접해질 수밖에 없는 우리는 인간이 간직한 '마음의 고향'을 자주 떠올려봐야 하지 않을까?

하지 말아야 할 어떤 행위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그 행위를 갈망하게 되어 멈추기 힘들어질 때, 우리에게 있는 소박한 '마음의 고향'을 떠올려 멈추지 못하는 탐욕을 알아차리는 일이 절실하게 필요한 요즘이다. 이는 중독뿐만이 아니다. 우리사회의 문제들은 자신을 만나는 시간을 통해 스스로 멈추지 않는다면 앞으로 일어날 문제들은 이미 예견되어질 뿐이다.

<우정애 한국상담학회 제주상담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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